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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꾼 한마디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인생을 바꾸는 큰 힘은 언제나 짧고 진심 어린 한마디에서 비롯된다."


인생을 돌아보면, 중요한 갈림길마다 늘 한 사람의 짧은 말 한마디가 놓여 있었던 것 같다. 그 말들은 당시에는 작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한 울림으로 남아 내 삶을 움직여왔다.


20여 년 전, 고향 태백에서 살며 영월소방서로 출퇴근하던 시절도 그랬다. 좁은 지역사회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소방서장님께서 건네신 한마디가 내 마음을 깊게 흔들었다.


“시기와 때가 있는 거야.” 짧지만 묵직한 말이었다. 더 넓은 곳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뜻이었고,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전환시키는 이정표가 되었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생각을 꺾고 마음을 일으키고 방향을 바꾸는 힘이 숨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흘려 보낼 말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움직이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그 말이 뿌리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정적인 순간, 제게 가장 큰 힘을 준 건 아내의 한마디였다. “여보, 우리 춘천 가서 한 번 살아볼까?” 그 질문에 아내는 주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보, 뭘 망설여요. 갑시다.” 짧고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믿음과 결단, 그리고 나를 향한 따뜻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평생 그 자리에서 머뭇거렸을 것이다.


우리가 춘천으로 향한 그 선택은 인생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낯선 환경에서 세상을 다시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시야는 넓어졌다. 그 경험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결국 퇴직 후 글을 쓰는 지금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살아보니 인생은 단번에 바뀌는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발아해 어느 날 조용히 싹을 틔우는 과정이었다. 그 말의 힘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삶의 방향을 바꾸어갔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말은 공기처럼 흩어지는 것 같아도, 때로는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오래도록 타오른다. 한 사람을 살리고, 한 사람의 길을 열고, 한 사람의 용기를 깨우는 말이 있다. 그 말은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길지 않아도 된다. 진심이라는 깊이를 품고 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확신하게 되는 사실이 있다. 사람의 인생을 움직이는 힘은 결코 거창한 사상이나 웅장한 철학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친 하루 끝에 건네는 따뜻한 말, 선택을 앞둔 누군가에게 내미는 짧은 격려, 두려움 앞에 선 이에게 전하는 “괜찮아요”라는 한마디가 오히려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거대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말에서 더 큰 결단과 용기를 얻어왔다. 결국 인생이란 거대한 강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작은 말 한마디가 흐름을 돌려놓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사람인가.” 이 질문은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고,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글을 쓰는 일 또한 결국 누군가의 삶에 작은 불씨 하나를 남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말은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마음에 닿는 순간 생명을 얻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에서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여러분의 오늘에도 삶의 방향을 바꾸는 말 한마디가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용기 있게 한 걸음을 내딛기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또한 누군가의 인생을 밝혀주는 따뜻한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영월소방서에 계실 때 서장님께서 하신 “다 시기와 때가 있는 거야”라는 한마디가 작가님의 삶을 바꾸어 놓았군요. 그 말이 인생을 전환시키는 멘토의 조언이 되었음을 글에서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춘천으로 오셔서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이제는 ‘춘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계시니, 누구에게나 그런 때와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중요한 계기가 있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삶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글을 쓰며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요. 좋은 분들과 글친구로서 우정을 나누는 것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생각하면 오히려 두렵기까지 합니다. 글이 연결해 준 인연과 우정 덕분에 하루하루가 더 깊어지고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글로 소통하며 좋은 시간, 좋은 마음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노트>

이 글을 쓰는 동안 오래전 마음을 흔들었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 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뿌리였음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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