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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시간의 증거

by 기공메자

<작가의 생각 한 줄>

"성공의 속도는 다르지만, 멈추지 않는 마음만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나는 오랜 소방관 생활을 마치고 인생 후반전에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불의 현장을 떠난 뒤, 펜을 들고 또 다른 현장으로 들어왔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공모전에 참여하며 새로운 세계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중이다. 이 길은 화려하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분명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길이다.


이 과정을 지나오며 한 가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성공의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같은 노력을 해도, 같은 시간을 써도 결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모두 다르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조급함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한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 왔다. 초기의 작품들은 조용히 지나갔고, 반응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의 목소리는 독자에게 또렷이 닿았다. 그전까지의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준비였음을 그제야 증명받은 셈이다.


또 다른 작가는 긴 세월 동안 묵묵히 책을 썼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원고를 쌓아 올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축적된 시간이 어느 날 꽃처럼 피어났다. 심지어 어떤 작가는 수많은 책을 낸 후에야 이름을 알렸다. 오랜 시간 성실히 걸어온 길이 결국 그를 세상 앞으로 데려왔다.


이렇듯 어느 분야든 꽃 피우는 시기는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빛을 보고, 누군가는 아주 오래 걸린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었다. 멈추지 않고 걷는 마음이었다.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쓰러지고, 외면받고,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이 더 길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걷는 사람만이 끝내 자기만의 계절을 맞이한다.


나 역시 작가의 길이 단번에 열리지는 않았다. 글을 쓰는 즐거움은 분명 있었지만, 무기력과 회의감도 자주 찾아왔다. ‘과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씨를 뿌리는 시기라고 말이다.


자연은 늘 답을 알고 있다. 봄에 심은 씨앗은 여름을 지나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때가 되면 반드시 결실은 찾아온다. 인간의 노력도 다르지 않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뿌리는 깊어지고, 줄기는 단단해진다.


혹시 지금 원하는 결과가 더디게 오고 있는가. 그렇다면 속도를 내려놓아도 괜찮다. 대신 방향과 태도를 점검하면 된다. 작은 한 걸음, 한 줄의 기록, 한 번의 도전이 쌓여 결국 당신의 계절을 만든다.


성공은 가만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기다리며 준비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온다. 나 또한 그 길 위에 서 있다. 오늘도 믿으며 걷고 있다.


늦게 핀 꽃은 오래 향기를 품는다. 나의 봄도, 당신의 봄도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시기는 다를 뿐이다. 그러니 오늘도 멈추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결과가 늦다고 당신의 노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보이지 않는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축적이다. 당신의 계절은 이미 오고 있으며, 다만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웃의 공감 댓글>

작가님, 안녕하세요. 주말과 공휴일은 잘 보내셨는지요. 정말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오늘 작가님께서 전해 주신 말씀 또한 제가 늘 마음에 새겨오던 신념과 일맥상통하는 글이었습니다. 이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겨울을 견뎌낸 튤립의 줄기가 코스모스나 개나리에 비해 유난히 단단하듯, 모든 것에는 각자의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님의 말씀처럼 저 역시 저만의 때를 맞이하기 위해 꾸준히 걸어가 보겠습니다. 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아침부터 좋은 글로 큰 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반짝이는 하루로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작가의 답글>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겨울을 견딘 튤립처럼 단단히 뿌리내린 믿음이 결국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각자의 때를 기다리며 꾸준히 걸어가는 길이 참으로 값지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반짝이고 향기로운 하루를 보내셨는지요. 언제나 늘 응원합니다.


<작가노트>

이 글은 늦게 피는 삶의 속도를 스스로 믿고 싶어 쓰게 되었다.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시간이 의미 있음을 정리하고자 했다. 조급해질 때마다 다시 읽고 싶은 다짐을 문장에 담았다. 멈추지 않고 걷는 마음이 결국 계절을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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