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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해 Apr 14. 2017

살며 사랑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바쁘지 않는 날이면 그녀를 만나러 연남동을 찾아갑니다.

함께한지 벌써 6년이 되어가는 우리는 이젠 특별한 이벤트가 그립거나 그것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그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매번 바뀌는 가게에 놀라고, 

조용한 카페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녀의 집 앞에서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뽀뽀를 나누곤 헤어집니다.


어느날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과 연남동 길을 걷다가 특이한 간판의 카페를 발견했습니다.

‘ㅅㄹ ㅅㄹ’...


“무슨 뜻일까?”

“‘사랑 사랑’아닐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ㅅㄹ ㅅㄹ’은 ‘사람 사람’ ‘살림 살림’ ‘사라 사라’ ‘시러 시러’ ‘스륵 스륵’ ‘소름 소름’... 

생각해보면 참 많은 단어가 만들어지더군요. 

그래도 그녀가 그 많은 단어 중 맨 처음 떠올린 단어가 ‘사랑 사랑’이라니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곰곰이 생각합니다.

워낙 일이 없다보니 별 생각을 다합니다.

‘삶과 사람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서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 상상이니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태초에 사람은 배고픔과 병으로, 천재지변과 사나운 육식동물에 의해 죽어가는 동료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한 의미이자 목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살아라’ ‘사라람’ ‘사아람’하였던 것이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또 다른 추측은 ’삶‘과 ‘앎(지혜)’이 합쳐진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은 ‘사는 법을 아는 지혜로운 존재’ ‘삶앎’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귀여운 추측을 하나 해봅니다. 

그들이 보통 서로를 부를 때 ‘사람’이라고 부르다가 

귀여운 당신을 만났을 때 애교를 듬뿍 섞어 당신을 불러봅니다.

‘사람 앙!’ 그러다 ‘사랑’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랑’이라는 낱말 속에 애교가 섞여있음을 느낍니다.

‘너랑 나랑 우리랑 말랑말랑 했걸랑’

말이라는 게 참 신비롭습니다.


아무튼 엉뚱하지만 ‘삶과 사람과 사랑’이 왜 이렇게 서로 닮아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이 세 가지가 ‘살아있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와 같은 느낌은 영어단어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LIVE'와 ’LOVE'는 서로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참 지혜로웠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논외로, 생각하기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 사용한 단어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인간’입니다. ‘인간’은 한자어입니다.

‘사람 人 + 사이 間’이지요. ‘사람 사이’이니 ‘연결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人) 문을(門) 열면 밝은 태양(日)이 떠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면 밝아진다’는 개념도 담고 있는 아주 지혜로운 단어입니다.


그런데 일요일 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남편에게 아내는 말합니다.

“어이구, 인간아!”

그 말은 곧 남편에게만 하는 말이 아닙니다.

게으른 당신과 악쓰는 나를 포함하는 말이 되지요.

“어이구, 인아!” “어이구, 사람아!” “어이구, 짐승아!”가 맞겠지요.


 

2017. 4. 13

-jeongjong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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