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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oo Oct 19. 2022

대표님께 드리는 편지(현재 투자시장 상황)

2022.9.3일 저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께 드렸던 편지를 공유드립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현재 시장의 어려움을 알고 계시지만, 그 강도와 심각성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미팅후 마음이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도 미팅후에 기분이 안좋고 우울한 기분이 들어서 혹시 한분이라도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2022년 9월초에 저희 포트폴리오 대표님들께 드렸던 글인데, 혹시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 대표님/창업자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졸필이지만 공유드립니다. 너무 우울하고, 오버일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현재 상황은 9월초보다 더 심각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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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녁에 누웠는데,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무거워 잠이 오지 않아 메일을 씁니다. 최근 느끼고 계시겠지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급속하게 냉각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훨씬 훨씬 더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느낌을 공유해 드리면 어떨까 해서 메일을 씁니다. 

제가 6월에 Sequoia capital의 adapting to endure 글을 공유했을 때만 해도 위기감이 있는 정도였는데, 이 winter가 얼마나 강력하고 차가운지 체감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만나면 말씀드리고 있지만, 글로도 한번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드립니다. 



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냉각의 이유는 크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인상, 그리고 그로 인한 상장시장의 Valuation이 무너진 이유가 가장 큽니다. 상장시장의 Valuation이 40-50% 떨어지다보니 비상장 스타트업의 투자 분위기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재 투자자들도 밸류에이션과 투자 분야에 대하여 어떻게 할지 모르는 혼돈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VC들의 투심 통과 Bar가 엄청 높아졌고, 이로 인해,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가 엄청 줄어든 상황입니다. 체감적으로는 큰 하우스 대부분이 하반기까지 계속 시장을 보고 판단하자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또한, 30억원 이상 투자하는 리드투자자의 부재로 Series B 이후 큰 투자금을 모으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 5월이후 시장의 분위기가 급냉하며 3개월 정도 지났고, 신규 투자금 모집이 어려워지고 Runway가 없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많아짐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는 더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정말 시장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근 투자시장의 분위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단순한 성장(Growth)의 시대 종료

제가 생각하기에 올해초까지 이어졌던 트래픽(MAU, 매출액, 거래액 등)을 중심으로 한 성장의 시대가 종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트래픽이 아닌 트래픽의 성격, 즉 돈을 만들 수 있는지, 수익이 날 수 있는지, 고객의 가치는 어떤지 등 수익으로 환산될 수 있는 트래픽이 매우 중요하게 되고 있습니다. 트래픽을 실제로 들어가서 구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투자자들이 단순한 트래픽의 증가만 가지는 비즈니스에 대하여 매우 보수적으로 투자검토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 트래픽의 증가로 투자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셔야 되기 때문에 트래픽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ommercial Traffic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스타트업이 지금 당장 수익을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성장은 스타트업의 운명이지만, 내실있는 성장, 미래에 실제 수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 효율성 등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 질 것 같습니다. 
  쿠팡 이후 제2의 온라인 커머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의 명품 커머스에서 너무 레거시하다고 관심 못 받던 오케이몰(유일한 이익이 있는 회사)이 최근 스타로 부상하는 것만 봐도 시장이 바뀌었다는 단적인 예인 것 같습니다. 


2) 밸류에이션에 대한 엄청난 챌린지 

올 초까지만 해도 완전한 Founders market으로 FOMO에 의한 투자경쟁이 정말 매우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은 완전한 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작년, 올해초가 정말 다시 볼 수 없을 만한 고 밸류에이션의 시대가 아니었나 합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투자를 안해도 된다는 자세로 딜에 접근하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안 낮아진다면 안보겠다고 하고, 좀 더 오랜 기간동안 검토를 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대표님들의 편이 아니라, 투자자 중심으로 세팅되고 있습니다. 제가 본 것은 올 초에 1,500억원 밸류에서 시작하여 최근 350억까지 떨어진 딜이나, 700에서 시작하여 200까지 떨어지는 등 정말 다수의 사례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받는 많은 딜들이 저번 라운드 밸류인 Flat 밸류로 받고 있고, Down-round도 점점 나오고 있습니다. 


3) 바이오, 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 

많이 느끼시겠지만, 최근 투자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는 작년부터 매우 안좋았고, 플랫폼, 커머스 등에 대해서도 최근 긍정적인 분위기가 신중론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커머스는 최근 딜을 올리기 힘든 분위기까지 있습니다. 이는 결국 상장시장의 분위기가 시간차를 두고 비상장에도 온다고 생각됩니다. 바이오의 밸류에이션 하락, IPO 어려움으로 바이오에 대한 투자가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면, 커머스/플랫폼은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상장시장의 고밸류 논란(쿠팡, 마켓컬리 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커머스/플랫폼의 성장을 밸류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마켓컬리가 상장이후 가치에 따라 시장이 대대적 개편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PSR이 2-3으로 인정받아서 받았던 4조원의 밸류가 1-2조로 된다면 시장의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켓컬리도 1조인데, 너가 어떻게 1조야? 이런식으로요. 반대로 마켓컬리가 선방한다면, 커머스에 대한 투자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투자자의 투자기준 혼돈 

저만 그럴수도 있지만, 최근 어떤 회사에 얼마의 밸류에이션으로 어떤 것을 봐야 한다 이런 기준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 분야, 스테이지에 따라 기준을 가지고 투자하려고 했었는데, 최근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습니다. 저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현재 관찰하고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그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게 보인다. 투자를 못한 FOMO가 있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들어가서 먼저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VC하우스마다 어려운 포트폴리오가 있고, 위험한 것을 보면서 훌륭한 회사인데, 죽을 회사가 아닌데, 이러면서 내 생각이 틀렸나? 뭐를 못봤나? 이런 고민들을 다들 안고 있습니다. 투자분야, 밸류, 투자기준에 대해 리셋하고 새로 생각하는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 이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New Normal이 아니고 그냥 Normal로 바뀌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감소, 밸류에이션 원복, 수익성 중심 등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나? 이렇게요.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최소 내년초까지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더 악화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투자시장의 분위기가 바뀐 5월 이후 3개월 정도가 지났고, 신규투자가 어려운 회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 많아질 것이고, 투자회사내 VC 포트폴리오에도 점점 생기다 보면, 상대적으로 VC의 내부 투자분위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투자 보다는 살려야 하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선별 투자/지원 등으로 시장내 신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태펀드 예산 축소(1조 -> 3천억원) 및 LP의 펀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펀드 투자금 모집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대한 기존 펀드자금을 오래 투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투자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표님들께 한번 생각해 봤으면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몇가지 있어 말씀드려 봅니다. 저는 Survival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미없는 Survival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척박한 시대에는 살아 남으면 경쟁자가 다 죽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쟁자가 죽음에 따라 그 분야의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경색되겠지만, 경쟁자들의 시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1) Runway를 무조건 늘려야 합니다. 

비용을 Squeeze 해서라도 성장을 조금 포기하더래도 Runway를 무조건 늘려야 합니다. 지금은 성장의 기울기가 중요한 시기가 아니라 기울기가 조금 낮더래도 내실이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최소 1년 이상은 가지고 있으면 좋겠고, 1년 이하라면, Runway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투자시장이 언제 풀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인원을 공격적으로 채용하려고 생각하신다면, 한번 더 기존 인력을 더 할 수 없는지? 신사업을 한다면, 우선순위를 가려서 중요한 것부터, 수익성있는 것부터, 복지로 나가야될 돈이 있다면 좀 미루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밸류에이션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기존 투자자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면 좋지만, 밸류에이션도 살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밸류에이션 중요하지만, 만약 투자자들이 accept 하지 않는다면, 낮춰서라도 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로 낮추라는 것은 아니구요. 충분한 투자자가 동의하는 밸류에이션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최소 1년반 정도 살수 있는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투자자가 동의하는 밸류로 accept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투자자, 투자금 가리지 말고 받으면 좋겠습니다. 

투자자 레벨, 투자금의 규모 등 가리지 말고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Tier 1 VC 받으면 좋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큰 VC들은 현재 매우 높은 투심 Bar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현재 시장에는 SI(대기업), PE, 작은 VC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 붐으로 작년 올해 투자부서/회사가 많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시장과 상관없이 달성해야할 목표가 있습니다. 큰 VC가 빠진 곳을 PE가 리드하지만, 계약 텀이 빡세고 투자받기 쉽지는 않긴 합니다. 작은 VC들은 지금을 오히려 더 기회라 생각하고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오히려 더 쉬울 수 있습니다. 투자금도 5, 10억원 규모가 작아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준비상사태로 대표님이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빨리 실행해야 합니다

예전과 같이 어떻게든 투자는 받겠지 하고 너무 촉박하게 round 시작하신다면 큰일입니다. 투자를 못받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대표님이 Plan B/C 이렇게 상황을 다 컨트롤 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2-3달 빨리 실행하면 대표님이 컨트롤 하실 수 있었던 일이, 조금 늦어지면 컨트롤 하실 수 없을 수 있습니다.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준비상사태라고 느낄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원이 근무하기 좋은 회사도 좋지만, 직원들이 안전하게 평생 함께 갈 수 있게 하려면 지금 어떻게 내실있게 만드느냐? 이번 이 위기를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대혼란의 시대로 현재 전략이 안될 경우를 대비한 Plan B/C를 꼭 준비 부탁드립니다.  


5) 작년/올해초에 받은 밸류에이션은 매우 높고, 그 이상 밸류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치를 보여줘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드린데로 올해 초까지의 밸류에이션은 다시 볼 수 없는 고 밸류에이션이었습니다. 갓 만들어진 모바일 서비스가 Series A에 700억, 1,000억 밸류도 나올 정도로 과열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높은 밸류가 현재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초까지 투자받으신 대표님들은 정말 운이 엄청나게 좋지만, 그만큼 부담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번 밸류에이션이 우리 가치보다 높다고 인정하고 사업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물론 저희 대표님들 밸류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신규 투자자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챌린지가 어마어마 합니다.) 시장이 많이 바뀐 것을 인정해야 해결책이 보이고 다음과제가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6) 현재의 사업에 대하여 다시 한번 보고, 업의 정의를 다시 한번 해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성장방식, 목표, 평가방식, 비용, ROAS 등 다양한 지표를 다시 한번 새롭게 정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연 수익성이 있는 사업인지? 우리의 고객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규모의 경제가 나올수 있는지? 아니라면 새롭게 사업의 구조를 정의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맞다고 믿었던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달 정도 정말 마음이 계속 무겁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불확실한 환경속에서 대표님들을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으면 훨씬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aaS 회사들 중 많은 회사는 그들이 잘한것도 있지만, 경쟁사가 다 죽어서 시장의 Dominant한 사업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너무 주저리 주저리 했는데, 제가 너무 오버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시장의 전환기이기 때문에, 원심력의 속도에 의해 밖으로 튕겨져 나갈 가능성도 많습니다. 보수적으로 시장을 보고 대응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시장은 사이클이기 때문에 결국 회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을 알 수 없어 리스크를 줄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버티면 저희에게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기회가 올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보니 너무 많이 썼네요. 대표님 항상 믿고 화이팅입니다!!! 


2022.9.3일 새벽

김진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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