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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리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조종인


<악마와 함께 춤을>은 크리스타. K. 토마슨이라는 철학과 교수의 책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추천했고, 나도 책의 시놉시스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껏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다뤄왔던 방법을 정리한 뒤, 이에 반대되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거나 길들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글쓴이는 부정적 감정이란 정원에 있는 지렁이와 같아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정원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삶은 원래 혼란스럽고, 감정은 완벽히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니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렇게 쓰인 이 책의 초반부는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중반부, 후반부로 갈수록 의문점이 가중되었고, 점점 흥미를 잃어버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이 책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부정적인 감정도 그 종류가 다양한데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천편일률적이다. 책에서 예시로 든 부정적인 감정은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쌤통, 경멸 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다루는 결론은 결국 하나다. '감정을 그대로 놔두고 탐구하라'는 것. 감정별로 세세한 차이가 있을 텐데, 그에 따라 각자 다른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로, 글쓴이가 제시한 해결방안이 너무 모호하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분노를 대하는 방식으로 제시한 것은 '분노를 그냥 느껴라'이다. 그런데 분노를 참는 것, 그리고 그냥 느끼는 것 둘 다 결국 외부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다. 두 행동의 차이를 제대로 서술하지 않은 모호한 방식은 독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세 번째로, 책에서 주장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탐구'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니체의 철학을 인용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비난하지 말고 탐구하라"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그 탐구의 깊이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내 생각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은 심연과 같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탐구하기 위해 잠깐 발만 담갔다가 바닥을 모르는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영화 <큐어>에 나오는 살인범처럼 태연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인 콜드 블러드>라는 책을 집필하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져버린 카포티도, 모두 시작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탐구' 아니었을까? 탐구라는 행위는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적정한 경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탐구의 대상이 '부정적인 감정'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정리하자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으나, '이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글쓴이가 비판했던, 감정을 통제하는 수단인 '명상'과 '마음 챙김'쪽이 오히려 실용적인 해결책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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