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먼저 알아주면 안 될까?
먼저 말해주면 안 될까?
아니 꼭 뭘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아니 또 그냥 넘어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래서
내가 먼저 말하긴 좀 그래서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까 봐
너희가 모르고 미안할까 봐
그냥 그렇다고
이번 주 금요일 내 생일이라고
아이들에게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언제인지 묻는다면 아마 '생일'을 꼽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도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날이긴 하지만, 생일은 나에게 좀 더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날,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는 것도 좋고,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 더더욱 기쁜 날이다. 그리고 평소보다 엄마의 잔소리가 적은 날이기도 하다. 한 마디 하려다가도 '생일에 이런 소리 들으면 기분이 안 좋겠지?' 하는 생각에, 아이의 좋은 기분을 하루종일 유지시켜주고 싶은 엄마의 배려가 있다면 말이다.
내가 생일인 걸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어릴 땐, 일단 새해가 시작되면 집에 걸려 있는 달력에 제일 먼저 내 생일에 크게 동그라미를 쳐 놓곤 했었다. 요즘은 큰 달력을 걸어놓지 않는 집도 많고, 폰에 들어있는 스케줄 앱으로 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은 그런 일이 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우리 둘째는 매년 학교에서 받아오는 탁상 달력에다 가족들의 생일을 표시한다. 가끔 일정 이야기를 하면서 날짜를 보려고 달력을 볼 때, 아이의 글씨와 그림을 보면 귀여워 웃음이 난다.
요즘은 문자메시지 대신 거의 전 국민이 사용하는 0톡 어플이 있어, 생일을 알리고픈 내 마음을 대신해 준다. 솔직히 가족들 외에 지인들의 생일까지는 잘 외우지 못하는데, 아침에 0톡에서 오늘의 생일자를 알려주기 때문에 잊지 않고 축하 연락이나 선물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도 폰이 있는 나이라면 친구들이 그 알림을 보고 나의 생일을 축하해 줄 것이다. 그래도 생일이 속한 달부터 설레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미리 친구들에게 생일을 알리고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기도 한다. 그 선물이 크게 비싸고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 용돈 수준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원하는 선물을 받는 것도 나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예쁜 쓰레기들이 쌓이는 걸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ㅎㅎ
얼마 전 처음으로 딸의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친구들 생일파티는 많이 갔었는데, 4학년이 되도록 한 번도 파티를 열어주지 못해 마음에 좀 걸렸기 때문이다. 요리실력이 별로 없는 나는 밖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사 먹고 집으로 와서 노는 코스로 준비했는데, 그래도 나름 파티 용품을 구입해 거실도 꾸며 놓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과일도 준비했다. 그리고 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생일케이크를 주문해서 만들었다. 우리 딸이 좋아하기를 바라며 엄청 신경이 쓰여, 아이들이 노는 데 불편할까 봐 남편과 안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생일은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날이기도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날이기도 하다. 그건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이실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생일만큼은 슬프거나 힘든 일 없이, 내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임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