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열정하닌, 팩트 | 깨달음
열정 없이 시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있었고,
그 동기가 있었기에 공부했고,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패션 회사에 들어가고, 패션 브랜드를 만든 것이
나에게는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왜 꿈은 품게만 하고,
현실은 알려주지 않았을까?
왜 시키는 일만 하라면서,
왜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을까?
왜 현실은 결과만 요구하고,
자기 기준으로 평가만 하려 했을까?
그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어릴 적 꿈은 불나방 같은 열정으로 소모되었다.
회사는 “원래 그런 거다”라며 버티기만을 강요했고,
현실은 언제나 생존을 위한 돈벌이였다.
그저 내 일이 하고 싶어서 차린 브랜드는
고집이었는지, 길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인정에 목말랐던 건지…
결국 돈도, 정신도, 세월도 소모되어 버렸다.
패션 브랜드 역시 결국 사업이었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래도 깨달은 것은
패션 브랜드 역시 사업이었다는 것.
단지 ‘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한 형태였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정은 모호했고,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하고 있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저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만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 큰 독이 되었을지 모른다.
핑계라면 내가 본 세상이 그것 뿐이었고,
내가 걸어온 길도 그것 뿐이였다.
하지만 일찍부터 사업의 본질과
패션 브랜드 운영에 대한
현실적 예행연습이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길을 걸었을까?
아니면 더 일찍 자리를 잡았을까?
돌아보면 나는 비즈니스의 판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도구 생산자였던 것이다.
그저 하고 싶은 것에 목말라,
그걸 위한 도구들을 만들어냈고,
그 도구들을 다 써버리면,
다시 도구를 만들었다.
그러다 하고 싶은 것에도 지쳤을 때,
영혼이 빠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한
도구를 만들고 있었을까?
왜 하고 있었을까?
패션이라는 꿈을 품고,
그 꿈을 원하기에 달렸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했다.
현실에 정신을 차리기도 했고,
현실에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결국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나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구는 순간을 살리지만, 판은 시간을 이어준다.
판의 구조는 어느정도 알아야 설계가 가능하다."
그래야 최소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