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정하 Nov 20. 2022

기안 84와 송민호, 그들의 그림

그림을 그리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미술관 관람할  큐레이터 해설을 듣고 작품을 관람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의미가 마음에 와닿는다. 관심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신기하게 자주 보게 된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눈에 들어온다는 표현이 맞다. 썸을 타는 사람과는 어딜 가나 마주치고 만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 그림에 관심이 꽂혀있다.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는 사람에  관심이 간다. 최근  ‘ 혼자 산다' 기안 84 송민호와 함께 그림이 전시된 영국 사치 갤러리를 떠나 예술의 거리 쇼디치를 방문한 내용이 방영됐다.  송민호는 이미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전시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전시에 기안 84 함께 참여했다. 둘은 전시를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쇼다치를 방문해  빈티지 숍에서 쇼핑을 마치고 영국 70 전통 화방에 들른다. 영국의  '호미 화방' 셈이다.




풍경 스케치를 시작하고 수채화 채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수채화 그림 도구 소개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하게 되는 붓의 호수와 수채화 채색을 위한 도화지 안내를  주었는데 들었지만 이름이  외워지지 않는 전문 종이였다. 수채화 물감도 소개해 주었는데 영국 수채화 전문 물감 '윈저엔 뉴톤'이었다. 선생님은 자신도 물감 차이가 얼마나 있겠나 싶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언제 여행을 가서   물감을 써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수채화 물감은 좋은 제품으로 구입해야 그림 그리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요리할  원재료가 싱싱하고 좋으면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는 말로 들렸다. 문제는  '윈저엔 톤’ 물감이었는데  주변 가장  전문 화방을 가면   있을 거라 예상하고 갔는데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자주 들르는 교보문미술품 코너에도 없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홍대  '호미 화방' 추천했다. '호미 화방' 그렇게 알게 됐다.

나혼산 송민호가 영국 70년 된 전통 화방에 들어가면서 기안 84에게 말한다. "여기가 우리나라 '호미 화방' 같은 곳이야." 둘은 그곳에서 그림 그릴 스케치북, 붓, 물감을 구입해 나온다. 카메라로 쓱 영국 화방을 훑어보는데 물감 갖가지 색의 물감 염료들과 페인트 통만 할 크기의 물감들이 보인다. 파란색 한 가지만도 수십 가지 색의 물감이 즐비하다. 화가라면 자신이 원하던 바로 그 색을 발견한다면 유레카! 를 부를 법하다. 나혼산을 보면서 나도 여행을 간다면 그 나라 화방을 꼭 들를 거라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취미로 얻은 새로운 관심이 생긴 셈이다. 색에 대한 애정, 애착, 관심이다.


기안 84와 송민호는 영국 전통 화방에서 나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걷는다. 도심 속 공원을 찾아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초록 잔디 위에 앉아 그림 도구를 펼친다. 그림 주제는 '오늘 영국에 대한 느낌' 그리기다. 잠시 뭘 그릴까 고민하던 둘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해는 벌써 뉘웃 뉘웃 저물고 풀밭에서 휴식하던 영국인들은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시간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안 84보다 앞서 그리기를 마친 송민호는 짧은 여행 중 그림을 그린 적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린 연초록 기린 그림을 보여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웃고 있는 기린 목 주변으로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그림이다. 민호 그림을 보고 기안 84가 말한다. 이제까지 기린 그림이 우울해 보였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기안 84년 영국에 와서 전시회 참여를 위해 업스타일 머리를 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자신을 잘 생기게 그릴 걸 보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민호가 옆에서 거든다.

기안 84는 영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전시회를 한 경험도 대단했지만 화방에서 그림 그릴 도구를 사서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그림을 그린 자체가 너무 좋았다며 그동안 자신에게 그림은 일이었으며 잘 해내야 하는 업무였으며 동시에 스트레스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민호와 공원 풀밭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그림을 이렇게 그릴 때 행복하구나 느꼈다며  감사를 표현한다.




기안 84 푸른색으로 머리를 위로 부풀려 단장한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민호는 기린이 눈을 가느다랗게 미소 지으며 하늘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얼굴을 그렸다.  그림 모두 자신의 행복한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영국에서의 오늘 하루 느낌' 주제로 그림을 그릴  영국의 어떤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야 하지? 당황스러웠다.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같다. 그림 이미지를 통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표현하는  그림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색을 통해, 이미지를 통해, 표현 기술을 통해.

여행 가서 함께 그림 그릴 사람이 생기길 기도하기로 했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리는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여행지를 몇십 배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프라하, 오스트리아로 생애 처음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카페에서 여행기를 써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재미로 신났던 기억이 난다. 오롯이 혼자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내 몸의 모든 감각이 열려 느끼고 감각한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완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내 버킷리스트에 한 줄 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