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듯, 난 재난영화의 공포처럼 기억되는 그날의 비행으로부터 살아서 착륙했다. 작은 도시의 공항답게 정말 아~무것도 없었으며 다리(bridge)가 연결이 안 되어 있는 관계로 버스들이 작은 비행기들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기상악후로 비는 억수처럼 쏟아졌다. 우산 대신 챙겨 온 비옷은 캐리어에 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미리 샀던 유심을 끼우고 작동해보지만 무언가 잘 되지 않는다?!?!!!!!!! 묵을 숙소 주소도 다 폰에 있는데… 당황하자 나도 모르게 팔과 다리가 푸드덕,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저기요, 혹시 한국분이세요??”
?!?!!!!!!!! (한국말이다!!!!) 네!!!!!!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누군가 한국말을 하며 말을 걸어온다. 내 라인에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에 줄곧 앉아있었던 모양이다. 깔끔한 회사원 이미지의 한국 남자였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주었고, 난 내 상황을 쏟아내듯 꺼내었다. 쏟아냄 속에서 내 불안함도 읽힌 걸까?
“우선 제가 테더링 해드릴게요.
주소부터 확인하세요”
“감사합니다”
난 재빨리 주소를 찾아 받아 적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검색했다. 대중교통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 날 이후, 난 숙소를 무조건 시내 쪽으로 잡는다.
나도 모르게 또 퍼덕거렸나? 테더링 해주신 감사한 은인은 주소 한 번 봐도 되겠는지 물었다. 난 주소를 보여줬고, 그 은인은 뜻밖에도 더욱 감사한 제안을 해주셨다.
“사실 전 여기 파견 나와 있는데, 보니까 비도 너무 오고 어차피 가는 길이기도 하니 기사님 오시면 잠깐 세워달라고 할게요”
내가 유럽여행을 빙자한 면접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꽤 많은 은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 분이 내 첫 번째 은인이다. 지금은 가물가물하지만 기x? 현x? 쌍x? 요 3개 중 하나의 회사를 다니시는 분이셨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물으셔서 면접도 보고 유럽여행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첫 번째 은인 덕분에 난 무사히 시내도 공항도 아닌 어딘가의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분은 내게 행운이 있기를, 나는 감사함을 전하며 헤어졌다. 이제 다시 혼자다.
체크인을 하고 어찌 됐건 이제 내 등을 붙일 방에 도착이다.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내 여정의 시작. 첫날밤 느꼈던 설레임과 두려움 섞인 심장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면접은 당장 모레. ‘내 첫 면접이 코앞이다. 이 여정은 날 어디로 데려가줄까?’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함께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하루종일 동동거렸던 피곤함에 지쳐 스르륵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