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하는 날들
음언니는 오른쪽을 못 쓴다. 어쩔 수 없이 왼손만 사용한다. 사실 왼손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신생아 손처럼 보드랍다. 반면, 왼손은 목수나 농부의 손처럼 두껍고 단단하다. 하루 종일 손으로 일을 하는 것처럼 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뭐든 부지런히 찾아내 왼손 운동을 한다. 화날 때면 그 왼손 손바닥으로 제 머리를 치거나 손가락을 물기도 한다. 제 딴에는 열 받을 때 하는 행동인데, 미안하게 웃음이 나온다. 어릴 때, 나는 기분이 안 좋은데 어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웃을 때 짜증이 났는데, 막상 음언니를 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짜증 나는 것도 귀여워서다.
왼쪽, 오른쪽이 다른 것 외에도, 음언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얼굴이 다르다. 왼쪽 볼에는 뭐가 붙어 있다. 주름지고, 흐물흐물한, 약간은 까무잡잡한 것이 꼭 마르다 만 진흙 덩어리 같은 것이. “아기 뇌랑 피부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다고 들었는데,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아마 그때, 문제가 생겨 음언니 뇌랑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고 음언니 전문가, 엄마는 말한다.
그런 이유로 음언니 왼쪽 볼에는 울퉁불퉁하고 주름진 여분의 살덩이가 붙어 있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갈 정도의 독특한 외모다. 그런데도 음언니는 비교나 평가에서 자유롭다. 음언니는 음언니 그 자체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음언니를 그렇게 봐주는 건 우리 가족 외에는 잘 없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언니를 봐와서인지 난 음언니 얼굴이 이상하다거나 안타깝거나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진흙 덩어리를 보고 잘생겼다 못생겼다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처럼, 음언니 얼굴에 붙은 그것도 단지 눈이랑 코처럼 원래 얼굴에 붙어 있는 것이라 여겼다.
남의 얼굴을 볼 때면 작은 점이나 사소한 트러블 하나에도 인상이 좌우되는데, 음언니를 보면 그렇지 않다. 음언니를 볼 때면 아주 두꺼운 콩깍지가 눈에 덮이나 보다. 최근 들어 음언니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생겨도, 여드름이 나도, 그런 게 신경 쓰이기 전에 귀여움이란 장막이 내 눈을 가리니 말이다.
얼마 전 음언니의 트레이드마크라 볼 수 있는 진흙 덩어리를 잘라내게 됐다. 음언니가 흘린 침이나 여름에 흐른 땀이 음언니 볼에 붙은 피부에 고여 가려움을 유발해 자꾸 긁어서다. 긁어서 피가 나고 딱지가 않아 나으려 하면 다시 가려워 긁었다. 보통 어른도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음언니에게 참으라고 하기는 무리다. 결국 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간단한 수술이라 다른 사람 같으면 부분 마취를 받으면 되지만, 음언니는 전신마취를 했다.
문제는 수술을 무사히 마친 음언니가 생각보다 일찍 마취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고개를 젖혀 상처가 벌어졌고, 다시 꿰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마쳤다. 그해 여름, 작년 같았으면 많이 긁어서 괴로워했을 텐데,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문제는 이듬해였다.
그 덩어리가 너무 커서 남겨둔 것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쪽을 긁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고민 끝에 남은 것도 잘라내기로 했다. 꽤 부위가 넓었음에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덩어리를 잘라낸 만큼 벌어진 부위를 끄집어 당겨 꿰매는 식이다. 이번에는 부위가 넓어서 그런지 저번보다 더 잡아당겨 꿰매야 했다. 가려움증을 유발한 여분의 살덩어리는 거의 없어졌지만 그만큼 왼쪽 얼굴을 잡아 늘인 것처럼 됐다. 마치 손으로 볼을 꼬집은 모양이다. 피부과가 아니라 성형외과에서 했는데, 미용 효과는 마이너스가 됐다.
안 그래도 왼쪽 눈이 더 째진 음언니다. 입꼬리도 내려간 편이다. 그런 데다 왼쪽 볼을 옆으로, 또 약간 밑으로 잡아당겨 놓으니. 비대칭이 심해졌다. 게다가 왼쪽에는 여드름도 났다. 엄마는 솔직한 편이다. 음언니 얼굴 평가도 그렇다. “오른쪽 얼굴은 그림같이 예쁘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오른쪽 얼굴은’이라고 항상 강조하는 걸 보면, 왼쪽은 아무래도 아니라는 거다.
내 눈에는 음언니 왼쪽 오른쪽 얼굴 다 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얼굴은 좀 촌스럽지만 단아해 보이고, 좀 늘여 놓은 왼쪽 얼굴은 좀 더 특이하면서도 도시적인 인상을 준다. 모델한테는 미안하지만 어떻게 보면 모델 얼굴 같기도 하다.
음언니를 데리고 화장실에 갈 때면 화장실 거울에 음언니가 비친다. 거울에 비친 음언니가 모습은 낯설다. ‘이렇게 생겼다고?’ 내 눈으로 보는 음언니와 너무 차이가 심하다. 분명 내 눈에 비친 음언니는 매력적인데, 거울에 비친 음언니는 비대칭이 심하고 좀 찌그러지고 표정도 별로 좋지 않다. 특별히 그 거울이 못생겨 보이는 건가 하면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내 얼굴이 가끔은 괜찮아 보일 정도의 거울이니 꽤 인심 좋은 거울이다.
카메라도 그렇다. ‘셀카 사기꾼’이라는 뜻의 ‘셀기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셀카는 대부분 잘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셀카조차 음언니를 비추면 원래보다 못하다. 삐뚤빼뚤한 본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왼쪽 오른쪽의 비대칭도 그렇고 쭉 찢어진 눈이며 각진 턱, 등 일일이 지적하기 민망할 정도다.
그런 음언니의 외모가 빛을 발하는 때는 내 눈이나 가족의 눈을 통해서다. 음언니의 얼굴이 빛을 발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눈에서 빛을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언니는 다른 누구의 눈이나 카메라 렌즈나 거울이 필요 없다. 스스로 거울에 비춰보지도 않고, 사진은 더더욱 찍지도 않고, 다른 사람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내 눈에만 예뻐 보이면 그만이다. 남의 눈에 띌 일도, 예쁘게 보여서 좋을 일도 거의 없다. 눈을 아무리 씻고 봐도 이만하면 아주 아름답고 예쁜 음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