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세계가 온다
"이거 사람들 속여서 등쳐먹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러지 말고 성실하게 일해서 돈 버세요~"
몰래카메라 전문 유튜버가 몰래카메라 대상으로 '도를 아십니까'를 골랐다. 평소 애교스러운 장난에 그쳤던 영상들과 달리 진행자도 다소 격양된 듯했다. 속여서 등 처먹는 그들, 자가 복제라도 한 듯 비슷비슷한 차림새에 말투, 25년 전 엄마에게 벌어졌을 그 일이 생생히 그려졌다.
음언니가 태어나던 해, 엄마는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기형으로 태어난 음언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한 열병과 뇌수막염을 앓았다. 혼수상태를 오가는 음언니를 보며 엄마는 살려만 달라고 기도했다. 다행히 상태가 나아져 음언니가 집에서 지내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하루는 엄마가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는데, 하필 그 동네가 '도를 아십니까' 출몰지역이었다.
"저기 근심이 있어 보이네요?" "아..."
그때만 해도 '도를 아십니까' 초창기 시절이었다. 엄마는 도에 대해 잘 몰랐을 뿐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한다. 하필 유난히 근심이 가득한 게 맞았던 엄마는 그들이 던진 미끼를 물었다.
'옳다구나' 도를 아십니까는 확신했을 것이다. 선하고 어리바리한 인상의 새댁에게 드리워진 그늘. 엄마의 수심은 그들에게 는 마치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더위를 식힐 그늘로 보였을 것이다.
"저희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공부하는 사람들인데요~ 보니까 너무 안 좋아 보이세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마디를 나누다 보니 엄마는 집에 두고 온 음언니가 걱정됐다. 뭐가 됐든 빨리 마무리하려는 맘에 서둘렀다. 급한 마음에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하고 돌직구를 던졌다. 앞으로 몇 바퀴는 빙빙 돌아야 하는 줄 알았을 그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말이었을 테다.
"조상님께 정성을 들이면 되는데, 저희가 기도를 해드리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바쁜 엄마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을 향해 재차 물었다. "촛불 값이 필요해요" "만원밖에 없는데." 엄마는 주머니에 있던 만원을 꺼내어 그들 손에 쥐어줬다. "제가 바빠서요." 엄마는 그렇게 황망히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엄마가 던진 돌직구를 얼떨결에 홈런은 아니더라도 빗맞은 안타 정도로 받아친 격이 아닐까.
조금만 일찍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도를 아십니까' 몰래카메라는 내가 했을지도 모르겠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아니면 평소 한가해 보이는지, 어수룩해 보이는 건지 몰라도 나는 한 때 ‘도를 아십니까’를 달고 다녔다. 좀 과장하면 ‘도를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라는 팻말을 달고 다닐까도 생각해 봤다.
나이를 먹고, 다소 거칠어진 인상 때문인지,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엔 이미 도를 아십니까가 잘 접근하지 않을 때였다. 그래도 언젠가 그들과 조우할 날을 기다리며 이를 갈고 있다. 도를 아십니까 참 교육 콘텐츠를 보며 대리 만족하면서, 또 대사를 읊조리면서.
"가뜩이나 불쌍한 사람들 등 처먹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고"
그때로 돌아가 엄마를 괴롭혔던 그 사람들 혼을 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