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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건 Oct 29. 2021

[AI] AI 작가의 작품은 누구의 것인가


비람풍 작가의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얼마 전 출간되었습니다(파람북 출판사, 2021. 8.). 소설은 지체장애인 아마추어 수학자, 수학과 교수, 정신의학과 의사, 천체물리학자 등 다섯명의 주인공이 각자에게 주어진 비밀을 탐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위 소설의 저자는 ‘비람풍’이라는 분이고, ‘소설감독’ 김태연씨가 함께 공동저자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비람풍’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AI이며, ‘지금부터의 세계’는 소설가 김태연씨가 지난 6~7년간 비람풍이 소설을 집필하는데 필요한 1000여종의 자료를 딥러닝 시킨 결과물입니다. 김태연씨는 비람풍의 집필 수준에 대하여 “문장력은 사실상 거의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수준으로 깔끔하다”고 하였으며, 다만 오롯이 비람풍 만의 집필만으로는 아직 소설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부터의 세계’는 한국에서 AI가 집필한 최초의 장편소설이지만, 사실 AI가 집필을 시작하게 된 건 이미 40년 전의 일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런데 딥러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AI가 집필한 작품의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 뿐 아니라 음악, 그림 등 예술작품에서 AI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구글의 인공지능 딥드림의 그림, 일본 AI소설 ‘컴퓨터가 쓰는 날’, 중국 AI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경기필하모닉의 AI 작곡가 등등). 


그림: 구글 AI 딥드림이 그린 그림 (출처: deepdreamgenerator.com)


그럼 AI 작가가 만든 작품은 누가 소유하는 걸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지금부터의 세계’야 소설집필을 ‘감독’한 분이 소설가 김태연씨 본인이고, 본인도 공동저작자로 올렸기 때문에 소유권 귀속은 당연히 김태연 소설가가 보유하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집필하고자 하는 사람이 다른 회사의 딥러닝 기술 또는 AI를 구입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사용하여 소설을 집필하였다면 그 작품은 누구의 소유일까요? ‘소설감독’일까요? AI를 만든 회사일까요? 아니면 그 소설의 원료가 된 데이터의 소유자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소유도 아닐까요?


이 문제는 “인공지능 저작물의 저작권 귀속”이라는, AI를 연구하는 법학자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있는 쟁점입니다. 이 문제해결의 향방에 따라 예술 분야를 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에 따라 생기는 각종 문제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한번 바라보겠습니다. 모든 법은 ‘정의’를 추구합니다. 정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평, 균형, 질서를 포함하지요. 저작권법에서는 늘 ‘저작자의 권리’와 ‘저작자 외의 다른 사람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간의 긴장이 있고 그 긴장 속에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창의적인 저작물이 많이 나오게 하면서도, 그러한 창의적인 저작물이 독점되지 않고 공정한 방법으로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야 하기 때문이죠. 


인공지능과 관련하여서도 이러한 긴장점이 생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술을 가진 소수의 회사가 인간예술가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소설이나 시, 미술작품, 음악들을 만들어서 저작권을 인정받는다면, (예술가들의 생계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인간이 ‘창작성(Originality)’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들이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적인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일까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일단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일까요?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든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은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라고 정의하고 있고, 저작권은 저작자의 인격이 발현된 권리라고 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법인격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는 현행법상으로는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저작물로서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인공지능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한 개발자를 저작권자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도 좀 이상합니다. 인공지능 창작물은 ‘개발자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것은 아니고, 기술개발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을 만드는 도구를 창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유명 작가들은 휘하에 작가들을 고용해서 자신의 저작물을 창작하는 것을 돕도록 하고 그 완성물이 자신의 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인공지능 창작물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사상 또는 감정을 투영하는 도구로서 사용된다면 당연히 이러한 논리가 설득력이 있지만, 사실 딥러닝 기술에 따른 산출물은 인간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반론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를 저작자로 보는 것도 문제가 있지요. 


그럼 기술을 구입하여 작품을 ‘감독’한 사람은 어떨까요? 그나마 ‘감독’은 저작권자로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즉, ‘감독’이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제작한 창작물을 토대로 자신의 사상 또는 감정을 독창적으로 표현하였다면 저작권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감독이 마음 먹고 숨기고 인공지능 창작물을 그대로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속여서 출작을 하면 그것이 저작물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다른 글에서 설명드렸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자에게도 사실상 저작권자와 유사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즉, 데이터베이스는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 아님에도,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투자와 노력을 보호하기 위해 저작물처럼 보호하는 것입니다. 저작권법은 데이터베이스를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로서 개별적으로 그 소재에 접근하거나 그 소재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예술작품 중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소설이나 시 등의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림이나 음악을 데이터베이스로 보호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요(모든 음악이나 그림이 데이터화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이나 그림을 녹음하거나 스캔한 복사본이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어색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결론


아무튼 이제 결론을 내려고 하는데요,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창작물을 현행법상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점이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인공지능 창작물의 보호에 대해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해서 인간이 만든 창작물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하되 그 권리를 더 강하게 제한하는 방법(보호기간이나, 정당한 이용의 범위 수정 등)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권리는 완전히 새로운 법보다는 저작권법에 편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길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법무법인 미션 MISSION 장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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