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시뿐 아니라
꽃에도 약합니다

류시화 <저녁기도>

by 정강민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기립근이 약해 잘 무너집니다

나를 붙잡아 주소서

나는 가시뿐 아니라 꽃에도 약합니다

외로움에도 약하고 그리움에도 약합니다

세상 속에 사는 것에도 약하고

세상을 등지는 것에도 약합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사랑에도 약하고

미움에도 뼈저리게 약합니다

말주변 없는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저항하는 것에도 약하고

받아들이는 것에도 약합니다

축복에도 약하고 저주에도 약합니다

.....

.....

나는 혼자인 것에도 약하고 함께인 것에도 약합니다

손을 내미는 것에도 손을 거두는 것에도 약합니다

다시 한번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나는 시작에도 약하고 끝에는 더 약합니다


류시화 <저녁기도>


나와 같네^~^


카프카의 이야기가 생각나네!

"내가 잘하는 것은 넘어지는 겁니다.

더 잘하는 것은 넘어진 채로 그대로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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