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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강민 Aug 05. 2023

자신보다 30살 어린 젊은 남자와의 사랑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1940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여류 작가,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했다.

이 책은 그녀가 50대에 서른 살 정도 어린 젊은 대학생과 사랑했던 이야기다. 실제 체험담이다.

아니 에르노


글의 첫 시작은 이렇다. 

"5년 전, 한 대학생과 어설픈 밤을 보냈다. 그는 1년 전부터 내게 편지를 보내왔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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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글을 쓰도록 나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나는 종종 섹스를 했다. 섹스 후의 고독과 피로를 느끼며, 삶에서 더는 기대할 것 없는 이유들을 찾고 싶었다.(중략) 오르가슴을 느끼고, 한 권의 책을 쓰는 것보다 더 강렬한 쾌락은 없다는 확신을 갖고 싶었다. 

-> 그녀는 이 사랑이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사랑을 부추겼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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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가 그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멈춰 설 때면, 나는 떨어져 있었고 그들은 힐끔힐끔 나를 바라봤다. 그러고 나면 그는 우리와 마주쳤던 이의 학력에 대해, 그의 성공이나 실패를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중략) 그는 나를 내 세대에서 빼내주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세대에 속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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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누구에게난 자신만의 골칫거리가 있다'고 확신하는 요즘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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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한참 동안 무슨 꿈인지도 모른 채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 그녀의 젊은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쓴 내용인데,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공감간다. 어디를 향해 달려가기는 가는데 도대체 거기가 어딘지를 모르는 현재의 나 자신의 모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30. 그가 언젠가 결혼해 아이의 아빠가 될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포옹하며 둘 다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서로의 눈을 보며 그려본 이 미래는 전혀 슬프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처럼 현재를 살았기에, 미래는 현재의 순간을 훨씬 더 강렬하고 비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맛보며 각자의 상실을 상상하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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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내 육체는 이제 나이를 잃었다. 레스토랑에서 근처에 앉은 손님들의 무례하고 질책하는 시선을 느낄때만 나는 비로소 나이를 깨달았다. 내게 일말의 수치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그 시선은 '아들뻘' 남자와의 관계를 숨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공고히 다져주었다. (중략) 내가 스물다섯의 젊은 남자와 있는 이유는 내 또래 남자의 주름진 얼굴, 나자신의 늙은 얼굴을 내내 앞에 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얼굴 앞에서는 내 얼굴도 그처럼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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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때로 나는 내 또래 여자들에게서 그의 시선을 끌고 싶어하는 욕구를 눈치챘다. (중략) '저 여자가 마음에 든다면, 나이 많은 여자를 더 좋아한단 애긴데, 왜 난 아니지?' 저들은 성의 시장의 법칙이라는 현실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았고,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여자가 그 시장의 법칙을 위반했으리라 생각하며 희망과 대담함을 얻었다. 나와 있는 남자의 욕망을 사로잡고 싶다는 태도 - 거의 대부분 은밀하게 - 가 아무리 성가시다 해도, 젊은 여자들이 그보다 더 나이 많은 여자가 옆에 있다는 사실은 마치 하찮은 장애물, 한술 더 떠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장애물이라는 듯 대놓고 내 앞에서 그를 유혹하는 뻔뻔함만큼 거슬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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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어느 일요일, 페캉에서 바다 근처 방파제를 따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해변을 따라 시멘트로 만든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는 우리가 동성커플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중략) 나는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승리감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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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그에게 생각 없이 물었다. "젊은 여자에게 끌리지 않아?" 그가 놀라는 기색을 보인 후 웃음을 터트렸을 때, 나는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의 이해심과 아량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이었을 뿐, 그의 욕망의 진위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한 시간 전에 그 증거를 획득했었다. 그런데 그 질문은 내가 이제 젊지 않다는 것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내가 그를 지칭했던 젊음이라는 범주에서 그를 배제시켰다. 마치 나와 함께 있는 것이 그를 젊음의 범주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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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는 허약하고 곱슬머리를 한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긴 머리에 인상을 쓴 청소년기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중략) 나는 더 무리해서 스무 살, 스물 다섯 살의 사진을 꺼냈다. 허영에 들뜬 가장 예쁜 사진을 골랐는데, 바로 그 사진이 더 초췌해지고 더 경직된 지금의 내 얼굴과 비교하며 더 잔인하게 만들 수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다른 젊은 여자였다. (중략) 은연중에 내보인 그의 반응은 "이 사진이 나를 슬프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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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나는 오랜 시간 회피해왔던 불법 임신중절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났던 이 사건에 대한 글쓰기를 진척시킬수록, 나는 점점 더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그를 떠나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도 더 전에 내가 태아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를 떼어내고 몰아내고 싶어했다는 듯. 나는 꾸준히 글을 썼고, 거리두기라는 단호한 전략으로 이별을 위해 노력했다. 몇 주 차이로 책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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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가을이었다. 나는 세 번째 밀레니엄 속으로 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 행복한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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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200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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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 여성특유의 섬세한 시선이 엿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오랜전(1998-2000)에 써 놓았던 글을 2022년에 발견하여 다시 추억하며 글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사랑은 세 사람이 하는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지켜보는 또 다른 나. 아니 에르노는 이 응시에 관한 대가다." 라며 이슬아 작가의 뒷표지 설명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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