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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Jul 01. 2021

글쓰기가 돈이 되었다

정말?


브런치를 하니 너튜브 앱은 잘 안 들어가 진다. 운 씨가 광고 안보는 약정에 온 가족을 등록시킨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다. 각자 본 영상이 다른 가족과 공유가 된다. 이 나이에 몰래 볼게 뭐 있겠냐만… 하나 있구나...

식구들은 내가 서양 클래식이나 팝을 즐겨 듣는 줄 아는데 가끔 트로트를 들으며 흥얼거린다. 노래를 좋아했던 부모님 덕에 트로트를 어릴 때부터 무던히도 많이 들어 웬만한 건 다 따라 부를 수 있다. 가끔 혼자 있을 때 트로트 가수들처럼 온 감정을 끌어모아 구성지게 함 불러본다. 트롯 경연 방송을 보며 저건 시민들 이성을 마비시키는 프로그램이라고 혀를 찼으면서 이렇게 흉내 내니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라 왠지 비밀스러운 사생활 같다. 젊은 도도 광고를 줄기차게 볼지언정 이 계정에 합류하지 않을 거라고 충분히 예감할 수 있었고, 그랬다. 공동체? 의식이 은근히 있는 운은 젊은 도와 나의 이런 소소한 감정을 잘 모른다. 다 좋자고 그렇게 했으니 마음껏 봐도 된단다.


글쓰기에 회의감이 들 때면 운의 의도대로 마음껏 보는 영상이 있다. 스라 작가 영상이다. 처음엔 젊은 작가의 습기 머금고 풋내 나는 여름 숲 같은 글에 매료되었고 시간이 지나니 그녀의 삶이 그저 신기해 자꾸만 엿보고 싶어 졌다. 어떻게 보면(내 경우인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물음표 시간이었던 그 나이에 세상을 향해 당당히  발언하며 소신껏 나아가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오랜 기간 에세이 쓰기를 통해 그녀의 표현대로 자아의 이동, 자아의 해방에까지 이른 과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겠지만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늘 쓴 글(영혼의 움직임)이 바로 돈으로 환산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이야기에 놀란 건 오래전 일이고 요즘 새롭게 다가온 건 엄마와의 관계다. 성인이 되어도 엄마라는 환경에 그렇게 영향을 받는 사람도 드물 것이고 또 그렇게 서로를 객관화시켜 인간대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녀도 드물지 싶다. 늘 영향을 주고받고 함께 하지만 각자는 자기 삶을 산다. 모녀의 진실을 알지는 못하지만 글, 인터뷰 영상에 비친 모습은 그랬다. 그런 영상을 보며 나는 또 나 보고 싶은 대로 짐작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퇴근한 운이 스라 작가 거 많이 올라와 있더라, 이런다. 또 그걸 말을 하니…. 나 원래 가끔씩 보잖아…. 영이 글은 언제쯤 저렇게 될까? 뭐어???? 설마 당신 내 글이 돈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이 말을 해놓고 눈이 마주친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킥킥킥 웃었다. 농담이지!…. 그래, 농담이겠지만 팍 꽂히는 말이다.


운(云)에게 정말 운(運)이 따르지 않았던 지난날, 내가 동화 한 편 잘 써서 자기 인세 받으며 살게 해 줄게, 큰소리 땅땅 치며 위로랍시고 해준 시절이 있었다. 가능성이 없어 오히려 부담감 없이 말한 내용이었고 운도 유머로 받아들이는 듯 씨익 웃었다. 설사 동화 작가로 등단했다손 치더라도 책방에서 일하며 제법 인지도 있는 동화작가들을 만나보니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작가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웃지 마시라! 어떻게 긴 시간 고치고 고치고 영혼을 끌어모아 작품 딱 하나를 완성하여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다. 기절할 듯이 기뻐하지만 부담감으로 다음 작품을 영영 쓰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고흐는 생전에 단 한점 그림을 팔았지만 남겨놓은 작품은 제법 있다면, 난 작품 딱 하나 있고 남겨 놓은 건 시작은 했으나 완성하지 못한 글들 뿐이리라. 나같이 소심한 사람은 대박이 문제가 아니라 대박 이후가 문제다. 오래도록 편하게 쓰고 싶다.


근데 물색없는 운은 ‘인세’라는 단어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은근 응원하는 척하면서 날 과대평가할 때는 휘말려 들다가도 부담스럽다. 요 며칠 이 일로 글과 돈에 대한 생각이 살짝 떠나지 않았는데 마침 연결 지을 만한 일이 생겼다.


도가 봄부터 독일 **공대 입학허가를 받아 대학원 과정 중이다. 코로나로 첫 학기를 온라인 수업만 신청해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그곳은 학비는 무료지만 가을에 들어가게 되면 집 월세가 만만치 않아 생활비가 문제였다. 4학기를 기본으로 한다면 이렇게 한 학기는 한국에서 보내고 나머지 세 학기를 어떻게 꾸려야 해서 이곳저곳 장학금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본 독일 정부 장학금은 학기초에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모교 졸업생을 위한 장학금에 얼마 전 지원했다. 학비 안 드는 것도 어디냐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다독였지만 일단 지원을 했으면 합격을 고대하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애써 무심한 척 결과를 기다렸다.


떨어진 독일어 자소서는 봐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한글 자소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지 슬쩍 내밀었다. 일단 서류가 통과되어야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니 나 또한 욕심이 생긴다.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

첫 문장이 약해...너를 확실히 각인시켜야 돼!

여긴 너무 장황하지 않니?

여긴 좀 더 구체적으로 쓰야지?

글쓴이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이다. 며칠을 애써 썼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하는 표정, 어쩔 수 없다. 제 발로 컨설팅을 받으러 왔으니 받아들일 건 좀 받아 드려라. 몇 번의 정 글이 오가며 둘 다 지쳐 ‘고마 됐다’를 읇조리고는 고마 넣었다. 우리 모자의 마음이 통했는지 다행히 1차 통과하고 자소서를 중심으로 면접을 준비해 어제 장학금 합격 문자를 받았다. 가을부터 본격 시작될 유학 기간 동안 집세와 생활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돈을 따내기 위한 글을 쓰는데 컨설팅을 했고, 돈을 따냈으니 컨설팅비(지불해야 할 돈)와 장학금(나가야 할 돈)을 합치며 제법 큰돈이 된다. 그동안 글쓰기 한 공력으로 글이 돈으로 나타난 경우라고 숟가락을 얹어본다. 그러고 보니 집안 대소사 글과 다른 자소서 컨설팅한 경우도 꽤 된다. 좋아서 한 일이고 할 수 있어 한 일을 굳이 돈으로 연결시키는 게 체질에 안 맞지만 누군가 브런치에 글 쓰면 돈이 되냐고 묻는다면(간혹 묻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들려줘야겠다.


하지만 진정 글의 의미를 묻는다면  스프링버드 작가님 글이 다가온다. 글의 여러 모습을 쓴 글에서 소설 <파이 이야기>를 언급하며

야생 호랑이를 길들이는 과정은 한 편의 이야기를 써내는 과정과 겹친다. 그래서 이야기는 그만큼 더 매혹적이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사람들은 저마다 야생 호랑이 한 마리를 마음속에서 키우고 있는지 모른다. 호랑이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는데, 그것의 은밀한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 비릿한 살냄새,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먼 울음소리에 자꾸만 정신이 산란해지면서.


잡힐 듯 말 듯 한 야생 호랑이를 길들이는 과정은 온몸에 난 생채기를 잊을 정도로 신비로워 때때로 돈 없이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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