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진 추억과 감정을 일깨워주는 마법 같은 존재입니다. 고향의 특유한 향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것은 한 줌의 잔잔한 바람과 함께 피어나는 눈부신 꽃의 향기일 수도 있고, 밤하늘에 흐르는 먼지와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공기의 달콤한 향기일 수도 있습니다.
향수는 단순히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기관을 만족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향의 특유한 향기는 우리의 아이들 시절로 돌아가는 창문을 열어놓고 나는 그 신비로운 향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가 풍기던 할머니의 김치통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향기는 당시의 정감과 따뜻한 사랑을 새롭게 불러일으키죠.
그리고 때로는 향수는 슬픔의 물결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고향에서 떠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어렸을 적 나무 그늘에서 들었던 바다의 향기는 눈물과 그리움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산들바람과 소나무의 향기는 헤어진 사람들 사이에 펼쳐진 사랑의 추억을 재회시키며, 지난날들을 은은하게 상기시킵니다.
향수는 흔히 말하는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오래된 사진처럼, 그것은 우리에게 지난날의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이 냄새와 향기를 통해 우리는 고향의 마음속 깊은 감정과 추억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습니다. 한 줄기 햇살과 먼지가 어우러진 향기는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축제와 즐거움을 불러일으켜줍니다. 향수병 안에 갇힌 향기는 마치 시간의 캡슐처럼 우리를 과거로 이끌어갑니다. 고향의 특유한 향기는 그곳에서 보낸 소중한 순간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며, 우리를 향해 손짓합니다.
그러나 향수는 과거만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향기 속에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의 용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허브와 꽃잎이 섞여 피어나는 상쾌한 향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전해줍니다. 향수는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는 열정과 꿈을 일깨워 주며, 우리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향수는 우리의 인생에 살아 숨 쉬는 예술작품과도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고향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창으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빛나게 합니다. 향기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를 기억하게 하고,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합니다.
향수는 고향의 특유한 냄새와 향기를 통해 우리에게 감정과 기억의 세계를 선물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과거로부터 현재로, 현재로부터 미래로 이어주는 불멸의 매개체입니다. 우리는 향기를 품은 향수의 도움을 받아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우리 고향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향수의 향기 속에 담긴 이 은유적인 세계는 우리의 마음을 언제나 따뜻하게 밝히며, 우리를 성장과 영감의 길로 안내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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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님이 고향 동창들과 고향 마을 사람들에게 각각 1억여 원씩을 생활자금으로 후원하여 세상이 떠들썩하였다. 이 기사가 나오기 훨씬 전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장편소설 [싹심이] 저자인 정영철 선생님이 이중근 회장님과 순천 중학교 동창이어서, 사무실로 놀러 온 정영철 선생님에게 슬쩍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몹시 놀란 건 당연하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갑을 열어 현금으로 후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중근 회장님이 후원한 금액이 1조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후원금 의미보다 이번 일로 사람들에게 고향 정서를 일깨우고 자극하였다는 데 나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갈수록 사람들의 감성이 메말라 가는 탓인지 흉악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고향의 정서’는 ‘어머니의 정서’와 마찬가지로 늘 살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서가 삭막해져 가는 사회를 휴머니즘적으로 따뜻하게 지탱해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중근 회장님에게 고향이란 어떤 존재일까.
내 고향도 순천이다. 고향 마을에는 91세 어머니가 홀로 사신다. 더는 어머니를 홀로 계시게 해서는 안 될 거 같아서, 두어 달 전부터 한 달 보름 이상은 시골에서 일하며 어머니와 함께 지낸다. 출판사 일은 대부분 컴퓨터로 이루어져, 시골에서 일을 해도 그다지 문제는 없다. 어머니와 생활하면서 고향에 대한 생각이 부쩍 깊었는데, 이중근 회장님이 ‘고향의 정서’ 진수를 보여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