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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ul 13. 2023

서울에서 조치원 찍고, 세종 찍고, 오송 찍고 순천으로

서울에서 12일 동안 머물렀다.

이제 다시 고향 순천 어머니 곁에서 일하기 위해 내려왔다.

순천으로 향하던 중, 먼저 세종시 들러서 산부인과 선생님 출산(출간) 상담을 시원시원 해드림 하였다. 산부인과에서 날마다 환희의 신비를 맞이해서 그런지, 싱글싱글한 의사님 표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표정만 봐도 베스트셀러의 이향(異香)이 톡톡 터졌다. 이 분을 만나는 산모들은 긴장에서 벗어나 마음이 평화로울 듯싶었다.

조치원에서 세종으로, 다시 오송으로 와 순천행 ktx를 탔다.

금방이라도 우르르 달려와 내 목을 조를 듯한 빌딩들, 밖으로 나서자마자 덮쳐오는 차량들의 소음, 칼칼하게 맛이 가버린 공기와 더불어 사는 12일 동안, 마당으로 나서면 화들짝 안기는 새들의 숲과 하늘, 오로지 고요의 숨소리, 담배로 찌든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공기가 몹시도 그리웠다. 무엇보다, 내가 올라올 때 갓난아기 주먹만 하던 텃밭 수박이 지난 12일 동안 얼마나 컸을지 안달이 날 만큼 궁금하다.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어머니보다 이 녀석들을 먼저 볼 것이다.

나를 보면 "아빠, 우리 많이 컸지?" 하며 오늘 만난 의사님처럼 생글생글, 선명하게 웃지 싶다.


서울살이 15일 동안 비가 억수로 퍼부은 탓인지 마당 잔디가 또 한 발이나 자라있다. 여기저기 폭우가 할퀴어 낸 자리로 어수선하다. 출간 업무가 밀려 있지만, 틈틈이 손질해야 할 곳이 한둘이 아니다. 작은 화단에도 꽃과 잡풀이 뒤섞여 엉망이다. 구석구석 벌레 약도 쳐야 한다. 그럼에도, 어머니 표정이 밝아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목소리에도 힘이 있다. 조심스레 어머니에게 물었다.

“주무실 때 통증은 어떠세요?”

“조금 있을 뿐 좋아졌다. 모레 병원 가면 MRI 찍지 말고 주사 맞고 약만 타자.”

어머니는 그 사이 시내를 혼자 다녀오신 모양이다.

“택시로 안 가고 버스로 가셨어요?”

“버스도 못 타면 어쩌게.”

어머니를 모시고 시내를 나갈 때면 늘 택시를 이용했다. 그만큼 몸이 불편한 상태였다. 그런데 버스를 탔다니 그만큼 컨디션이 나이진 듯하다.

지난밤에도 잠꼬대처럼 하는 신음 이외는 신경통 통증 없이 비교적 잘 주무신 거 같았다. 지난 두어 달, 밤마다 시달리던 신경통 통증이 상당히 사라진 듯 보였다. 이제 어머니랑 좀 더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다.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하던 텃밭의 수박을 살펴보았다. 아이들 머리통만큼 자랐다. 토마토도 익어가고 방울토마토도 주렁주렁 달렸다. 수박 덩굴 때문인지 참외는 안 보인다. 참외의 노란 빛깔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내가 있을 때 두 송이 달렸던 왕머루도 대여섯 송이로 늘었다. 사과나무도, 왕자두 나무 이파리도 무성해 보인다. 불과 보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자연은 그동안 쉼 없이 꼼지락거리며 이 녀석들을 키워왔나 보다.


이제 나는 길고양이를 싫어한다. 시골 내려올 때마다 수년 동안 고양이 사료를 사다 놓고 녀석들이 찾아오면 한 줌씩 퍼주곤 하였다. 아무리 오랫동안 만나도 이 녀석들은 절대 가까이 오길 거부한다. 경계를 민감하게 달고 산다. 그것까지는 좋지만, 이 녀석들 중에는 못된 짓을 골라 하는 놈들도 있다. 방충만을 뜯고 집안으로 침입하거나 마당 잔디밭에다 잔뜩 배설을 해 파리 등을 끓게 한다. 그런데 오로지 한 녀석만 유독 우릴 따른다. 녀석은 등을 쓰다듬어 주어도 가만히 있다. 내가 마당으로 나오면 내 다리에다 몸을 비비기도 한다. 만지기만 해도 털이 수북이 빠져 피하기는 하지만 예쁘게 생기기도 하였다. 이쯤 되면 길고양이가 아니라 밖에서 사는 집고양이다. 이 녀석이 아예 우리 집에다 둥지를 틀었는지 나만 보면 졸졸 따라다닌다. 새끼를 낳은 지 두어 달 되었다. 우리 집 어딘가 새끼들을 감추어 두었을 것이다.


역시 시골은 모든 게 보석이다. 왜 사람들은 그토록 도시에만 집착하는지 시골로 내려오며 그것이 늘 궁금하다. 새벽닭 울음, 향기로운 풀냄새, 뒷산에서 안개처럼 밀려온 공기, 온갖 새소리와 풀 벌레 소리, 한없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고요…. 이 모든 것에게 나는 기꺼이 영혼을 맡긴다. 나는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인지 모른다.

이번 시골행은 한 달 남짓 머물러야 할 거 같다. 8월 초 휴가가 겹쳤기 때문이다. 어머니 건강이 나아져 힘이 우꾼하게 솟는다. 여느 때보다 바삐 그리고 열심히 움직이려 한다. 출판 업무도, 기도도, 운동도, 글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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