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치 Jan 05. 2023

#막걸리, 그래서 막걸리가 뭔데요_01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주종이 있는가?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는 소울푸드에 가까운 소주라던가,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는 맥주,

요즘에는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폭탄주 소맥까지가 대부분의 주종일 것이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와인, 위스키 등을 접하기도 쉽고 정보를 얻기도 쉬우니

이러한 술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한 주종이 있는데 바로 막걸리, 전통주 등이 그렇다.

이 글을 보며 분명 이렇게 말하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막걸리는 보이기도 많이 보이고 자주 먹는 데 왜 인식이 안 좋죠?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편의점, 마트, 식당에 가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특유의 맛과 향에 빠져 많이 마시기도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이다.

편의점이나 마트, 식당에서 쉽게 보인다고 해도 이는 소주, 맥주 또한 다르지 않다.

많이 마신다고 하기는 하지만 판매량 자체를 보면 막걸리는 주류 시장에서 큰 파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앞서 말한 특유의 맛과 향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막걸리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넣는 누룩에서 발생하는 누룩 취가 사람들의 호불호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있고,

이전부터 많은 이들이 말하는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심하다.’라는 문제도 있다.

사실 숙취가 심한 주류에는 막걸리 말고도 와인, 맥주 등의 발효주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주재료를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주는 알코올 자체가 숙취를 만든다기보다는

몸 안에서 분해되며 만들어지는 불순물 때문이기도 하다.

주재료에서 알코올을 만들 때 곡물이나 과실을 발효시키는데 이때 여러 가지의 이물질들이 다양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좋은 성분을 만들지만 좋지 않은 성분 또한 같이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올은 우리 몸 안에서 산화효소와 만나 폼알데하이드라는 독성물질로 변화하게 되는데 미주신경과 교감신경을 콕콕 자극해서 숙취를 만들게 된다.

위스키나, 보드카, 증류식 소주와 같은 주종들은 숙성 과정을 거치지만 가열하여 걸러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불순물들이 날아가는 과정이 있기에 도수는 높은 대신 숙취는 조금 덜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마시는 소주는 이름이 같은 증류식 소주와는 달리 여러 주정을 모아 물을 희석하고

첨가물이 들어가는 희석식 소주이기 때문에 숙취가 증류식 소주보다는 세다.


다음 날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숙취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도수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단순히 도수 때문은 아니고 술에 포함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양이 결정하기도 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탈수소효소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다.

위에서 설명한 폼알데하이드와 친구인데 비슷하게 숙취를 유발한다.

여기서 문제인데 발효주는 술 그 자체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있다.

발효하는 과정 자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보드카와 와인을 비교해보면 1리터에 들어가 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와인이 보드카보다 크게는 10배가 더 많기도 하다. 더 많은데 도수는 낮으니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숙취는 발효주와는 떼어놓고 싶지만 떼어놓기 힘들다.


이렇게 단순한 이유만을 보더라도 막걸리는 주로 마시는 술에서 벗어나 버린다.

하지만 같은 발효주인 맥주와 와인의 인기는 높기만 하다. 왜 그럴까?


내가 생각하는 막걸리의 문제는 오래된,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한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인의 경우 지금이야 시선이 다르다고 하지만 깔끔한 라벨링과 포도주라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특별한 날에 마시는 이미지를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가지고 있다.


또 맥주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나라에서 자주 마시는 라거의 경우

청량한 탄산을 필두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보면 수입 맥주들이 깔끔하고 이쁜 캔에 담겨 결정장애를 불러오기도 한다.

접근성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술이었지만,

그로 인해 한국에서는 오래된, 어르신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접근성의 문제도 있는데, 자주 보이는 막걸리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서울 장수 생막걸리, 지평 생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이외에 2~3가지 종류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의점에만 가도 많게는 스무 가지, 적어도 10개 이상의 맥주를 볼 수 있는데 막걸리는 그렇지 않다.

이쁜 라벨과 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다른 술과는 달리

막걸리는 몇 가지를 빼면 초록색, 흰색, 투명한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SNS나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시각적으로 독특하며 트랜디하고 같은 SNS 유저가 좋아할 이유가 사실 막걸리에는 많지 않다.

겨우 몇 년 전부터 이런 이유를 만족시키는 막걸리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에서 보면 많다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게 사실이다.



막걸리가 최근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는 기세를 이어가려면 전통은 유지하되 

접근성은 늘리고 시선은 사로잡아야 한다.

만드는 과정과 맛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많이 보고 접할 수 있게 다양한 행사와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시선을 사로잡을 디자인 또한 필수 불가결이다.


쉽지 않은 일들과 과정이고 큰 노력과 자본이 들어갈 터이지만

더 많은 이들이 막걸리는 고리타분한 술이라는 이미지 말고 우리의 술,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술, 좋은 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게 막걸리를 좋아하는 어느 한 사람의 바람이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