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Joanne Sep 30. 2020

부부 도우미

냥이 집사


[LA중앙일보]
2020/09/30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20/09/29 18:02

이정아

팬데믹으로 답답한 아들 내외가 3박 4일 트레킹을 다녀온다고 한다. 잘 됐구나 붐비지 않는 곳에서 바람 쐬고 오너라 했다. 그러자 아들아이가 집 비우는 동안 고양이를 돌봐달란다. 평소 건강이 안 좋아 극히 몸을 아껴야 하는 내겐 큰 부담이다. 떠맡아야 할 남편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내니 남편은 흔쾌히 승낙한다.

저녁에 아들 집에 가서 고양이 밥 주기와 배설물 치우기 교육을 받고 왔단다. 이거야 원 아이 낳으면 애보기를 감당하려나 했는데 고양이가 먼저라니 육아의 전초전인가? 애를 안 만들고 일거리를 만드는 아들 내외가 맘에 안 들었다.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 두 마리는 중성화 수술 후 아들 집에 들어왔다. 흰 바탕에 검정 얼룩 고양이 쌍둥이는 한 마리는 젖소처럼 생겨서 milk이고, 하나는 점이 있다고 dotty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들 집에 놀러 갔다 오면 옷에 어느새 털이 가득이어서 팔로 휘휘 저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애들이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반려 동물을 싫어한다. 제깐 것들이 뭐라고 주인행세를 하고 사람보다 더 후한 대우를 받는가 말이다. 좁은 집안의 절반이 고양이 살림이다. 동물은 동물답게 키우자는 모토의 내겐 황제 사육이 눈꼴시다. 그만큼 아들 내외와는 격세지감의 세월을 산다는 말이다.

집에서 키우던 진돌이와 지니는 진돗개의 야생성 때문에 회사의 야적장으로 옮겨져 경비견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동네의 온갖 개와 지나는 차마다 대고 짖어서 온 동네의 미움을 사다가 야적장에 풀어놓으니 물 만난 고기처럼 활기롭다. 야적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놈은 시멘트 색깔의  회색빛 개가 되어 건축회사의 개다워졌다. 한 놈은 페인트 통을 발로 밟아 오렌지 색소를 뒤집어써서 오렌지 개가 되었다. 황구와 백구가 잿빛과 오렌지색이 되어도 개 다워서 좋다. 아주 가끔 볼 뿐이나 주인을 알아보고 겅중겅중 뛰며 좋아하는 개가 신통하다.

조용하고 얌전한 고양이는 무섭다. 첫날은 낯설어 그런지 데면데면하던 고양이가 둘째 날 엔 가까이 와서 다리를 비비며 아는 체를 하며 귀염을 떤다.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밥을 아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난 싫어. 납량특집 드라마엔 꼭 네 울음소리가 배경이더라. 으스스하게.

남편이 고양이 밥 주고 화장실 청소하는 동안 나는 마당의 화분과 나무에 물을 주고 메일과 소포를 들여놓고 나온다. 아침저녁으로 남편과 마주 보며 “무급 부부 도우미일세! “하고 웃었다. 결혼만 시키면 속시원히 끝날 줄 알았던 자식 봉양이 끝이 없네. 개나 고양이 보단 이왕이면 손주 돌보미가 낫겠다 싶다. 영원한 A/S 여!



이전 01화 신발에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낯선 숲 속에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