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Joanne Oct 16. 2020

신발에

거미줄 치다


[이 아침에] [LA중앙일보]
2020/10/16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20/10/15 18:05

추석날 집에 놀러 왔다 돌아가는 아들 내외가 현관에서 신을 신는다. 며늘아기가 신을 신다 말고 깔깔 웃으며 “어머니 신발에 거미가 살아요. 거미줄도 있어요”한다. 과연 현관에 내놓은 두 켤레의 신발 중 파란색 운동화 속에 거미줄이 쳐있다. 조그만 거미도 살고 있다. covid-19 팬데믹 동안 병원 가느라 외출한 것 말고는 마켓, 미용실, 우체국 해서 개인 외출이 채 다섯 번도 안된다.  그러니 빈집인 줄 알고 거미가 터를 잡은 모양이다.

신발뿐인가 자동차도 길에 주차해두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산불로 재가 날아와 희부연 먼지와 새똥으로 더럽다. 비가 오면 세차가 될 테니 기다리는 중이다. 오죽하면 우리 집에 들렀던 선배가 얼룩덜룩한 내 차의 사진을 다 찍었을까? 집콕의 증거사진이다. 다달이 나가는 차 월부금이 아깝다. 택시를 탈걸 후회했다. 이런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나 말이다.

우리 속담에 ‘산(사람) 입에 거미줄 치랴’는 말이 있다. 거미가 사람의 입 안에 거미줄을 치자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 식량이 떨어져도 사람은 그럭저럭 죽지 않고 먹고 살아가기 마련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이 굶어 죽으란 법은 없다’와 같은 뜻일 터이다.

그렇다면 산(사람의) 신발에 거미줄을 쳐버린 완료형은 어찌 설명을 해야 할까. 팬데믹으로 인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을 증명한 것이 아닐까.

BC(Before Corona·코로나 전)와 AC(After Corona·코로나 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 전후의 삶이 바뀔 것이라며 많은 전문가들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예언했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먹고 마시며 일하고 공부하는 모든 일상생활에서 ‘비대면’이 대세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는 ‘집콕’ 소비, 헬스케어, 온라인, 무인화가 될 것이란 분석으로 전문가들은 ‘H.O.M.E’를 제시했다. 건강·방역에 대한 인식 제고로 떠오른 헬스케어(Healthcare),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된 온라인(Online), 방역 과정에서 안전성과 효율성이 검증된 무인화(Manless),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홈 코노미(Economy at Home)를 말한다.


각자도생의 회오리 속에서 대응의 핵심은 ‘스피드와 적응력’이라고 한다. 신발에 거미줄 치는 일은 다반사요, 신발이 아예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 말고도 신발 좋아하는 내가 모은 신발장의 저 많은 신발들은 다 어찌해야 하나.


[이 아침에] 신발에 거미줄 치다

수필가 이정아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낯선 숲 속에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