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르면 일찍 시든다

브라질에 한식을 알리다

by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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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십 년 전. 당시 상공회의소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브라질에 처음 시작한 한식 홍보 운동. 당시 상파울로 시의장과 만나 한식의 날 제정을 위한 협의도 하고 나름으로 열심히 움직였다.


한식의 날, 한식당 인증제도, 바른 한식 표기 등 다양한 사업을 혼자 구성했다. 일본이 한식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막으려 한 것이고 한식당 홍보와 더불어 우리 한인촌 홍보를 하려는 것이였다.


결과는 시행되지 못했다.


왜 이런 사업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몰려든 주위 사람이 많았다. 큰돈 없이 한인촌에서 시작하려는 행사가 어느덧 60만 짜리 대형 행사로 바뀌었다. 이비라뿌에라 공원을 빌리자는 말도 나왔는데. 역시나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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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만 해도 한인이 꽤 됐고, 한식당도 잘됐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한인이 줄어들 것이 뻔해 새로운 시장 즉, 브라질 사람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는데 별호응이 없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코비드가 큰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당장 한인 2세는 한인촌을 떠났고 우리 한인 사회는 축소됐다. 싸이를 필두로 터진 케이팝으로 한인촌을 찾는 브라질인 늘었지만, 아직 브라질 손님을 거부하는 식당이 있다.


실제로 음식 하나 달랑 시켜놓고 한 시간 동안 대화하는 브라질 손님은 장사에 방해된다. 그러나 심심찮게 식당 앞에 걸린 메뉴판을 쳐다보며 돌아 다니는 브라질 손님은 이제 흔하다.


그만큼 시장은 커졌고 우리 한인도 변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불고리를 bulgogi로만 표시하지 말고 어떤 재료를 어떻게 조리했는지 알려줘야 한다. 한 두명 온다고 문 닫지 말고 그들이 즐기며 더욱 돈을 쓰도록 신경 쓰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어쩌다 이 자료를 들춰보며 당시 희망찬 우리 한인촌 발전을 기대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십 년 동안 내 육체는 늙었지만, 가슴에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더욱 확고히 정리됐다.


내년에는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이다. 요리책도 끝내고, 한식의 날도 만들고, 문화 행사도 이어가야 하고, 특히 내년은 자선 사업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 발걸음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 잠시 고민되지만 뭐 어찌 되겠지 하는 낙천적 기질로 오늘을 룰루랄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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