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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수 May 26. 2024

고생은 개뿔

"셰프니까 고생 좀 하세요"


요리가 뜨겁지 않다며 데워 달라는 손님이 있었다. 당연히 음식을 가지고 오면 다시 데워줄 텐데, 왜 직접 가지러 오지 않냐며 짜증을 냈다.


우리 가게는 매장 안에 자리가 없고, 다 같이 쓰는 식당가에 있다. 또한 돈을 미리 내고 주문하는 시스템인데, 돈도 안 내고 멀리 다른 가게 앞에 앉아서 왜 안 오냐며 핀잔을 주었다.


다른 직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기에 내가 직접 데워다 주었다.


그러자 손님이 내 얼굴을 보며 기분 나쁘냐고 물었다.


"아니요, 기분 나쁘지는 않고요. 그런데 돈은 누가 내나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손님이 "셰프니까 셰프님이 고생하셔야죠."라고 하길래,


"아니요, 남을 위해 고생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왜 남을 위해 고생해야 하나요?"라고 말하고 돈을 받아 돌아왔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주위 사람들이 쳐다봤다. 장사하는 사람이 성을 부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상관없다. 하여간 의기양양하게 돌아오자 매장 안에 있던 직원들이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봤다.


그리고 나는 직원들에게 손님 응대 매뉴얼을 알려주었다.


"선을 넘는 사람에게는 똑같이 대응하세요."


내가 이 좁디좁은 상파울루에서 여러 사람을 겪어봤고, 내 삶을 드러내놓고 살았지만, 남을 위해 고생하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남을 위해 희생은 할 수 있지만, 고생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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