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준생LAB Feb 05. 2022

[ASH]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유

스타트업에 어떤 환상을 갖고 있나요?

by. ASH


스타트업 밖의 시선으로 볼 때, 스타트업에는 몇몇 판타지가 있다. 나도 불과 1년 전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랬다. 스타트업에 대한 유니콘으로의 성장, 엄청난 스톡옵션, 내가 만들어 가는 힙한 브랜딩의 시작, 수지나 김선호 같은 동료들이 있을 거라는 판타지와 함께 스타트업에 발을 들이면 99.9%의 확률로 실망하게 된다.


실제 스타트업의 현실은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고상한 브랜딩 같은 건 자연히 뒤로 밀리고, 매일 새롭게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브랜드 마케터로 입사했어도 CS 문의를 처리해야 할 때도 있고, 반복되는 야근, 쉴새 없이 터지는 문제 등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을 마주하게 된다. 세금을 떼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더 작고 귀여운 월급은 덤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이유


그렇다고 스타트업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스타트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장점과 매력들도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성향이 스타트업에 맞고, 또 스타트업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면 스타트업 업계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스타트업의 매력에 빠진 1인으로 지극히 스타트업 구성원의 시각에서, 또 스타트업을 변호하는 입장에서 나름의 스타트업의 옹호 글을 써본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 기업들도 당연히 너무 좋은 기업들이고, 스타트업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복지는 정말 스타트업과 비교할 수 없이 좋다. (중견 기업에서 채용 전제 인턴 후 정직원 합격, 체험형 인턴을 해본 적도 있다. 대기업만 경험하지 못했을 뿐..)



1. 많은 의사 결정 권한


수많은 스타트업의 장점과 매력이 있겠지만첫째로 많은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동 연차의 대기업, 중견 기업 구성원들에 비해 더 많고 넓은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일례로 대기업 신입 사원인 내 친구는 50만 원어치 반품에 대한 품의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품의서는 사장님에게 까지 올라간다(친구가 직접 말해준 내용이다). 50만 원 비용 처리에 대한 의사 결정을 신입 사원인 내 친구가 아닌, 사장님이 하는 것이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더 큰 비용과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직접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의 권한이 자신에게 있으니 더욱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책임도 크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책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에서 재밌게 일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베조스의 의사결정 능력이 아마존이라는 스타트업을 성공시켰다



2. 주요 업무 담당 가능


또한 스타트업에서는 연차에 비해 더욱 중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며 중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신입에게 막중한 임무를 잘 맡기지 않는다. 작은 업무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런 경우 디테일에 강점을 가지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연차에 비해 주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은 부족해서 자연히 연차에 비해 빠르게 주요 업무를 맡으며 실전 경험치를 키울 수 있다. 아무리 업무 자동화 툴을 열심히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


물론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한 업무를 맡게 되면 겁도 나고, 실수도 하기 마련이다. 회사 존립에 영향을 미칠만한 큰 실수는 당연히 안 되겠지만..! 실수를 했다면, 실수한 과정을 회고하며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실수했을 때, 자괴감도 들고 상사의 질책에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성장하는 과정이니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스타트업의 대표와 상사, 사수님들께 한 마디 하자면, 주니어가 실수했을 때 일에 대한 피드백만 정확하게 주시고, 심한 질책은 삼가 주세요. 실수로 제일 힘든 건 본인입니다.


주요한 업무를 맡는다고, 작은 소위 말하는 자잘한 업무들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서 작은 업무들과 주요한 업무들을 모두 하면서, 큰 그림과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잘하는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3. 다양한 업무와 폭 넓은 커뮤니케이션


자신의 업무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다른 직군과 빈번히 협업하며 회사 차원에서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회사 규모가 크면 주어진 범위 내의 업무만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내 직무 이외, 타 직군의 업무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도 이유는 간단하다. 일에 비해 사람이 부족해서 그렇다.


다른 직군의 업무를 맡는 건, 다른 직군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로 다른 직군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의 단골 문제다. 타 직무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추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예방하고,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 있다. 다양한 시각을 습득함으로써 원래 자신의 업무가 다른 직군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타 직군과 자주 협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스타트업은 조직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사업의 방향성이나 특정 사안을 바꾸는 것도 대규모 조직보다 쉽다. 무언가를 바꿀 경우 한 직군에만 영향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직군에 영향이 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직군 간 고려 사항과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협업도 늘어난다.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체험하고 여러 직군과 협업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고 자신의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다. 체득한 다양한 시각들이 쌓이며 조직 차원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즉, 조직 차원에서의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며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여러 직군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도 스타트업의 장점이다 



4. 성취감


연차에 비해 많은 의사결정을 가지며 주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보니, 자연스레 더 큰 결과물과 성과를 만들기 쉽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물과 성과는 실제 눈으로 보인다. 특히 수치로 표현될수록 잘 보인다.


내가 만들어 낸 결과와 성과가 보이니 자연스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성취감은 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노력으로 이어지며, 계속 노력과 성장을 하며 더 큰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성장의 선순환을 경험하고 나면 성장 자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좌절과 어려움 그리고 힘든 나날들이 있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느껴 본 사람 만이 알 수 있다.



성공의 방법은 하나가 아님을 보여줬으면


스타트업의 장점과 매력을 말하며 스타트업을 추천했다.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를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각자의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께 드리는 말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 차원과 조직적 차원에서 보란 듯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커리어 성공에 대해 획일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연봉을 보장하는 대기업에 가서 승진하거나, 공무원이 되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과 또 스타트업에 간 많은 사람들이 보란 듯이 성공해서, 성공의 방법은 하나가 아님을 세상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성공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내 전부를 다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스스로도 성장하며 성취감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으면 한다. 또 네카라쿠배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의 줄임말. 요즘은 당근마켓, 토스까지 더해 네카라쿠배당토라고도 한다)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 것처럼,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스타트업 구성원들을 면밀히 보면, 똑똑한 사람들 정말 많다. 새로운 테크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날카로운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다.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유니콘 스타트업을 더 많이,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행복하지 않은데 억지로 행복한 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또 억지로 관심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와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고 실제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스타트업과 성공에 대한 인식을 바꿔 줬으면 좋겠다.







본 글은 작가 ASH님의 허가를 받고 취준생LAB 브런치에 재연재하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ashash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