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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Dec 01. 2023

아무나 = 아무도?

업무 할당은 명확하게

'아무나 하면 된다'라는 말에서 '아무나'는 과연 누구일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특정 그룹에 업무를 부여할 때가 있다. 그룹의 특정 1인을 지목하기가 애매한 경우 그룹 전체에 업무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종종 다음 공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나 = 아무도


즉 그룹 구성원 중 아무나 1명이 먼저 하면  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씁쓸한 결과가 나온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이런 내용의 글을 나온다.

어느 화목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 시간에 바지 밑단을 좀 잘라 줬으면 하고 부탁했다. 그날 밤 엄마는 물론이고 자식들도 스스로 자신이 솔선수범하여 그 일(바지 밑단을 자르는 일)을 해 버리는 바람에 아침에 아버지는 반바지가 되어 버린 바지를 입어야 했다. 이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 아버지는 옆집 아저씨에게 이 말을 하자 그 옆집 아저씨도 자기도 가족을 테스트 해보 싶어졌다.

옆집 아저씨도 가족이 다 모인 저녁에 바지 밑단을 잘라 줬으면 하고 부탁했다. 다음날 아침, 설레는 맘으로 바지를 입어 봤더니 바지는 여전히 길게 축~ 늘어져 있던 게 아닌가. 모두들 '누군가 하겠지' 하고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긴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가족의 화목을 주제로 다룬 것이지만 여기서도 '아무나 = 아무도' 현상을 볼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모든 팀이 한 가족처럼 화목하지는 않다. 화목하지 않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지만 쉽지 않다. 특히 사람 간의 갈등이라면 더 어렵다.


'아무나'라는 애매한 설정이 결국 아무도 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리학에 보면 '다수의 무지'라는 것이 있다.

수십 명의 목격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처참하게 살해된 살인 사건에서 얻은 교훈으로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도와주세요'가 아닌 특정인을 지목하여 '그기 누구 나 좀 도와주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애매한 대상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말고, 그 일을 할 사람을 분명하게 지목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위의 화목한 가정처럼 "아무나 = 전부다"의 공식이 성립하는 분위기라면 (바지 밑단이 과도하게 잘린 사소한 실수를 제외하고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네 프로젝트 환경이 꼭 그렇지는 않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좀 더 정확하고 명확한 업무 부여가 필요하며 나아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솔선수범하여 일을 척척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프로젝트의 재미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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