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타이밍이다. 흐린 날씨로 일관된 오전의 하늘이 불안하기만 했다. 비 내리는 낭만보다는 화창한 여정을 바라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 전부터 파란하늘이 열리더니, 동화처럼 궁전 하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는 포르투갈 북부 소도시인 아마란테 Amarante이고, 내 시야로 다가온 건축물은 아마란테의 상징과도 같은 성 곤살루 교회 Igreja de São Gonçalo였다.
아마란테는 탁 트인 타메가 강을 따라 펼쳐진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포르투에서 동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어서 당일치기 여행지로 탁월하다. 동화처럼 다가왔던 성 곤살루 교회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웅장한 외관과 정교한 목조 제단이다. 바로 앞에 놓인 상 곤살루 다리는 타메가 강을 가로지르며 교회와 구시가지, 그리고 신시가지를 잇고 있다. 이 다리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군의 진격을 막아낸 역사적 전투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리를 건너자, 영화 세트장과 같은 아마란테의 구시가지가 나온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전통적인 석조 건물들, 붉은 기와 지붕들이 대도시 올드다운의 축소판과도 같다. 한 베이커리 쇼윈도에서 다소 민망한 빵을 발견했다. 남근을 연상시키는 볼루스 지 상 곤살루 Bolos de São Gonçalo)는 아마란테 전통 디저트 빵이다. 결혼과 사랑을 기원하며 나눠먹는 독특한 모양의 전통 과자라고 한다. 성 곤살루가 결혼과 연애, 성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매자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매년 1월과 6월에 열리는 성 곤살루 축제 동안 미혼 남녀는 이 과자를 선물하거나 주고받으며 기원한다고 한다. 맛은 달콤하면서도 투박한 편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가진다.
아마란테는 근현대 미술의 대가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여러 포르투갈 예술가들의 탄생지이며, 도시 주변에는 히베이라 강 협곡이나 세르라 두 마라우 Serra do Marão 같은 산악 경관이 있어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에 적합하다. 도시 인접한 곳에 비뉴 베르드 와이너리가 있으니 패키지로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