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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Jun 14. 2018

회사 덕후의 사내 뉴스레터 제작기

사내 커뮤니케이션 이야기

안녕하세요. 죠앤입니다.


VC의 홍보담당자로 어느덧 일 년을 다니며, 이전의 스타트업에서 했던 홍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물씬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생소한 투자 용어, 회사의 투자철학, 심사역의 일, 포트폴리오(패밀리) 소식 챙기기 등. 특히 Early Stage 스타트업을 만날 기회가 많아 다양한 팀들의 성장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기에 참으로 행운인 것 같습니다.




패밀리 대표님들의 고민들 중 항상 채용, 직원관리를 빼놓지 않고 듣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 역시 기업문화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열렬히 고민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시간이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요. :)


제가 2014~2017년 무렵 스타트업 PR 담당자로서 시도했던 (실제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내 홍보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2017년 초 코리아스타트업 포럼의 PR 트랙에서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당시 렌딧의 이미나 이사님 추천으로 '브랜딩' 관련 발표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고, 강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주니어 실무자인 저는 일단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PR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언론 홍보를 주로 하던 저의 업무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가볍고 말랑말랑한 일이라고 여기고 시작한 이 업무은 나중에 그것이 아주 크나큰 오해였다는 깨달음과 고충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에 공감할 분들이 많으리라 기대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이야기'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다행히 발표 현장에서 많은 대표님과 실무자들이 공감해 주셨고, 발표를 들은 타 회사 홍보담당자들이 실제로 회사에 적용한 경우도 몇몇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도 사내 뉴스레터 시작했어요!'(오래 갔을지는 모르겠습니다ㅠㅠ)



당시 발표 자료를 활용하겠습니다.

*현재 제가 이 회사를 퇴사한 지 1년이 지났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고, 제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말씀 드립니다. 또한 아래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정리한 것일 뿐, '이 회사가 소통이 안 되구나?'라는 오해는 안 하셔도 됩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어려움과 고민은 많은 크고 작은 조직이 늘 겪고 있을 테니까요. 미리 스포카에 알리고 글을 공유합니다.*




1. 스타트업 롤러코스터를 타며 느낀 것들


스타트업을 다니는 사람들이 매순간 "자유로운 업무환경! 눈뜨면 출근하고 싶은 회사! 수평적이고 웃음이 가득찬 회의 현장! 꿈의 복지!"...를 외치는 건 조금은 과장이자 포장일 것 같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주변 눈과 입이 많아질수록,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대외 홍보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됩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높낮이의 롤러코스터를 왔다갔다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회사 브랜딩이라는 건 홍보팀만 고민할 문제도 아니고, 대표가 정할 문제도 아니지요. 회사를 구성하는 모든 팀/직원이 함께 고심하고 체화해야 합니다. CS팀이 고객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가 우리 회사의 브랜딩이고, 제품에 들어가는 UX 버튼 하나가 우리 회사의 브랜딩이에요. 


물론 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래요, 항상 평화롭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짜 이럴 때가 있었어요. 2015년 어느 날 잡플래닛의 사내문화 랭킹에서 구글코리아, 카카오, 배달의민족과 순위를 나란히하며 1위로 랭킹된 적이요. 말로만 듣던 J커브 위에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직원 수도 입사할 때보다 2.5배 많아졌습니다. 어느새 100명 가까이 육박했지요.



두둥, 예기치 못한 소통의 어려움이 다가옵니다.

1. 이제 말을 안 해본 직원이 늘어난다.
2. 대체 그 팀은 무슨 일을 해?
3. 재택근무자, 지방&해외 팀들은 본사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잘 모른다.
4. 경영진과 소통할 일이 적어진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 문장들을 나열할 때, 발표 현장에서 대다수 분들이 끄덕끄덕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이쯤 되면 사내 소통 창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효과에 대한 확신과 자신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2. 사내 뉴스레터 제작기

바로 사내 기자가 되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월간 사내 뉴스레터 <Spoqa monthly>

사내 기자로서 한 달 내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긴 했으나, 전체 PR 업무 중 20%만 할애하자는 목표였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에 전체 직원 이메일로 발송했는데, 처음에는 오래 걸렸지만 몇 달 하다보니 기획 및 제작에 5일 정도 소요됐습니다. 첫 메일침프(뉴스레터 제작도구) 세팅과 표지 디자인은 디자인 팀의 협조도 많이 받았어요.


아까 나열했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왜 하필 사내 뉴스레터를 선택했는지 궁금하실텐데요. 제 나름의(?) 분석과 이유가 존재합니다. 뉴스레터 코너별 탄생 배경과 실제 예시를 소개합니다.ㅎㅎ



1) Team News

고민 : 팀은 많아지는데 팀 간 소통은 줄어들고 있다.

아이디어 : "매출 내는 팀 말고도 모든 팀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한다. 가끔 안 중요한 팀처럼 여겨지는 팀이 존재하는 건 너무나 아쉽다. 각 팀의 이번 달 이슈를 뉴스레터에 모두 소개하면 어떨까?"

모든 팀이 보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일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직접적 매출을 내는 팀만이 주목과 박수를 받을 이유는 전혀 없어요. 모든 팀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니까요. 이 뉴스레터는 외부 공개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내 대외비 프로젝트도 투명하게 다른 팀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모두 적었습니다. 실제로 팀 뉴스를 보고 팀 간 소통이 잘 되는 것 같다는 피드백도 종종 있었습니다.



2) Member News

고민 : 끼와 개성 있는 직원이 참 많은데, 이들은 왜 업무적으로만 평가 받아야 할까?

아이디어 : "뉴스레터에서 직원들의 업무 외 스토리를 소개해보자. 평소 친하지 않았던 직원에 대해 알게 되는 창구가 생기고, 내 이야기가 뉴스레터에 소개되면 회사 생활에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자연스럽게 업무 역량으로 연결될 것이다"


동호회 뉴스 코너, Dodo Patch 코너 탄생!

풋살, 클라이밍, 요리, 사진 등 사내 동호회 소식을 매달 소개했습니다.

저도 한때 요동(요리동호회의 준말)의 열혈 멤버였습니다. 월요일 점심마다 각자 해온 요리를 나눠먹고, 자주 국내 여행도 함께 다녔는데요. 뉴스레터에 각 동호회의 이런 개성있는 활동을 소개하며 직원들에게 가입 홍보를 권하는 창구로도 활용이 되었어요.


도도 포인트 서비스의 이름에서 따온 '도도패치(dodopatch)'

그 시작은 대표님께서 희생해 주셨습니다. 우연히 퇴근길에 대표님께서 연인과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해 제가 황급히 카메라를 들었을 때부터였습니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 놓치기 아까운 에피소드를 사진으로 남기며 뉴스레터에 소개했습니다. '아 그 때 그랬었지! 완전 웃겼는데!' '내가 외근 나갔을 때 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뉴스레터를 읽는 직원들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의도였습니다. 특종이 없는 달엔 없는 대로, 직원 인터뷰도 많이 소개했고요. 제목을 누르면 별도 페이지(Confluence 툴을 썼어요) 링크로 연결돼 진짜 디X패치 기사처럼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3) Leader News

고민 : 경영진과 직원들이 직접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다. 실제로 A 직원이 B 경영진과 인사 외 나눈 대화가 없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놀랐다.

아이디어 : "뉴스레터를 통해서라도 경영진 모두가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보면 어떨까?"


리더의 한 마디 코너 탄생!

아자아자!! 같은 짧은 한 마디, 주저리 이번 달에 있었던 일 등. 아무렴 상관 없었습니다. 경영진 다섯 분의 목소리를 매달 담는 것이 중요했고, 이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방향성을 꾸준히 제시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회사를 다니는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했을 테고요!



4) 무궁무진했던 뉴스레터 소재

퇴사한 사내커플의 결혼 소식을 인터뷰로 꾸미기도 했고, 매장을 차려서 회사 고객이 된 퇴사 멤버의 근황을 알리는 등 잊혀질 뻔 했던 퇴사자 소식도 종종 전했습니다.


사내 메신저로 사용했던 슬랙(Slack)은 기사 소재가 넘쳐나는 공간이었습니다. 꼭 뉴스레터 때문이 아니라도, 슬랙을 정말 유용하고 재밌게 사용했는데요. 거의 하루종일 쉬지 않는 슬랙의 채널들에서 뉴스레터에 소개할 법한 내용을 발견하고 캡쳐하는 게 습관이 될 정도였습니다.




3. 뉴스레터, 그 뒷면의 이야기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뉴스레터가 메일로 발송하자마자 직원들이 슬랙에서 활발한 피드백을 주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평소에 '죠앤님! 뉴스레터 기사로 제보할게요!'라며 제보하는 직원 분은 정말 감사하고 소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소통이 되는 느낌이에요'라는 피드백이 가장 힘이 났습니다.



사실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달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나면, 다음 달 뉴스레터 제작에 벌써 부담을 느끼는 고충이 나름 상당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외부 PR로 드러나는 일도 아닌데 왜 내가 혼자 이 일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을 정도로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 중 힘들었던 게 '리마인드'인데요. 홍보담당자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은 단어입니다. :)

타 부서나 대표님께 정보와 자료를 요청할 일이 비교적 많은 홍보팀의 경우, 우리의 기대처럼 제때 자료를 받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특히 이 뉴스레터는 모든 팀의 팀장, 동호회의 동호회장, 각 경영진, 도도패치 주인공 등 매달 협조를 구해야 할 대상이 정말 많았습니다. 리마인드의 리마인드의 리마인드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뉴스레터를 읽을 다른 직원들을 위해 정말 끝까지 쫓아갔습니다. 그래서 매달 팀장님들을 귀찮게 했지요.^0^..





마지막 뉴스레터의 말미에 적은 감사 인사


이렇게 Spoqa monthly를 11달을 만들었습니다. 퇴사하는 달에 마지막 뉴스레터를 발송하면서 괜시리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직원들에게 작게나마 활력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국 저 자신에게 가장 큰 추억과 성장을 선물해 준 업무였습니다. 사내 소통에 문제 의식을 느꼈고, 우리 회사에 꼭 맞는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해결하려 노력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업무라기보다도 매순간 회사와 직원을 들여다보며 열정적이고 즐겁게 임했습니다.(그렇게 기억합니다ㅎㅎ)


제가 이 일을 소개한 이유에는 뉴스레터 만들기 자체가 엄청나서가 절대 아닙니다. 저보다 훨씬 재밌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분들도 많을테고, 꼭 홍보팀 직원이 해야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한두 번 만들다가 말거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 같습니다. 매달 꾸준히 제작하는 게 생각보다도 부담이 큰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이 '내 얘기가 뉴스레터에 실렸어요. 뿌듯해요'라는 피드백 하나하나가 아직까지도 좋은 기억과 힘으로 남아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발표는 당연히 퇴사하기 전이었는데,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결국 회사 브랜딩을 고민하려면 회사 덕질을 해야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통만 잘 되면 직원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드를 다 인식하는 건 아니겠지요. 출발점과 노력일 뿐이고 모든 직원에게 비전이 잘 공유되고 진짜 실천하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미 퇴사한 회사에서의 일이라 소개하기가 고민됐지만,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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