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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천협회 윤범사 Mar 30. 2019

일몰

늦은 저녁 바닷가 마을에는

해가 다 저물어도 어쩌지 못하는

영혼들이

붉은 조명 아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웅성거린다


뜨거웠던 하루나절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체적만큼 생산한 소금을 씻어 보내는

여름의 나신

알찬 순환처럼


밤을 맞이하는 신성한 의례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다만 짧은 빛을 놓치는 일이 잦았을 뿐

누군가는 서로를 대신하였던 것이다

깊이 빙의된 영혼이 되어


수백 년이나 지난 이야기

기록으로 남은 서사시

바닷가에 마을이 생긴 이래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름이 없는 노래처럼


늦은 저녁 바닷가 마을에서는

밥을 짓다가도 어쩌지 못하는

영혼이 되어

바다에 몸을 누이었던 지난 날을

기우는 달에 묻기도 하였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2012년 어느 날 밤. 아이폰3GS로 담은 달, 그 옆의 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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