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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GAKBO Apr 13. 2021

아프리카의 생리 장벽 허무는 아프리 패드

세상을 바꾸는 작은 상상

건강한 여성이라면 대부분 겪는 주기적인 신체 현상, 생리. 생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생리를 '처리'하는 물품인 생리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생리대와 탐폰 같은 익숙한 용품 이외에도 팬티만으로도 생리혈을 흡수할 수 있는 생리 팬티, 생리컵 등 다양한 대체품이 마련되었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것은 생리대이다. 그러나 의외로 생활필수품인 '생리대'에서 괴리된 사람들은 한국에도 상당수 존재한다. 얼마 전 소외계층 청소년들 중에서 생리대를 마련할 여력이 없어 휴지나 비닐로 생리대를 대체한다는 조사가 나와서 충격을 준 바 있다. 

생활필수품에서 괴리된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생리 장벽을 깨다 


세계 경제규모 10위인 한국에도 있는 생리대 소외계층, 아프리카에 없을 리 없다. 한 기사 제목에서 아프리카 여성들의 '생리 현실'을 짧고 명쾌한 문장으로 정리한 바 있다. '패드가 없거나, 버릴 곳이 없거나.' 아프리카에서는 '생리 장벽'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생리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과 학업까지 지장을 받는 현실을 반영한 용어이다.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등지는 생리대 자체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은 생리 기간마다 결석을 하며 집에 있는 천으로 생리혈을 처리하고, 지역 미신 때문에 천을 빨아서 쓰지 않고 모두 태워서 처리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4년 우간다의 농촌 여학생들 중 3분의 2 가량이 월경 때문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학교를 결석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에서도 여학생의 절반 이상이 생리 중에 결석한 경험이 있을 정도이다.  

높은 생리 장벽이 존재하는 아프리카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아프리카 여성을 위한 아프리 패드 


아프리카 여성들은 아직도 솜, 모직물, 심지어 나뭇잎까지 이용하여 생리대를 대신하고 있다. 우간다에서 설립된 ‘아프리패드(AFRIpads)’는 천으로 제작된 생리대를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다. 아프리패드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 패드로, 천으로 제작된다.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12달 동안 세탁해 재사용이 가능하여,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매립쓰레기를 줄여 아프리카 환경에도 더 나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아프리패드는 10년 전 단 세 명의 팀원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우간다 남서쪽 마을에 공장까지 설립해 어엿한 일자리도 창출한다. 2018년 3천 평방 미터의 땅에 친환경 공법으로 설계한 공장에서 150여 명이 함께 일한다. 이들의 자랑인 공장은, 현지의 흙으로 벽돌을 빚어 지었으며 빗물을 받아 재사용한다. 고용된 사람들의 80퍼센트 이상이 소외 계층 여성들이다. 

아프리카 소외 계층 여성들을 위한 다회용 패드, 아프리패드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생리 키트부터 팬티까지 


아프리패드는 생리대를 개별로도 판매하지만 세트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리대의 보급률 자체가 낮은 현실을 반영한 전략이다. 키트는 4개 세트 / 6개 세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프리패드는 속옷 역시 함께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공산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서는 질 좋은 속옷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아프리패드는 그러한 상황을 반영해서 스판덱스가 5%나 함유된 검은색 원단을 사용하여 속옷을 제작한다. 쉽게 늘어지지 않아 오래 착용할 수 있고 생리대를 착용해도 몸에 잘 고정이 되며 색이 어두워서 변색이 되어도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프리패드의 제품들은 아프리카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을 적극 반영하여 지역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한 결과이다. 

질 좋은 생활필수품을 만들어 보급하는 아프리패드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스쿨 걸을 위하여 


아프리패드의 제품 소개란을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스쿨 걸 키트(Schoolgirl kit)’,  소녀를 위한 키트이다. 여학생 키트와 일반 키트의 다른 점은 파우치가 2개, 대형 패드가 1개 더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여학생들의 일과를 반영한 구성이다. 또한 아프리키트의 모든 제품은 하늘색과 분홍색 등 파스텔톤의 원단을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생리대가 익숙하지 않은 소녀들에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프리패드는 단순히 키트를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프리패드는 지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여학생들에게 생리위생 교육 역시 같이 실시하고 있다. 작은 핸드북 교재를 통해 생리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과 생리대 사용법을 배우고 생리 시 몸 상태의 변화를 적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생리에 대한 지식과 불합리한 미신을 벗어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작지만 커다란 변화다.

생리위생 교육 또한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아프리패드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아프리패드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fripads.com/)


By 에디터 "R" - 더 나은 사회와 가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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