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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멍게 Jul 07. 2022

그럼에도 문화계에 남고자 하는 미대생 당신에게

예술가로 내딛는 첫발,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정말 원하는 것은 예술하면서 몸 하나 뉘일 권리


다양한 준비를 돌고돌며, 결국에 인정하게 된게 있었다. 취준을 하고자 했던 이유는, 결국 역설적으로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싶어서였다고. 선택을 할 수 있는 때가 있다면 예술계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예술계열 전공생의 과반수 이상은 졸업 후 직무를 막론하고라도 '예술계에 남아있고 싶다'고 답했다. 대학원에 가고, 디자인이나 예술경영, 혹은 인근 전공을 복수전공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에 '미술로 살아남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럼에도 예술인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정했을때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유명스타가 될게 아니라면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걸까? ...다들 무서운 소리를 하지만,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살아나볼 구멍은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 이왕 당신이 청년인 이상(*한국의 청년 기준은 34세까지로 매우 널널하다!) 첫 발을 보조해줄 곳은 많다. 작품 공모전에 많이 떨어져봤다고? 지금 준비할 것은 그쪽만은 아니다.


먼저, 이 말을 남기고 싶다.

"문화계에 남고싶다면, 문체부를 알라!"



한국에서 예술가를 챙겨주는 곳이 어딨냐고? 좌표 찍습니다


한국에서, 예술은 복지와 상생한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이 대두되고, 생활문화, 지역문화 등 문화를 통한 복지가 화두가 되는 시대가 오며, 문화정책 또한 그러한 역량을 제공해줄 수 있는 예술가-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식으로 점차 성장해나가고 있다.


몇 년 전 '문화예술교육사'와 같은 자격증이 나와 적은 풀이지만 학교나 시민 대상 교육기관에서 강사를 채용했다면, 이제는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으로 부문 상관없이 예술인을 필요로하는 기업, 기관등에서 예술인을 고용하는 식으로 그 양상이 더 다양해진 식이다.


예시로, 각종 부처 통합 예술지원사업의 최근 목록을 보면 이러하다.


예술계통 지원사업 통합플랫폼 '아트누리', 참고로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페이지에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분야별로 필터링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화면이 생소한 미대생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화면에서, 주목할 것은 1) 예술 지원사업 정보를 알려주는 통합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 2) 작품지원 말고도 예술인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항목을 지원해준다는 것, 3)지원기관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지원사업을 관장하는 문체부 직속 주요기관 9개, 광역문화재단 17개, 기초(구) 문화재단은 무려 72개다.)이다.


아무도 알려준적 없었다면? 물론, 이 정도로 제도가 정리된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우리의 선생님 세대는 모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할 테다. 지난 약 10년 간 이루어진 여러 예술인들의 치열한 노력 덕에, 이제야 본격적으로 정책이 다양하게 개선되어오고 있는 현황이니 말이다. 규모 또한 이전 몇 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지고 있어, 이제 당신의 첫발 정도는 도울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면, 이러한 사업들에 자세히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해야 필요한 항목을 더 잘 팔로우할 수 있을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먼저, 무엇이든 상대를 알아야 답이 보이는 법. 결국엔 '지원기관'을 알아야 당신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당신은 아래 기관 중 아는 곳이 있는지 여쭌다.

이름을 안다면, 이들이 각각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는 잘 알고 계시는가?


이들은, 문체부의 직속기관으로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예술지원 정보를 다루고 집행하는 곳이다. 이 중, 유료 전시/공연 가격표를 자주 본 사람이라면 많이 보셨을 '예술인패스'의 관리처, 예술인복지재단을 한 예로 보여드린다.


우측의 창작씨앗은 생애 최초 1회, 3,000명에게나 200만원을 지원해준다. 좌측 디딤돌은 무려 18,000명을 뽑는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예술로 파견지원사업과 생애최초예술지원 같이, 예술인의 활동에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사업. 이에 수반하는 권리를 위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예술인의 생계를 더 살뜰히 도와줄 수 있는 예술활동증빙 등의 전반적 제도가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 참고처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작품 연구 밖, 예술계의 다양한 동향과 그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이러니 미술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라면, 필수적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예술인복지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쯤은 챙겨두는게 좋다. 예대생-예술인에게 이들은 대학생의 한국장학재단과 마찬가지니까.



창작지원사업 말고도, 예술인으로 살아남는 다양한 방법
예술인 사업 홍보가 지하철 광고판에 걸리는 날이 온다. 예술과 시장이 상호의 필요로 공생할 수 있다는 예.

지원사업 또한, 작품과 전시공간, 레지던시 지원 등을 위주로 찾아보기 마련이지만, 생각보다 예술지원사업은 '제작'만이 중점은 아니다.


다시 위의 지원사업 항목들을 보면, 교육과 해외 프로젝트 지원 등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교육은 당신이 이수하는 것도, 기획하는 것도 될 수 있으며, 해외프로젝트 지원은 유통과정의 비용까지도 포함한다. 즉, 당신이 직업예술인으로서 예술활동을 하며 생기는 부수적인 활동들도 지원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지원사업들에는 거의 취준과 마찬가지인 다양한 서류작업(먼저는 기대효과 등이 담긴 참여계획서, 이후에는 정산과 보고 등)이 요구되므로, 작업하기도 바쁜데 이런사업들은 다 언제 챙기냐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지원사업의 나라 한국에서 예술가로 살아가시기로 한 바, 이 행정, 글작업은 당신의 예술활동에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된다'. 어차피 한가지 일만 하며 할 수는 없는 법, 직업에술인으로서 살아가며 인사이트도 넓혀볼 수 있는 활동인 셈이다.


물론 예술인 복지 차원에서 자유창작을 지원하는 사업도 사회적인 기대효과는 써내야 하고, 대다수는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작업을 지향해야 하는 만큼, 고용처의 니즈에 맞아야 하는만큼 당신이 기대하는 자유로운 작업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지원사업이 기획되는 배경에는 이 사업을 통해 사회적 효용을 보편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거나, 국가정책이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역할(예를 들면, 시민문화복지 등)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음이 기대된다. 그러한 연유로 '문화예술지원'의 경우는 공공적인 성격을, 예술인 지원이 소상공인과 같이 '지원, 복지'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의 지향점과 맞지 않을지라도, 예술인으로서 이러한 미션에 동참해보는 것또한 당신이 앞으로 관객과, 지원주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고객으로 끌어들일지, 당신의 세계관과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더 단단히 할지에 대해 큰 도움을 줄 것은 확실하다.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자.


지원사업의 생태계를 알면 많은게 보인다
일단, 살아남자. 뭐라도 해서.

이제까지 지원사업에 대한 개요였다면, 아래는 조금 더 간결한 팁을 전달해보려 한다.


1. 지원사업, '기간'과 의미를 알면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찾아보다보면 마음에 드는 사업이 있을테다. 그런데, 끝났다면? 내년엔 언제할 줄 알고? ... 주기적 사업이라면 전년도의 시기를 봐도 되지만, 사실 국가의 지원사업들은 연초에 1년단위 계획이 이미 업데이트 된다. 그러니, '중장기발전계획', '지원사업 통합안내문'등의 이름으로 올라오는 문서들을 확인해보면 앞으로 정부가 주목할 미션과 준비된 사업에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일회성이라면 그해의 주요 과제, 그리고 사업의 성과평가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의 결과물을 열심히 언급해주는 쪽이 좋다.


2. 지원사업, 알아도 쓰기가 어렵다면?

일단, 지원사업 서류를 쓰기 어려운건 당연하다. 지원사업 서류에는, 사업의 미션에 따라 나름의 '인재상'과 같이 기대되는 바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는 취준 자소서와 비슷한데, 그말은 즉, 적어도 서류의 형식에는 나름의 왕도가 있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지원사업에는 정부가 기대하는 바가 있고, 당신의 서류를 평가하는 사람은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선정된 심사위원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당신의 지원서를 보는 사람이 예술인이 아닌 공무원일 것으로 생각하고, 보고서를 쓴다 생각하고 제출하라는 것이다. 지원서에 스토리를 모두 담아내려 하기보다는, 핵심적인 부분만 비즈니스적인 언어로, 개괄식으로 써라.


만약 예시를 찾기 어렵다면, 문체부 또는 정부기관에서 업로드된 각종 사업계획서와 추진계획서 등을 검색하여 참고하시기 바란다. 형식에는 왕도가 있기 마련이니, 참고하여 예술인으로서의 생존스킬을 늘려보자.


3. 지원사업, 예술인에게 도움되는 부업도 창출 가능하니까

또한, 이렇게 지원사업들의 의미와 양상을 이해하다보면 작품활동 말고도 '모더레이터, 매개자' 등의 직종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이라면 필연적으로 'N잡러'를 함은 익히 알고 있을텐데, 그런 예술가가 하기 좋은(?) 몇 잡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종은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시민문화사업에서 예술가와 시민들의 다리를 놓아주거나, 예술인과 기관 사이의 소통자로 소환되고는 한다. 그러니 단순히 예술가인 나와 분리된 부업이 아니라, 예술인과 관련된 사업들을 함께 진행하며 생태를 이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예술인으로써 살아갈 또다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직무인 셈이다. 특히, 이러한 직무들 또한 아직 도입된지 얼마 안 된 개념이므로 딱 청년예술가 시기에 시도해보기 좋으니, 그러한 네트워킹 사업에도 참여해보며 이왕이라면 34세 이하 대상의 정책을 마음껏 경험해보자.



예술가라면, 예술계를 알아야한다

마치며 드리는 말씀은, 여러 예술인들의 소통 덕에, 정부도 조금씩 예술계에 필요한 일들에 대해 손발을 맞춰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지원기관들에서는, 예술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교육을 지원하고, 당신의 작품과 관객을 매개해줄 여러 기획을 공모하고 있다. 이를 굳이 놓칠 이유는 없다.


정부와의 관계, 시민과의 관계를 잘 이해한다면 당신에게 예술가로 나아갈길은 더욱 폭넓게 열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이 지속되는 데에도 예술인 당사자인 당신의 관심과 피드백이 더없이 필요하다. 예술가로 이왕 살아가기로 했다면, 당신의 권리인 것들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누려보자.


이어질 이야기는 앞서와 같다. 우리의 이해관계자를 잘 알고, 일단 비벼보자. 모든 것은 당신의 경험이 될테니까.



*본 글은 현직 문화계 종사자의 조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다음편 : 예술전공으로 일해보니 느낀, 예술인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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