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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챔버 Dec 22. 2021

미중 패권 경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1년 11월 16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격돌했다. 워싱턴의 저녁과 베이징의 아침에 두 정상은 각자의 시각에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상대를 화면 앞에 두고 앉았다. 세계 패권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두 정상이 드디어 조우하게 된 것이다. 2021년 1월 바이든 취임 이후 약 10개월 만에 자리를 마주한 두 정상은 약 3시간 30분에 걸쳐 대만, 중국 인권, 무역, 코로나, 기후변화 대응 등 미, 중 갈등 의제를 거의 대부분 다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양국 간 충돌을 최대한 피할 것’이라는 모호한 합의만을 도출한 채 산적해 있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듯하다.      


 특히 최근 무력 충돌 우려까지 낳고 있는 대만해협에 대한 긴장감은 여전히 해소시키질 못했다. 정상회의 직후 백악관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중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속내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대만 독립 지지 세력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양국의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어른 싸움에 행여나 불똥이 튈까 조심스러운 아이처럼 한국의 언론은 두 패권국의 원거리 화상 전쟁을 당일 탑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석학인 그레이엄 엘래슨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의 개념을 통해 미중 간 군사적인 충돌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으며 그 시발점은 한반도나 대만 등 제3국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이는 한국이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갈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지속되는 미중의 갈등이 단순히 전략적 경쟁이 아닌 경제, 기술, 군사, 안보, 외교 등을 망라하는 장기적인 패권경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중이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핵심이익을 둘러싸고 국지적 무력충돌까지도 불사할 수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 무력충돌의 시발점이 어쩌면 대만이 아닌 한반도가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 동 중국해 제1도련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A2AD(반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따르면 유사시 미국은 대만의 우산이 될 수가 없다. 지정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미국보다는 중국에게 유리한 싸움이다. 한국 역시 중국이 주장하는 제1도련에 서해가 포함되어 있어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차단당할 수 있다. 미국이 QUAD를 기점으로 한 서태평양 안보동맹 강화 전략에 힘을 쏟고 있지만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기정사실화(a fait accomli)하려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 미국은 이를 새로운 정상상태(new normal)로 받아들이거나 원상 복귀해야 하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지정학적으로 미국보다는 중국에 가까이 있는 주변 동맹국들은 본격적인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특히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에 위치한 한반도는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서 ‘편 가르기’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태평양. 지도를 거꾸로 놓고 중국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중국이 왜 이어도, 센카쿠 열도, 대만 해협에서 해양 분쟁을 지속적으로 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라간 지금 한국은 정확한 상황인식과 냉정한 판세의 변화를 읽어나가야만 한다. 섣부른 판단을 배제하고 한쪽에 올인하는 정책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두려움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시 전략적 선택의 시기를 놓쳐 양국에 패싱 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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