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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채(가제)]

28화 "'오티즘엑스포’ 현장을 둘러보며"

알립니다.

본 글은 저와 개인적으로 '51주 챌린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올린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 하에 공유합니다. 실제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관점으로
사회이슈와 일상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야기인 만큼 편견없이 봐주시길 권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로만 듣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 방문하여 보고 경험한 것이 낫다고 하죠. 사회서비스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방문해서 복지서비스 현장을 보거나 박람회를 관람하고 느끼는 것이 이해하기가 더 쉽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지난 7월 13일에 ‘제3회 오티즘엑스포’ 현장을 둘러본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제3회 오티즘엑스포’에 참관하기 전에 두 가지를 미리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동대구역을 출발하여 수서역(종점)에 도착하는 SRT 열차표를 예매했습니다. SRT를 이용하면 양재동 aT센터에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더라고요. 서울역에 정차하는 KTX보다 차편이 빠르게 매진되는 편이어서 차표를 미리 예매해놓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개최 전에 방문자 사전등록도 했습니다. 미리 등록하면 무료 관람을 할 수 있고요. 현장에서 접수할 때보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7월 13일 ‘제3회 오티즘엑스포’ 방문일이 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오랜만에 만날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볼 거라는 생각에 기대가 커지더라고요. 1회 행사 때부터 뵈었던 김은정 대표님·하주현 이사장님 등뿐만이 아니라요. 백종환 에이블뉴스 대표님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는 여러 지인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설렜습니다.

오전 7시 5분 집에서 출발하여 3시간 정도 걸려서 행사장소인 양재동 aT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팔찌 수령 QR코드' 링크를 보여준 후 팔찌를 부착하고 입장하였습니다. 백종환 에이블뉴스 대표님께 인사를 드린 다음 천천히 행사장 분위기를 살펴봤습니다. 지난 행사보다 참여 기관이 더 많아졌고요. 볼거리도 풍부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새로 참여한 기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는 총 두 곳이었는데요. 집과 가까운 ‘소셜벤처맘쓰랩’과 서울에 있는 ‘장애인아카데미’이었습니다. 행사장 도착 직후 <소셜벤처맘쓰랩>부스 부터 찾았습니다.


해당 기업은 장애인·경력 보유 여성·시니어·자활대상이 함께 일하는, 지속 가능한 마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브런치 카페 ‘마마플레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품한 상품들을 보니 연고지가 대구여서일까요? 안심습지 인근에 나는 연근·연잎과 관련된 다과들이 있었고요. 국수도 있었습니다. 


그중 전 아이스 연근차를 마셔봤는데요. 덥고 습한 날 갈증이 날 때 마시면 좋겠더라고요. 연근차가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비타민 B·비타민 C·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생각보다 맛있어서 좋았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장애인아카데미’ 부스에 방문했습니다. 장애인아카데미는 서울 영등포구에 사업장이 있으며 장애인의 평생교육 목적으로 2016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학교와 문화센터의 형태가 들어간 곳으로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해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본 기관 및 주변 교육기관에도 배포하고 있고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담당하는 장애인 강사 지원(발달장애인 파트너 강사 포함)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해당 부스를 보고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장애인아카데미의 대표님으로부터 “아직 식사하지 못했다면 직원과 함께하면 어떻겠어요?”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침 두 끼나 굶어서 배가 고팠던 상황이었습니다. 김밥과 어묵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문화 관련 부스도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로  쉬운 정보에 대한 인식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린 곳이기도 하죠. 서울특별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소소한소통’ 부스에 들렸었습니다. 2017년에 설립되어 공공·복지·일반 기업 등의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고요. 인쇄물과 단행본·사인물·영상·전시 정보·홈페이지 컨설팅 등 약 900건 이상의 쉬운 정보를 만들었습니다. 쉬운 정보들을 체험하면서 관련 굿즈나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 '라하프’ 부스도 다녀왔습니다. 2016년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뮤지컬 공연팀으로 잘 알려져 있죠. 2021년 10월에 웰페어뉴스를 보다가 창작 뮤지컬을 공연한다는 기사를 보고 해당 극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하여 극단의 대표 작품인 ‘드리머스’라는 작품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22년에 초연된 ‘드리머스’ 내용을 잠시 소개해드리면요. 아이를 찾아 떠나는 아빠를 통해 어른으로서 아이를 위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 부모라는 직업은 처음이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내 아이만 사랑할 수 있다면 바보가 되어도 좋은 위대한 부모가 되어 사랑하는 내 아이와 가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따뜻한 가족극입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발달장애인 문화예술인을 위한 행사를 잠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아티스트가 그린 미술작품을 전시한 ‘오티즘아트갤러리’에서 작품을 보기도 했고요. 드림위드앙상블의 밴드와 ‘재단법인 린’에서 진행한 연주도 잠시 봤었는데요. 각종 클래식이나 OST 음악 등을 들으니 점심 후의 식곤증이 줄어드는 느낌도 있었고, 마음도 풍요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자리 이탈 알림이’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이어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연합 부스에도 잠시 들렸습니다. 홍보물을 살펴보니 거점 병원·센터가 대경권·충남권·전남권은 아직 없더라고요. 




문득 2023년 10월 12일에 있었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최혜영 전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이야기한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국정감사(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회의록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최혜영 전 의원님은 “2023년 H모 보험사가 발달지연 아동들이 언어치료·놀이치료 등과 같은 치료를 받는 데 치료비를 보상해 주는 상품의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갑자기 강화되었다”라고 이야기했고요. 그래서 “보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라고도 했습니다. 


이어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발달지연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참고인은 국정감사장에서

 「H모 보험사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대학병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민간자격증 치료사들에 대한 치료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에 일반 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불법 의료행위라고 치료를 못 받게 하고 있다. 기존과 같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을 가야 하는데 평균 대기가 2년 이상이며 언어재활사 등이 있는 일반 의원에서 하는 발달치료센터도 부족해서 기본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당장 치료를 이어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발달 퇴행이 진행되고 있다.」

라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참고인은 끝말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인정해 주시고 도와주세요. 조금 느리지만 제 모든 것인 아이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느린 걸음이지만 저와 전력으로 걷는 중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께 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간곡하게 호소했습니다.


최혜영 전 국회의원(비례대표)은 “보험사가 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대기 기간은 200일이 넘는다. 심지어 전북대병원은 최장 대기기간이 936일이며 주 3∼4회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집 근처의 병원이 아니면 못 간다”라고 했습니다. 뒤이어 “발달지연 아동과 관련된 복지체계가 없으며 부모와 보험회사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매우 공감한 내용이었다고 하네요.


내년부터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등이 없는 광역자치단체에도 설치를 의무화한다지만, 앞으로 갈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여담이지만 2008년에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저의 장애 판정을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을 2022년 행사 때에 이어 뵈었답니다. 2년 만에 뵈니까 정말 반가웠어요!)



그외  사회적경제 관련 기관과 기업 부스도 방문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회적경제 관련 부스를 꼽는다면 울산광역시에 있는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이었답니다. 지난 2018년에 현직 특수교사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비영리법인인데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 자립과 더불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출품한 ‘늘품 친환경 조립도구’를 보니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당 교구가 만들어진 계기는 특수교사가 제자들의 사회생활에 보탬이 되면서도요.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의 한 특수교사로부터 에피소드는 시작됩니다. 


당시 제자 중 한 명이 울산의 모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특수교사가 듣게 됩니다. 알고 보니 자동차 부품 조립에 사용되는 너트를 조이지 못하여 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해당 특수교사는 “어떻게 하면 제자들이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잘 적응하여 사회적 자립을 이루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조립도구를 고안했다고 합니다. 특허도 받은 친환경 조립도구라는 특징도 있습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의 구성원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해당 교구를 잠시 체험해봤습니다. 


일명 레고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요. 블록과 너트 조립을 할 때 일정한 규칙이 있어 장애인 직업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부속들을 끼우거나 넣어서 반복적으로 조립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 성인 당사자 자조 모임도 참여했습니다. 서울에 소재한 광진피플퍼스트 센터 운영 부스에 방문했는데요. 장애인들의 권리보장과 목소리를 높이고 또 알리는 노력, 보면서 공감되었습니다. 또 제가 총무로 있는 성인 자폐성 장애인 자조 모임 ‘estas’도 3회 연속으로 참여했는데요. 


이번에도 꾸준히 관람객의 방문이 이어짐은 물론이고요. 3명의 새로운 구성원도 합류했습니다. 부스 벽면에 자조 모임의 가치관을 담은 폼 보드를 걸어놓았고요. 50인치 TV를 들여놓아서 관람객에게 자조 모임의 활동 등을 담은 홍보 자료 및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며칠 전에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인 ‘K-PACE 센터’ 사람들을 학교에서 봤었는데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으며 더욱 반가웠습니다.




마지막 3회차에서는 이번 오티즘엑스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행사에서 느낀 부분을 다룰 예정입니다. 준비 및 확인할 사항이 있어 30회차가 아닌 31회차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30회차는 "잠"을 주제로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찾아뵐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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