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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4242)]

발달장애인도 운전 가능해요(2025.01.10일자)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서 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사람·이야기·사회·이슈 등을 주제로 정기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바랍니다 :^)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835


재작년부터 한국보건복지인재원(KOHI)에서 외래강사로 수도권 사회복무요원들과 비정기적으로 만난다.

'장애인복지' 혹은 '활동지원'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잊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요원 여러분, 발달장애인도 운전을 할 수 있을까요?


복무한 지 3개월에서 1년 이상 된 친구들이라 매일 같이 만나는 당사자 특성 정도는 다들 잘 알고 있다. 조금이나마 실천 현장의 흐름 및 조직문화 등도 이해하는 만큼 다양한 대답들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민하는 표정들은 역력하나, 쉽사리 손을 들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나도 몇 년 전이었으면 당연히 “NO”라고 대답했을 거다. 근데 당사자가 운전하는 차를 직접 타본 이후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흔치 않은 사례지만, 발달장애인도 운전 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우도 있고 보드게임카페 마스터에 공무원까지 하는 등 활동 영역은 매우 무궁무진하다. 물론 개인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윤채가 운전면허를 준비하게 된 과정


도로교통법[시행 2024. 1. 1.] [법률 제19357호, 2023. 4. 18. 일부개정] 제82조 제1항 제2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발육지연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이라 나온다.


범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여러 논의가 나올 수 있겠으나 ‘발달장애인(자폐성 장애, 지적 장애)’이라는 단어는 일단 조문에는 없다. 그 외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운전 지원센터가 전국에 13곳이 있으나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이동권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바라볼 지점 중 하나라고 본다.


이 친구 또한 현실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결국 의사 소견 및 적성검사 등을 통하여 운전면허 취득 자격을 받았다고 하니, 말 다 하였다. 참고로 올해로 운전 16년 차의 베스트 드라이버다. 어렸을 때부터 레이싱 게임을 좋아할 정도로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가끔 윤채가 살고 있는 대구에 놀러 가면 팔공산 방향으로 드라이빙 하는 코스는 꼭 빼놓지 않고 들린다. 실 운전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자면, 사이드 미러를 보는 게 좀 서툴 뿐 그 외 다른 건 능숙하게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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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는 자신이 운전면허를 취득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취업 및 사회활동에도 도움 되고 지리적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많은데 대중교통 이용 시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자차까지 운용하여 고충은 물론, 이동에 드는 시간까지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늘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든 스스로 도전하여 성취해 낸 기쁨, 그 결과물이 윤채에게는 운전면허증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장애인복지 현장에서 6년 넘게 근무하면서 깨달은 여러 가치 중 하나다. 담당자로서 발달장애인 대상 평생교육과 자립생활훈련을 매년 당사자들과 논의하여 계획하고 진행해 보니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에게는 밥 먹듯, 숨 쉬듯 할 수 있는 것들조차도 발달장애 당사자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임을 안다면 패러다임이 지금보다 조금 더 바뀌지 않을까 싶다.


1년 전, 이 주제를 갖고 자신의 에피소드를 천천히 적어가던 윤채는 어느덧 자신의 새 차 구매를 고민하며 이직을 준비 중에 있다. 차를 좋아하던 소년이 사회 성원으로서 타인과 교류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면허를 취득하였다. 이제는 이동 제한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곳곳에 전하고 더 큰 꿈을 이루고자 시야를 넓히고 있다. 운전면허증 취득 하나가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변화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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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일지언정, 현실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올해도 윤채가 운전하는 차를 기쁜 마음으로 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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