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hnny Kim Jan 28. 2016

열정페이를 지배하라

열정페이는 경제원칙으로 움직이는 판 위의 말이다. 판을 지배하라.

요즘 핫한 키워드 중 하나다. 열정페이. 부려먹을 대로 맘대로 부려먹고는 그에 응당한 대가는 제대로 주지 않는. 사실 필자는 ‘열정페이’라는 그 용어 자체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절박함을 열정이란 단어로 포장해버린 기성세대들의 '갑질'에서 나온 단어는 아닌가 해서.


졸업은 했으니 취직은 해야 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려니 경력직만 뽑는단다. 자연스레 경력 없는(보여줄 게 아직 없는) 사람들은 열정페이라도 감내하며 뭐라도 쌓아 놔야 하는 게 현실이다. 당신이 누구든지, “평범”이라는 범주 안에 있다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환경이 넉넉해서 유학을 간다든지, 운 좋게 유명해질 기회를 얻는다든지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적은 임금에 있는 게 아니라, 청년들을 '쉽고 싸게 적당하게 써먹을'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에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피부에 더 와 닿는 건 매월 급여통장에 찍히는 숫자의 가벼움에 있지 않을까 한다.


답답한 현실은 현실이고. 그럼 돌파구가 있냐고?


있다. 판의 흐름을 깨면 된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냐고?


해 봤으니까 그렇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그럼 판의 흐름부터 간단하게 읽어 볼까?



속 터지는 얘기로 시작했으니, 힐링 좀 하고 들어가자. 서귀포, 겨울 풍경.



"최소 비용, 최대 편익"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기본적인 대 전제다. 어차피 돈 얘기니, 경제이론으로 풀어보자, 열정페이. 사실, 열정페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의 작동으로 인한 결과다. 사용자는 노동력을 싸게 사려고 하고, 노동자는 같은 노동력을 더 비싸게 판매하려 한다. 노동력의 공급 과다로 전체 가격이 떨어졌을 뿐. 다른 조건들(도덕과 법률)을 차치하고,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경제원칙만을 놓고 보자면 문제 될 상황은 아니다.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해서 필자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보지 말아 달라. 논리적으로 한 번 풀어보잔 얘기다)


그렇다. 그게 문제의 핵심이다. 노동력의 공급 과다. 시장원리는 항상 그렇다. 절박한 쪽이 무조건 불리하다. 구매에 절박하면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사게 되고 판매에 절박해서 한쪽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면 가격 인하 경쟁은 도미노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도미도 하나가 나올 때까지. 그리고 그 남은 도미노 하나가 시장을 지배한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언제나 재화를 많이 보유한 쪽(적은 이익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쪽)이다. 금수저 성공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열정페이를 감내하며 경력을 쌓으면서도 생활에 지장은 없으니까.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뒤엎었을 때, 수해지역 주변의 호텔들은 숙박비를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올렸다. 휘발유와 생필품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그 가격에라도 살 사람은 널렸으니까. 공급자에겐 최고의 호황이다.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사람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행태는 도덕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애덤 스미스의 시장원리 안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적정 가격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알아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원리는 노동력의 공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적절한 보수를 받으며 경력을 쌓을 길이 단절되다시피 한 청년들은 저임금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고(허리케인을 맞은 수재민처럼) 그로 인해 공급이 많아지고 가격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사용자 측은 슈퍼 갑이 되어 버렸고,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게 됐다.


"그 값에 일 안 할 거야? 그러든지. 같은 값에 일할 애들은 널렸는데 뭐.."




판을 지배하라


 요즘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장이 있다. “절박해야 성공한다”. 물론 동의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단서가 빠졌다. 영리하게 절박해야 한다. 절박하기만 해서는 판을 지배할 수 없다. 얘기했잖는가, 절박한 쪽이 무조건 불리하다고. 시장경제 시스템에선 재화를 많이 가진 쪽이 항상 이긴다. 그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란 게 존재하기야 하지만, 그게 밥 먹여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법칙을 지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법칙을 따르지 않으면 된다. 초월적 존재가 되어 보는 거다. 사회적 규칙의 거부에는 벌칙이 뒤따르지만 경제적 흐름의 거부에는 벌칙이 따라붙지 않으니까. 정말 간단하다.


"공짜로 해 줘라"


 돈 더 받을 방법을 알려주나 했더니, 공짜로 노동을 하라고? 그런 뜻이 아니다. 필자가 직접 도전해서 성공한 방법이라 얘기하는 거다. 어차피 경력을 쌓는 초보의 시절을 겪어야 한다면, 열정페이의 노예가 되지 말고 주체적으로 경력을 쌓아 보라는 얘기다. 물론 기본적인 수입을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는 기간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열정노예보다는 낫지 않은가. 다른 누구의 꿈이 아니라 당신의 꿈을 위해 뛰어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공짜로 해 주겠다고 자랑하고 다녀라. 일반적인 수요-공급 그래프에서 가격이 0일 때 수요량은 무한에 수렴하니까. 당신에게 일 부탁할 사람은 많다. "돈 조금만 받아도 되니까 시켜만 주십쇼”하는건 잘 안 먹힌다. 사업하는 사람들 다 똑같다. 요맨큼이라도 돈 나가는 거면 손사래를 친다. 그러니까 당신은 “거, 난 이거 공짜로 해 주는 사람인데. 당신 혹시 이거 필요하쇼?” 하는 거다. 사용자를 상대로 신나게 갑질을 해볼 수 있다. 정말이다. 실제로 당신은 노동자-사용자 간의 관계에서 갑이 되는 거다. 사용자를 갑으로 만드는 조건은 딱 하나뿐이다. 돈. 출중한 능력으로 노동자가 갑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흔치 않은 경우이고. 언제나 돈줄을 쥔 사람이 지시를 내린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 측은 돈으로 위협하는 게 안 먹히면 당신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단 얘기다. 돈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돈을 배제하는 행동 하나만으로 당신은 공짜로 필요한 서비스를 베푸는 대인배가 된 거다. 슈퍼 갑이었던 사용자 측은 졸지에 필요한 서비스를 증여받는 쪽이 되어 버리는 거고. 쥐꼬리만 한 돈 쥐어주면서 노동자에게 온갖 생색은 다 내고 싶어 하는 게 사용자 측의 본성인데 그걸 원천 봉쇄해버리니, 이제 아쉬운 쪽은 사용자 쪽이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갑질은 이 정도다. "뭐 어차피 공짜니까, 써 보고 아니면 말지" 그런데 그마저도 당신과는 상관없다. 저쪽에서 당신의 결과물을 써 주든 말든, 일했던 경험은 자연스레 당신의 실무 경력이 되는 거니까. 물론 써 주면 좋고. 예술계열이라면 포트폴리오가 쌓이는 거다. 당신도 공짜로 해 준다고 해서 대충 해줄 건 아니지 않은가. 당신 이름 박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인데 말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는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디자인/예술계열의 예를 자주 들어서 글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분야에나 통용 가능한 원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칭 "경제원리의 초월적 존재론"은 필자가 지난 4월 엽서를 팔며 여비를 마련하는 무전여행을 떠났을 때 몸소 증명해 낸 이론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거다. 여행을 가기 전부터 그리고 여행 중에도, 여러 호스텔에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나 사진 찍으면서 엽서 만들고 파는 걸로 여행 다니는 사람인데, 객실 사진 예쁘게 새로 찍어주겠다. 돈 안 줘도 되니까, 며칠만 지내게 해 달라. 어차피 숙박업체 입장에서 도미토리 침대 하나 며칠쯤 내주는 건 비용 축에도 안 낀다. 기껏해야 세탁비 정도 들까. 그렇게 한두 군데의 사진 작업을 했고 어느 정도 결과물이 쌓였다. 그래서  그다음엔 돈을 조금 받고 해 줬고, 결과물이 꽤나 쌓인 지금은 정식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다. 아, 가장 중요한 사실은 타이페이와 홍콩에서 11주 동안 공짜로 지냈다는 거다. 정말로. 웨딩 스냅도 지인의 결혼식이라면 빼먹지 않고 포트폴리오 이용 허락해주는 조건으로 공짜로 찍어주면서 작업물과 경험을 쌓으며 시작한 거고. 최근엔 뮤직비디오를 그런 방식으로 뚫어내고 있다.


손글씨를 잘 쓰면 동네 카페에 가서 메뉴판 공짜로 써주겠다고 해 보면 된다. 예의상 따뜻한 라떼 한 잔은 얻어먹고. 액세서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몇 개 만들어서 친한 친구들한테 공짜로 뿌려 보는 거다. 노래를 좀 하면(기타도 치면 좋은데) 거리로 나가보는 거다. 그냥  공연하러. 사실 여러모로 카페가 좋긴 하다. 노래 한 곡만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신나게 놀다 오면 된다. 친구 한둘쯤 끌고 가서 분위기 메이킹 부탁하고, 공연 영상 하나 남기고.


그렇게 신나게 자아실현을 하고 있다 보면, 당신의 가치는 점점 올라갈 거고, 당신을 찾는 데가 많아질 거다. 돈? 정말 그냥 굴러 들어올 거다. 비범한 일을 하고 다니니 입소문도 돌 거고, 경력도 쌓인 사람이니까. 물론 그걸 처음 뚫어내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그대로 행동한 당신은 이미 판을 지배하는 사람이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