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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의 지하철 기본요금은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다.
피부에 확 와 닿는 사실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필수 서비스의 기본요금이 겁나 비싸다. 사실 한국 대중교통 요금이 비싼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한참 앞서서이기는 하지만.. 불합리하게 책정된 요금체계 탓도 있다. 얼마 전 대중교통 요금의 살인적인 인상 덕분에(누가 그러더라. 쳐 내리는 건 비밖에 없다고...) 서울 지하철의 기본요금이 1250원으로, 안 그래도 비쌌던 이전보다 더 비싸졌다. 구간별 추가 요금도 올랐다. 어쩐지 귀국 후에 교통카드에서 돈이 쭉쭉 빨려나가더라니..
교통카드 기준 각국의 수도권 성인 지하철 기본요금은 한국: 1250원, 대만: 약 579원 (16NT), 홍콩: 약 758원 (HKD5$), 태국 약 526원 (16THB)이다. 서울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약 1.5배에서 크게는 2배가량 비싸다. 특히 대만은 다섯 정거장까지 요금이 같다. 여섯에서 아홉 정거장까지도 724원만 내면 된다. 후진국이라서 저렴한 거 아니냐고? 풉... 당신의 무식에 경의를 표하고 갑니다. 대만이 실질적으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다. 대만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43600달러, 한국은 35485달러다. 아 홍콩은 55167달러(.......) 명목 GDP는 대만이 21000대, 한국이 28000대로 크게 앞서긴 하지만, 그거 다 환율로 인한 거품이란 얘기다. 비싸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한국보다 잘 사는 대만은 반값이고, 그 비싼 홍콩도 서울 지하철 청소년 요금 수준이다. 아, 한국의 티머니는 100원 깎아주는데, 대만의 이지카드는 할인율이 20%다. 좋다......
소요시간 30분인 구간 기준으로 들어가야 그나마 격차가 조금 줄어든다. 서울 1450원, 대만 1158원 (32NT), 홍콩 1516원 (HKD10$), 태국 1380원 (42THB)
자, 지하철은 30분 이상 구간만 타서 국제적 호갱 신세를 면하자.
그리고 신분당선과 9호선은 정말..............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홍콩, 태국의 지하철 시스템은 한국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
대만에 6주, 홍콩에 5주 있으면서 지옥철은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열차도 한국보다 신형이라 쾌적하고, 지하철에선 껌도 못 씹게 하는 정책 덕분에 정말 깨끗하다. 기본 퀄리티가 서울 지하철 9호선. 최고다 진짜. 좋은데 저렴하기까지. 스크린도어는 기본이고, 대만엔 플랫폼마다 안전요원도 있다. 게다가 환승 시스템이 정말 혁신적인데, 두 노선의 환승역일 경우, 플랫폼은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 플랫폼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노선이 있다.
방향만 잘 맞을 경우 내리자마자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서 들어오는 열차를 타면 된다. 게다가 배차시간도 약 2~3분으로 짧고(종점 거리가 한국의 50~75퍼센트 수준이긴 함) 스케줄도 칼 같아서 운이 좋으면 내리자마자 환승해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환승시간이 말 그대로 제로란 이야기.
홍콩역의 환승이 정말 긴 편이긴 하지만, 그래 봐야 종로 3가 5호선-1호선 환승정도 거리이다. 그리고 거긴 센트럴 역과 이어져 있고, 공항철도를 포함하는 네개의 노선이 지나가고, 그 위상과 사이즈도 한국의 서울역 급이니까 논외로 치자.
환승거리가 멀기로 유명한 잠실과 왕십리역을 생각하면... 또르르.....
3. 홍콩의 물가는 한국보다 그리 비싸지 않다.
맥도날드 가격은 한국이 오히려 비싸다. 역시 명불허전 거품 GDP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홍콩에서 머물 적에, 마침 할인행사를 해서 즐겨 먹었던 맥스파이시 치킨버거(상하이 스파이스치킨) 세트는 HKD22$ (3300원). 빅맥 등 다른 세트메뉴는 HKD20 중후반에서 HKD35(5000원)선. 게다가 침사추이, 센트럴 등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에도 HKD50$(7500원) 아래의 로컬 음식점들이 어디나 널려 있다는 사실. 필자가 호스텔 친구들과 미쉘린 스타를 받은 딤섬집, 팀호완에 가서 배부르게 먹고 각자 낸 금액은 HKD40$였다. 한 6000원쯤 냈다는 얘기.
그리고 홍콩의 호스텔 요금은 1박에 HKD150 - 200$ 그러니까 약 2~3만 원 내외다. 제주도에만 내려가도, 아니 전주만 해도 어디든 2만 원씩은 받는다. 호텔이 비싼 건 당연하고..
당신의 홍콩 여행이 비쌌던 이유는 고급 진 레스토랑만 찾아다니고, 호텔에서만 잤기 때문이라오.
4. 한국의 통신요금은 말 그대로 미쳤다.
대만과 홍콩에 있을 때, 한국 번호는 정지하고 현지 선불심을 이용했다. 두 곳 모두에서 3G 데이터를 이용했는데 대만에선 "중화덴신" 선불 충전 통화/SMS + 1기가당 180NT (약 6500원)짜리 데이터 팩을, 홍콩에서는 "차이나텔레콤" 선불 충전 통화/SMS 1주일에 HKD30$짜리 무제한 3G 데이터 플랜을 이용했다.
6주간 대만에서 통신비로 지출한 금액은 약 3만 원.
5주간 홍콩에서 통신비로 지출한 금액도 약 3만 원.
두 곳 모두에서 통화, 메시지에 약 3~4기가 정도의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하며 지출한 금액이다. 아, 홍콩에서 필자가 사용한 차이나텔레콤에는 당연히 LTE플랜도 있는데 주당 HKD45$, 1.5기가 데이터를 준다. 한 달 동안 쓴다면 데이터 용량 6기가에 약 2만 7천 원.
지하철에 이어, 통신까지. 우리는 국제적 호갱이 맞다.
실질 국민소득으로 보면 한국은 대만과 홍콩보다 가난한 나라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5. 대만의 최저시급은 한국보다 약 23% 낮지만 생활물가는 40% 저렴하다.
2015년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5580원, 대만은 120NT, 4342원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하철 기본요금은 1250원, 시장 골목 백반집 밥값도 6000원. 대만의 지하철 기본요금은 579원, 일반적인 밥값 한 끼 3000원 내외. 카페 음료 가격 1000 ~ 2000원 내외. 기름값도 70퍼센트 수준. 타이페이 기준 월세는 8000~15000NT라고 한다. 30-60만원 선. 서울과 비슷하긴 하다. 다만, 보증금이 두 달치 월세밖에 안 한다는 거. 한국 월세 보증금은.........
아 중요한 사실을 빼먹었는데, 대만의 국립대 1년 등록금은 200만 원 선, 사립대는 450만 원 내외. 한 학기가 아니다. 1년이다. 한국 국립대는 한 학기 등록금이 200만 원 선인데... 정확히 한국의 절반이다. 대단하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학자금 대출 이자가 낮고 저소득층이라면 무이자에다, 장학금도 많단다. 5월 초, 대만 대학생들과 일주일이나 같이 지내며 (화롄시 츠지대학 초청 탐방기 참고) 들은 정보다. 과장한 게 아니다.
사실 한국이 대만보다 객관적으로 비싸기도 하지만, 주변 눈치 잘 안 보는 대만의 나라 분위기가 지출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국 같은 꼰대문화도 적고. 한국에선 못 하면 루저라 칭하는 "2~30대에 차 타고 다니는" 거. 대만에선 이상할 정도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선 본인 능력도 안 되면서 구색 맞춘다고 비싼 커피 마시고, 비싼 거 먹으러 다니고, 5년 할부로 차 뽑고 하니까 괜히 지출이 늘어나는 거지... 타이페이에 사는 친구 왈, 대만에선 대학생이 되면, 모은 용돈에 부모님이 조금 보태 줘서 다들 스쿠터를 한 대 사고, 그걸 차 살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쓴다고들 했다. 각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학비에 생활비 정도는 본인이 부담한다고. 게다가 학비도 저렴한 편이라 성인이 되자마자 완정 독립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라 한다.
능력이 안 되면 하지를 말아야지, 아니 그 전에 능력 없는 거 알면 옆에서 꼰대질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한국은......... 학자금 안 빌리려면 필자처럼 진학 살짝 밀어 두고 학비 모으려고 창업을 하든지..............
어쩐지 대만에 눌러앉아 살고 싶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