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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G Jul 24. 2020

'쟤도 하는 데 뭘~' 이 말을 쓰는 법

열정의 부지깽이

살면서 이런 말 진짜 많이 들었다.


쟤도 하는 데 뭘~

일컫는 쟤는 바로 '나'다.


어릴 때부터 별다른 재주가 없었던 나는 늘 누군가에게 어쭙잖은 존재로 각인돼 왔다. 매사에 어설프고 허술해 세상에 내놓으면 어디 지 앞가림이나 하겠나 싶은 딱 그런 타입이었다. 스무 살이 넘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이 직접 찾아오기도 했었다. '쟤가 제대로 하겠나....' 싶은 그런 우려였을 것이다.


지금도 내가 글을 쓴다거나 어떤 성과를 이뤘다 하면 사람들은 '니가?' '정말?''다시 봤다' 이런 말을 왕왕 듣는다. 그 말인즉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다의 감탄사 이기보다 어설프고 허술한 네가 그걸 해냈다고? 식의 나를 얕잡아 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반전이라는 걸 안다.

대학교 때 제법 큰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 소식을 한 친구에게 말하자 대뜸 그 친구가 비아냥 대는 말투로 그랬다 "풉! 니가 왜?"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사 '울 것까지야... '싶지만 그땐 마음이 연두부 였던 시절이었다. 더 바보 같았던 것은 내가 그 친구를 욕하며 운 것이 아니라 속으로 그 말에 동조하며 울었단 사실이다 "그러게... 내가 뭐라고..."


그렇게 살아온 삶의 습관은 쭉쭉 치고 나가는 파이팅보다 내 주제에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안주함을 선택케 했다.노력과 재능을 항상 의심하고 내가 그럴만한 깜냥일까?라는 생각을 내 신체 일부처럼 달고 살아왔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 친구의 말이 그렇게 아팠던 것은 무의식 중에 깔려있던 내 능력치에 대한 의심을 들켰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뭐 어때서?""그럼 너도 해봐" 라는 말로 톡 쏘지 못했던 것도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 탓이리라.


이제는 그런 말 따위에 상처받지 않는다. 마흔 해가 넘게 살다 보면 얼굴만 두꺼워지는 게 아니다. 마음도 두꺼워져 힘 빡! 주면 뾰족한 말 가시 몇 개쯤이야 튕겨낼 수 있는 내공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서 한 문우를 만났다. 어떤 일에든 과감하게 도전하는 그녀에게 그 비결이 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늘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치보다 한치 더 높은 것을 시도한다고 했다. 그 말은 내게 신세계였다. "우와 멋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저도 하니까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맞다. 이 말은 이런 식으로 써야 한다. '쟤도 하는 데 뭘'은 남에게 주눅드는 말이 아니라'당신도 할 수 있어요'로 변환하는 용도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이 말이 마치 부지깽이 같단 생각이 든다. 까맣게 덮여진 재 안에 감춰진 불씨를 화르르 뒤적이는 그 부지깽이.

나는 요즘 이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주 뒤적인다.


아이가 주사 맞는 걸 무서워 할 때,


"엄마 겁 많은 거 알지? 근데 엄마도 했어."


글쓰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에이, 나도 하잖아. 그러니까 한 번 시도해봐"


육아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에이,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넌 더 잘할 거야. "


만약 당신이 지금 어떤 일을 하기에 망설이고 있다면, 한발 짝 더 나아가는 게 두렵다면 내 부지깽이를 이용하라.


쟤도 하는데 뭐


이 말의 효과는 내가 잘되야 더 큰 힘을 발휘된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기준치를 한뼘 더 높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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