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진인사대천명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업무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피드백이었다. 물론 모든 초고를 그대로 싣는 건 아니지만 마감에 허덕이다 보면 퇴고 없이 다이렉트로 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제삼자가 이왕이면 전문가가 내 글을 한 번 피드백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일을 맡기는 것은 감사하나 나는 아직 새내기다. 배우고 싶은 욕망이 넘친다. 약 4개월 전 그 바람이 실현됐다. 30여 년 간 글로써 먹고 산 한 원로가 앞으로 나의 사수가 돼 주기로 했다. 이곳의 막대한 네트워크를 통한 섭외였다. (솔직히 나는 이곳에 머물면서 나는 어떤 가치나 대의도 '자본의 힘'으로 앞당길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직원 월급이 짠 대신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과 휴식만큼은 과감하게 지원해 주고 있다.)
그는 내가 만든 두 권을 훑어보고는 "포인트를 잡아서 잘 쓴다"는 칭찬을 남겼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마지막 장뿐만 아니라 이름이 게재하지 않은 모든 걸 내가 썼다고 어린애처럼 방방 소개했다. 이러한 기회가 찾아온 것에 신기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기로 했다.
새로운 변화에 과도한 의미 부여도 고민도 필요 없다. 그냥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맡은 바 최선만 다하자.
진인사대천명.
결과를 마주한 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다며 슬퍼하고 우울할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는 '운의 자의성'이라는 게 존재해서다. 때론 최선이 원하는 결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기도 하니까. 지난 3년간의 나의 노력이 그랬으니까. 어쩌면 그러한 노력 덕분에 지금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곧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다양한 모양, 생각지 못한 모양으로 최선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주어진 상황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어쭙잖지만 지난 시간 동안 내가 깨달은 퍽퍽한 인생살이의 해법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나는 또 재미있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