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으로서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참는다"와 "견딘다"라는 말과 오래 마주하고 살았다. 그런 말에 굴종할 수 없어와 같은 마음으로 노려보기도 했고 네,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말씀대로 하겠읍죠 같은 태도로 납작엎드리기도 했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 겉돌 때,
답답한 마음에 식욕도 없을 때,
언쟁이 오고가거나 말도안되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럴 때 점심은 건너뛰고 혹은 점심은 빨리 대충 헤치우고 서는 회사주변을 걸었다.
회사주변에 운 좋게 크고 작은 공원이 있었을 때는 공원의 핀 꽃을 보고 나뭇잎을 밟았고
운 좋게 유명한 건축가들의 건물이 있었을 때는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는 건물들을 고개들어 바라봤고
바닥에 드리워진 신기한 그림자나 무지개같은 빛에 왠지 모르게 감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2-30분 계속 걷다보면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 속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는 것 같아 겨우 오후를 견디게 해주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참고 견디는 그런 전근대적인 사고관에서는 벗어나고 싶고 인생을 축제처럼 살아라는 말은 너무 근사하지만 동시에 인생이 고통인 것도 유효한 명제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인생을 버티기위해 고통의 근거지(아마 대부분 밥벌이할 돈을 주는 곳일 것이다)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걷고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