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Progressive from Conservative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와 보수의 흑백논리로 정치성을 나눈다. 논리적인 사상과 이념에 대한 진중한 생각과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자신이 어느 쪽에 가까운가를 판단하기보다, 새로운 것과 오래 된 것, 그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에 따라서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으로 분류화시킨다. 이것은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로부터 보수는 늘 진부하며 지루하고 혁신되어야 할 대상이며, 진보는 새롭고 창의적이며 도전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로 여겨졌다.
80년대 미국 음악계를 초토화시켰던 ‘New Wave Music’의 어원은 프랑스의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Nouvelle Vague)’가 시작이었다. 195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의 영화 운동 누벨바그는 기존의 안이한 영화 관습에 대항하여 감독의 개인적인 영감을 중요시하는 방식과 새로운 스타일을 원하는 영화혁명으로,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 클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에릭 로메르(Eric Rohmer) 등 젊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군단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진보적인 음악의 움직임은 영국에서 먼저 일어났다. 1960~197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은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켜 컨셉트 앨범(Concept Album) 지향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시적인 가사와 예술성을 중시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이었던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이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여덟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다. 1973년 발표된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4000만장 이상이 판매되었다. 또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미국 음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사실상 팀의 리더였던 시드 배럿(Syd Barrett)이 1968년 탈퇴한 이후, 밴드는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와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 릭 라이트(Rick Wright) 3인 체제로 가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1977년 발매된 앨범 [Animals]부터는 거의 로저 워터스의 1인 체제로 밴드의 모든 음악과 가사가 만들어졌다. 로저 워터스는 2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정치에 대한 냉소와 자신의 이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밴드의 음악적인 규모는 점점 커져갔고, 많은 세션 기타, 색소폰, 백보컬, 코러스, 키보드, 급기야는 대형 오케스트라까지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핑크 플로이드의 거대해져가는 음악관과 복잡하고 난해한 음악은 많은 음악인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 모든 비난을 감수한 핑크 플로이드의 세계관과 음악적 방대함은 1979년 발표 한 명반 [The Wall]에서 집대성 되었다. 시드 배럿을 모티브로 록가수 ‘Pink’를 주인공으로 한 록 오페라 ‘The Wall’은 2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가정과 학교와 사회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고통 받고 결국 마음의 벽을 쌓고 고립 된다는 내용을 총 26곡의 노래에 담아 더블 앨범에 수록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컨셉트 앨범으로 꼽히는 [The Wall]은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15주 동안 머무르며 리드 싱글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가 차트 탑에 올랐고, 앨범 발매 후부터 1987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빌보드차트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 ‘Pink Floyd – The Wall’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은 실사/애니메이션 뮤지컬 드라마로 1982년 영국 감독 앨런 파커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평론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1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특히 ‘Pink’역을 맡은 가수 밥 겔도프는 추락하는 록스타의 상처 입은 내면과 헝클어지고 부서질 것 같은 외면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The Wall]이 담고 있는 인간의 소통부재와 절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밥 겔도프(Bob Geldof)는 1986년 명예 대영 제국 훈장을 받은 아일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로, 그가 ‘Pink Floyd – The Wall’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일어났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밥 겔도프와 그의 매니저는 열악한 택시운전사들에 대한 처우와 택시 요금의 개선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타고 있던 택시의 기사가 바로 로저 워터스의 형이었다. 그 형은 마침 주연 배우를 찾는 오디션을 보고 있던 로저 워터스에게 밥 겔도프를 추천했고, 그는 세기의 명반과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논리로 진보와 보수의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시끄러운 사회면을 떠나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다 보면 진보적인 예술이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젊은 혈기들의 용두사미가 아니고, 보수적이라고 해서 틀에 박혀서 지겹고 무료함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된다.
지금 세련되고 최신의 것이라도 언젠가는 촌스러운 구식이 되어, 또 다른 진보와 혁신의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예술계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긍정의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