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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Oct 12. 2017

아이를 키우는 세상의 부모들에게vol.1

우리집에는 슈퍼맨이 자라고 있다

1. 못생긴 녹색어머니


얼마 전 배우 고소영씨가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횡단보도 신호등 아래에 서서 교통지도를 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그녀가 봉사활동을 했던 모임은 ‘녹색어머니회’라는 학교에 소속된 어머니봉사단체로, 대부분의 초등학부모들은 일 년에 한 두 번씩 녹색어머니 봉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멋진 제복을 입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깃대를 잡은 그녀는 여전히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배우이기 전에 엄마’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배우’라면서 그녀를 추켜올렸다. 하지만 같은 사진을 보았던 많은 엄마들에게는 난데없는 경찰 제복에 제 얼굴만한 라이방까지 끼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고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엄마들의 아침은 그야말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이다. 남편과 아이들을 깨우고 옷을 챙겨주고, 아침식사를 차리고, 준비물을 챙기고 저마다 벌리는 손에 용돈까지 쥐어 주고나면 세수는커녕 내가 일어나서 숨을 한번이라도 쉬었는지가 궁금해질 정도이다.
녹색어머니 활동이 있는 날은 테란의 누클리어 폭탄을 맞은 것같은 집안을 치울 시간도 없이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로 뛰어야 한다. 김치 국물 튄 추리닝을 입고 달려온 엄마도, 벤츠를 몰고 교문 앞에 간신히 골인한 엄마도 촌스러운 노란색 단복을 껴입고 깃대를 하나씩 들고 아이들이 주로 찻길을 건너는 횡단보도로 나간다. 머리도 제대로 빗지 못하고 횡단보도 곳곳에 서 있는 노란 풍선 같은 엄마들은 나름 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에 오늘 아침이 뿌듯하다.
비가 오는 날은 영화 속 살인범들이 입는 것 같은 거대한 노란색 우비를 입고 깃대를 잡는다. 세련된 제복에 멋진 선글라스가 없어도 엄마들은 아름답다. 화장 안한 민낯과 급히 구겨신고 나온 아들의 운동화가 아름답다.


내 것 챙길 시간은 없어도 가족들은 챙겨 보내는 알뜰한 당신,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은 엄마이다.

사진: 일반 초등학교 녹색어머니 단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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