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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만 기록
by 종이밴드 x 제로위크 Sep 12. 2017

벤치 위의 아이스크림

첫 번째 기록 - 아이스크림 편

벤치 위의 아이스크림


오랜만에 언니네 집으로 놀러 가기로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전의 햇살은 아직 뜨겁습니다. 여름 내내 쓰던 챙이 넓은 모자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 잠깐 후회됐습니다. 우리 집에서 언니네 집까지 지하철만으로 약 1시간 40분 정도의 거리. 오랜만에 긴 지하철 여행을 하며 한때 내가 살기도 했던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역 앞에 마중 나온 언니와 만나자마자 간단한 점심을 먹고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한 작은 빵집에서 커피와 함께 먹을 빵을 샀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언니네 집까지는 마을버스로 두어 정거장 거리이지만 조금 걷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쌓인 수다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 유치원에 간 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잠시 한적한 디저트 타임을 갖기로 했지요. 쌉쌀한 맛의 인스턴트 블랙커피와 함께 싱싱한 블루베리가 가득 장식된 브리오슈 한 조각, 처음 보는 노란색 망고 멜론을 알록달록한 접시에 담아 먹었습니다. 이미 점심을 먹은 후여서일까요. 빵집에서는 맛있게만 보이던 빵을 입에 넣자 생각과는 다른 심심한 맛이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여유로운 시간의 수다는 달콤합니다.


어느덧 유치원 하교 시간. 언니가 아이를 데리러 간 동안 저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러 근처의 미용실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서너 평의 1인 미용실에서 거추장스럽게 목덜미를 덮던 머리카락을 다시 짧게 정리했습니다. 이번에는 머리를 조금 길러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짧은 쪽이 편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올해도 머리 기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오자 아이의 작은 배낭을 멘 언니와 유아용 킥보드를 탄 환한 미소의 담인이가 미용실 앞으로 와 있었습니다.


집으로 바로 가기 아쉬워 미용실 바로 옆의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로 함께 들어갔습니다. 가게 내부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아이스크림 창고 같이 보였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종류가 있는 코너로 가서 하나씩 골라 들었습니다.


나는 종이 껍질을 벗겨 먹는 바닐라 맛의 콘 아이스크림,
언니는 손으로 꾹꾹 짜 먹는 튜브형 밀크 아이스크림,
꼬마 담인이는 작은 수저로 떠먹는 초콜릿 맛 구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오며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는데 고맙게도 커다란 나무 밑에 놓인 빈 벤치가 보였습니다. 셋이서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다른 아이스크림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맛있게 먹었지요. 아직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주변을 놓치지 않습니다. 관찰력이 좋은 담인이 덕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무심한 비둘기가, 작은 참새가, 부지런한 개미 무리가, 커다란 말벌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우리는 잠시 옅은 바람을 느끼며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여름이 천천히 다음 해를 기약하고 떠나가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지요.



글 : 제로위크  + 그림 : 홍양 = 종이밴드



- <달코만 기록>은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본 콘텐츠는 종이밴드가 함께 먹고 나눈 디저트간식에 대한 소소한 정보와 달콤한 수다를 담았습니다.

- 종이밴드 콘텐츠 문의 : jong2b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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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창작팀 <종이밴드>에서 글을 씁니다. 
2017년 4월 에세이 <채소의 온기> 출간
 jong2b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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