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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코만 기록
by 종이밴드 Feb 07. 2018

고요한 밤 혼자서, 핫케이크 크레프

열두 번째 기록 - 핫케이크로 만든 크레프 케이크 편

고요한 밤, 혼자서 - 핫케이크 크레프


여러분은 매일 하루 중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는 세 가지 물음이 들어있는데요. 바로 ‘매일 하루’, ‘조용히’ 그리고 ‘혼자’라는 단어에 대한 것입니다.


우선, 저의 매일 하루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토스트와 계란, 홍차 정도를 곁들인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오전 중에 급한 일을 서둘러 처리하고 나니 금방 점심시간. 아무리 집에서 일한다지만 매번 밥을 차려 먹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 근처 학생들로 북적이는 분식집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돌아와 밀려오는 졸음을 막기 위해 진한 커피를 한잔 타 마십니다. 


오후의 일과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오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이어서 하고, 더러 인터넷 서핑 등 딴짓을 하기도 합니다. 찰나의 적막을 참지 못하고 가사 없는 재즈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눈과 손과 귀는 여전히 쉬지 못합니다.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 밖으로 나가서 조금 걷고 올까? 생각했다가 점심 때 나갔다가 겪은 한겨울의 칼바람이 떠올라 고개를 젓고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아, 이대로 저녁이 오겠군요.


어째서 저는 집에서조차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고 느꼈을까요. 주말을 제외한 ‘매일 하루’ 저는 분명 ‘혼자’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를 잊고 있었습니다. 바로 ‘조용히’라는 단어였습니다. 


사실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그저 모든 소음을 음소거한다는 의미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조용히 시간을 보낸다는 것’의 의미는 잠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읽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간. 그저 내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을 갖기에는 아무래도 늦은 밤이 제격입니다.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 혼자 산다면, 창밖의 불빛과 소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시간이 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꼭 모두가 잠든 동안이 아니라도 조용히 시간을 보낼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모든 일을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계획한 일을 끝내고 보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미 지쳐서 그저 소파에 앉아 쉬고 싶었지만 뒤늦게 찾아오는 허기 역시 막을 길이 없었지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날따라 텅 비어있더군요. 고민하다 언젠가 사둔 팬케이크 가루를 발견하고 간단히 반죽해 구워 먹기로 했습니다. 아침마다 빵을 먹고 있어서 잼은 몇 가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충분히 맛있는 크레프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핫케이크는 그냥 태우지 않고 잘 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크레프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 그저 우유와 계란, 핫케이크 가루를 넣어 반죽하고 프라이팬에 여러 장 굽기만 하면 됩니다. 빵과 빵 사이, 좋아하는 잼을 바르고 쌓아 올리면 끝.



다 만든 크레프를 앞에 놓으니 그다음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온전히, 먹기만 하면 되었지요. 아무것도 개입될 것이 없었습니다. 노트북도, TV도, 핸드폰도 모두 고요했습니다. 영상도 보지 않았고, 음악도 듣지 않았으며, 걸려 온 전화도 없었습니다. 표현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 순간에는 오직 크레프와 나. 단 둘 뿐이었습니다. 선물처럼 찾아온 이 시간을 어떡해야 하나, 생각하며 천천히 접시를 비웠습니다. 


배가 부르자 저는 다시 음악을 틀고, TV를 켜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어질러진 싱크대를 보며 저건 언제 다 치우나, 괜한 고민을 할 뿐이었지요. 그 모든 걸 하기 전에 우선, 입안에 남은 단맛을 씻어 줄 홍차나 한잔 끓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렸습니다. 적어도 물이 끓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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