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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변해가는 것들
by 종이밴드 Feb 09. 2018

8화. 새해의 다이어리

감성/공감/생각/일상/에세이 종이밴드 1.5집 - 조금씩 변해가는 것들

8화. 새해의 다이어리


1월 1일. 하루라는 날짜를 두고 달력의 연도 수가 뒤바뀌는 날. 연말의 조금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한 살 더 먹었다고 갑자기 늙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만 할 것 같다. 한동안 멀리했던 스포츠센터에 회원권을 끊고, 어학 공부를 시작하고, 평소 읽지 않던 자기계발 서적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해피 뉴 이어!


그렇게 1년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직 새로 산 다이어리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1년 다이어리는 분명 다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2달 단위로 나누어 쓰는 얇은 두께의 month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끈기 부족인 내게 month 다이어리는 꽤 효과가 있었다. 2달 단위로 노트를 다 쓸 수 있어 작은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노트를 모으는 취미가 있는 내게 자주 노트를 바꿀 수 있는 명분까지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쩌자고 다시 1년 다이어리를 샀을까. 

그것도 올해가 지나면 어디에도 쓸 수 없는 ‘2018년’ 다이어리를 말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다이어리가 2018년 버전으로만 나와있기 때문이었다. 이맘때는 새 다이어리를 다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찬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것을 착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올해는 이 다이어리와 즐거운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의 장맛비에도 겨울의 함박눈에도 굴하지 않는 비닐 커버를 산 이유도 어쩌면 그런 염원(!)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깨끗한 새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치는 것은 잘 다린 면 셔츠를 입을 때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다. 

나는 맨 첫 장에 매해 바뀌는,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적는다. 다음 장은 보통 올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체 달력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을 통해 휴일 수가 얼마나 되는지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출근할 곳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그다음 장을 넘기면 한 달 스케줄러가 나오기 마련인데, 인심이 조금 넉넉한 다이어리라면 한 해 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 장을 넣어놓기도 한다. 물론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일이 없다. 닥쳐올 한 달 일정도 변경되기 마련이라 1년 전체의 스케줄을 미리 써넣는다는 것이 조금 두렵게 생각된다.



한 달 스케줄러 다음 페이지는 대부분 주간 일정을 기록하는 '위클리' 형식이나 매일 일기를 쓰듯 날짜별로 구분하는 '데일리' 형식으로 나뉜다. 여기서 취향이 갈리곤 하는데, 내 경우 일정 기록은 위클리 다이어리, 일기는 데일리 다이어리로 나누어 사용해왔다. 이번에는 2권의 다이어리를 오가는 게 조금 피곤하다 싶어서 위클리 다이어리이면서도 소소한 생각을 상세히 메모할 수 있도록 각 날짜의 칸이 넓은 것을 골랐다.


사실 내게는 '다이어리 징크스' 같은 것이 있는데, 미리 일정을 써놓으면 항상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중요 약속이나 일정을 미리 적어 놓으면 이상하게 꼭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만다. 그래서 한때는 제발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정은 미리 적어 놓는 요행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의도가 불순한 탓인지 그것만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징크스는 무슨.


일상은 매일 아침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의 시작만은 특별히 여기고 싶은 이 심리는 뭘까. 그것이 그저 새 다이어리를 사고 싶은 마음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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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맛있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제로위크(글) + 홍양(그림) jong2b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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