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39일 차 - 과유불급의 맛
병가 마지막 주말, 모처럼 요리를 했다. 이번만큼은 병가 내내 나를 보살펴주던 아들을 위해 특별한 한 끼를 차려주고 싶었다. 메뉴는 볶음밥. 하지만 아들은 별 기대 없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내가 만든 볶음밥이 제대로 된 적이 드물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꼭 맛있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최근 방송에서 본 ‘계란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일류 요리사의 레시피니 그대로 따라 하면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재료를 준비하며 요리를 시작했다. 양파, 호박, 소시지를 잘게 썰고, 계란을 풀었다. 그런데 볶는 과정에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맛이 부족한 것 같아 치즈스톡을 넣고, 냉장고에서 맛살까지 꺼냈다. 아들이 “볶음밥에 맛살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했지만, 괜찮을 거라 자신했다. 그래도 맛이 나지 않자 김치와 김까지 추가했다. 좋은 재료를 많이 넣으면 맛도 좋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완성된 밥을 한 숟가락 뜨자 ‘아차’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짜고, 맛이 복잡해 도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아들도 한마디 했다.
“맛살 때문에 비리고, 김치까지 넣어서인지 너무 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맛있게 해 보려는 무리한 욕심이 결국 볶음밥의 본모습을 잃게 만든 것이다.
“엄마, 레시피대로 한 거 맞아?”
아들의 질문에 대답이 막혔다. 사실 레시피는 기억에서 사라졌고, 관습대로 이것저것 과하게 넣은 시도였으니 당연했다. 반대로 아들이 병간호하며 해준 음식들은 꼭 필요한 재료만 선택해 단순하게 만들었는데도 훨씬 맛있었다.
“엄마. 이건 한마디로 과유불급의 참사야.”
아들의 말에 빵 터졌다. 맞는 말이었다. 결국 열심히 만들었던 볶음밥은 음식 쓰레기통으로 향했고, 우리는 대신 간단한 수프로 허기를 달랬다.
설거지를 하는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음식이 꼭 삶 같다. 많이 가진 것이 곧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담아내는 절제와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맛이 난다. 지나친 욕심은 결국 맛을 잃게 하듯, 삶도 그렇다. 과유불급, 넘치지 않게 적당히. 그것이 요리에도, 인생에도 통하는 법칙이었음을 새삼 배웠으니, 볶음밥을 다 잃은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