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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품속으로 2박3일

남들은 꿈의 능선이라 하지만 나에게는 낭만길은 아니였다.산행이 아닌 고행

날짜: 2016년 8월 3일~5일
날씨: 33도 이상 폭염 (산 능선부는 밤기온 17도 ~낮기온 22도 전후)
위치: 전남 구례, 경남 하동, 전북 남원, 경남 함양
코스: 남부터미널~구례터미널~성삼재~노고단~돼지령~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형제봉~벽소령대피소~덕평봉~선비샘~칠선봉~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백무동 35.29km
소개: 말이 필요 없는 지리산 주능선 종주 2박 3일간의 휴가로 지리산 능선의 기온은 시원하지만 체중의 1/3에 해당하는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서 즐거운 산행이 아닌 고행이었다.

지리산 촛대봉에서 구름이 바람타고 넘는 풍경






6월달에 우연히 국립공원 포스팅을 보다가 여름휴가 기간 성수기 대피소 예약을 지금부터 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예약을 일단 하였는데 2일 후 추첨에서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여름휴가 일정이 아직 미확정인데 일단 결재하고서 휴가가 안 맞으면 10일 전에 만 취소하면 100% 환불되기에 예약을 해두고 휴가 일자만 일치하길 바랬는데,  두달후에 휴가 날짜를 예상한 것이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버스표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 터미널까지 가는 첫차 우등버스를 예매하였다. 맨 앞 오른쪽 자리 싱글석 명당자리로 미리 예약해두고 짐을 꾸리고 아침에 배낭을 드는데 한손으로 버겁게 들리는 무게로 시껍! 바로 저울에 제어 보니 10kg이다. 체중의 10%를 넘기면 장거리 산행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 등짐 매고 지리산 능선을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일단 집을 나서서 버스 터미널로 향하였다. 집 근처에서 광역버스 첫차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다음 차를 타고 가는데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아서 남부터미널 역에서 내리니 출발시간 10분 전이다. 무거운 등짐으로 뛰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잰걸음으로 가서 간신히 구례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구례까지 정체가 없으면 3시간 10분 거리라고 표기되어있다. 우등 버스라 종아리 받침대 올리고 시트 뒤로 젖히고 편안하게 풍경을 보며 어느덧 휴게소를 거쳐서 구례에 도착하였다. 짐을 챙겨서 구례 터미널에 내리니 성삼재 가는 버스가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한 시간을 빈둥빈둥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고 10시 40분 차를 타고 약 40분간에 성삼재 도착해서 배낭을 메는데 왠지 허전?
아차! 고속버스에서 3일간의 행동식인 바게트빵 썰은 거를 놓고 내려버렸네 시트 옆에 놔둔 것이 발받침에 아래로 굴러떨어져서 내릴 때 가지고 내려야겠다 생각하고 발받침대를 내려서 닫으니 감춰저 버린 것이었다. 이 바게트 빵이 가볍고 수분이 없어서 더운 날씨에 장기간 보관해도 변질 없고 해서 간식으로 두고두고 먹으려고 산 건데...


구례 터미널 1번 홈에 서 있는 성삼재행 버스,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옆이라 편하긴 하였다.

이거 보고 아~ 카드도 되는구나?... 하고 멍때리고 앉자 있다가 출발 1분전에 기사님 올라오시더니 자~ 표들 주세요  헉! 표를 끊어와야 하는건가? 그럼 저 티머니 단말기는 뭔데? 하고 있으니 기사님이 오더니 카드도 된다고 해서 휴...

승용차는 물론이고 지나쳐가는 노선버스도 길을 막고서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 모두 1인당 1,600원씩 받는다.
면제 대상은 경로카드소지자. 복지카드 소지자. 천은사 신도. 해당 지역 거주자 이외 모두 강제 징수한다. 군내 버스는 노선 운행이라 천은사 구경도 안 하고 직진하여 성삼재로 올라간다.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된 지 오래된 시점에 '공원구역 입장료'라는 명목으로 티셔츠도 그럴싸한 공공기관 유니폼 비슷하게 입고서 차박차박 받아낸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삥 뜯는 천은사! 현대판 산적이다.  일인당 천육백원 어마어마한 수입이다. 언젠가 천은사에 들려 그동안 삥뜯긴 입장료 값으로 산에서 가저내려온 쓰레기뭉치를 선물로 남겨줘여할 텐데..

구례터미널을 출발하면서 보이는 지리산은 운무가 휘감고 있는 모습이 더욱 설레였다. 날씨는 화창하고 현재시간 11시이전인 지금은 28도로 폭염이 없어서 다행이다. 오전 11시 21분 산행출발~

운무가 뒤덮고 있는 노고단 송신탑

노고단까지 1시간 7분 걸렸다, 인터넷으로 미리 노고단 정상 탐방예약은 하였지만, 워낙 탐방객 수가 적어서 현장에서 즉시 입장하고  있었고 탐방객이 붐비지 않아서 시간대별로 나눠 입장시키지 않고 그냥 실시간 프리 패스였다.

성삼재가 노고단보다 더 시웠했다. 지형이 성삼재가 바람이 올려치는 형상이라 그런지 해발고도는 노고단이 더 높은데도 체감은 약간 더웠다. 하지만 지상은 폭염경보라고 휴대폰에서  재난문자가 계속오고 있는 상황에 이곳은 22도정도라서 덥긴하지만 살만한 천국이였다.

좌측사진:  현재 /   우측사진:  1년 전 오늘                             

1년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서본다. 산천은 의구한데 변해가는 건 내 얼굴이구나...


노고단까지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종주시점이라고 써있는 노고단 지킴이부터는 텅텅비었다.

이런 안개 운해보다 솜사탕 같은 둥둥 만저질것 같은 운해가 더 좋은데...

노고단 정상석 주변 데크가 쉬기 좋은데 음식물 취식을 못하게 한다.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쓰레기장을 만들어 두니 그러겠지. 해운대 해수욕장에 하룻밤에 수십 톤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하니 이런 곳도 음식물 먹게 하면 썩는답시고 귤껍질 바나나 껍질 마구 던질 것이지 산에서도 많이 봐왔거든, 몰지각한 행동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솔선수범하신다.

노고단은 이제 한창 야생화가 만발하는 22도 전후의 기온이어서 들꽃들이 화려했다.

노고단 대피소가 내려다 보인다, 시원해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해가 지기 전에 연하천 대피소까지 가야 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비구름이 몰려오는거 같았다. 일기예보에 15시 전후부터 9~10미리 비 예보가 있었는데 정확했다. 시간은 맞췄지만 가랑비 수준이 아닌 퍼붓는 소나기였다.

13시 7분 노고단 종주시점 통과!

운무가 지나가고 있어서 습습하고 축축하고 끈쩍하고 영~ 상쾌하지 않은 환경이다.

반달가슴곰 만날까봐 겁난다. 길을 걷다가 갚자기 노루인지? 고라니 인지 후다닥 도망가는 소리에 내가 더 놀랬다  분명 대피소마다 풀로 꽉꽉 만석인데? 지리산 주능선을 걷는 산객이 아무도 없다. 간혹 노고단 쪽으로 지나가는 산객만 어쩌다가 만날뿐 나를 추월하거나 따라잡은 산객이 3팀이 전부였다.

돼지령을 지나갈 즘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이네 소나기로 바뀌어 퍼 붙는다. 우비를 입고 카메라는 비닐봉지로 씌우고 걷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울창한 숲으로 빗방울이 나뭇잎에 걸려서 소리는 요란하게 와다다 하는데 숲이 우거져서 비는 많이 안 맞았다. 삼도봉에 도착하니 비는 그치고 햇살이 간혹 비추고 있었다.


운무가 뒤덮는 토끼봉 보기에는 좋지만 습도 99.99% 로 끈쩍 끈쩍 영~ 상쾌하지가 않다.

삼도봉 요자리가 딱 바람부는 포인트다, 잠시 똥짐을 내려놓고 물도 먹고 잃어 버린 바게트대신 노고단 대피소에서 산 초코파이로 허기를 때웠다.

삼도봉 지나 내리막 계단길에서 아까 구례 터미널에서 성삼재까지 올 때 옆좌석에 타신 노부부를 만났다. 연하천 대피소까지 가고 다음날은 세석까지 가신다고 하는데 그런데 대피소 예약을 안 하고 일단 온 거라고 하신다  ;;
걸음이 느리신 노부부께 천천히 오시라고 하고 나는 먼저 쌩~ (그리고 꿀팁으로 예약 안 하고 잘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지리산 지천에 널린 모싯대꽃

딱! 이자리 까지만 와보았다, 조그만 안내판 좌측으로 내려가면  뱀사골 방향이다. 뱀사골이 아마도 한라산 관음사코스나 오대산 소금강 처럼 길은 하산 코스인거 같다. 암튼 지겹게도 길었으니까...


연하천 대피소 도착!

  성삼재를 출발한지 7시간정도 걸렸다. 아침에 샌드위치 한조각 먹은 후로 이렇다할 칼로리가 없어서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다가 뒤늦게 사진담는다. 밥풀떼기 하나 없이 싹싹 다 할터먹었다. 물한번 끓여서 치킨타올로 닦고 다시 물티슈로 닦고 다시 물한번 끓여서 행궈내고 치킨타올로 물기닦아주면 집에서 설거지한거랑 별반 다를바 없다.

날 더운데 취사장에서 모여있는 이유는 밖은 지금 비가 추적추적 많이 내리고 있었기에..

밥 다 먹고 치우고 나니 비도 그치고 이쁜컬러의 저녁노을을 보여주었다. 다행이다 비가 그쳐서..

비가 그치니 뒤늦게 도착한 인원들은 시원한 야외테이블에서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함께 식사중이셨다...

연하천 대피소가 작고 아담해서 물뜨러 가기좋고 10미터 앞마당에서 물이 콸콸콸 씻고 먹고 마시고 다 된다.
세석은 너무 커서 뭐든 줄서야 하고 활동하기가 어렵다. 연하천이 화장실 가깝고 최신식 보수공사로 양변기 에 물 콸콸 연하천과 세석모두 전기콘센트는 개인별로 있지 않아서 입구에 멀티탭에서 우루루 붙어 있다, 분실주의 비슷비슷해서 아무거나 막 가저간다. 나는 잡주머니에 충전팩을 넣어서 케이블만 달랑 빼서 충전기에 꼽아두었다.

밤에 어찌나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대던지 더워서 잠을 설치고 이튿날 일찍 깼다. 밖에 나가보니 새벽 5시 조금 넘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더워지기 전에 서둘러서 떠나려고 아침들을 드시고 계셨다.

그 예약안하신 노부부는 복도에서 잘 요량으로 버티고 계셨다가, 소등시간 이후로 빈자리가 있어서 옆에서 주무셨는데 모포가 없어서 새벽에 추우셨다고 한다. 그분들은 장터목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비벼볼 생각이라고 하신다.

  나는 세석까지만 가면 되니까 천하태평이다, 느릿느릿 게으름 부리다 해장국밥 하나 끓여먹고 커피까지 다 마시고 천천히 출발하였다.

커피까지 다 끓여 마시고 느릿느릿 하게 짐을 꾸리고 오전 8시 32분 출발이다~ 세석을 향하여~오늘은 어제보다 짧은 10km 남짓 걸으면 된다. 어제보단 거리가 줄었다. 어깨가 따끔거려서 화장실 거울을 보니 왼쪽 어깨가 배낭에 마찰되면서 까졌다. 상처 밴드 한 장 붙이고 스포츠 타월을 배낭끈이 닿는 부분에 두르고 배낭 메어 보니 아프진 않지만 어제와 별만 다를 바 없는 배낭 무게는 점점 힘들어간다.

오늘은 하늘이 맑은 대신 푹푹찌는 더위를 실감하겠구나..

축축한 운무도 없고, 대신 쨍쨍한 햇볕은 보너스~

쨍쨍한 하늘 이른 아침부터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르륵!

좀전까지 쨍쨍한 날씨는 어디가고 다시 축축한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몰려왔다. 지리산의 날씨는 참 종잡을수가 없다.

형제봉을 휘감는 운해가 멋지다, 바람따라 춤추는 운해를 안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루한 숲속길에서 잠시 조망이 트이는 형제봉에 올라섰다.

가도 가도 끝도 없이 계속 지루한 숲길 땀을 찔찔..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한지 2시간20분만에 10시 53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벌써 허기진다 쉬었다가 빠진 칼로리 다시 채워주고 가야겠다

벤치에 앉자서 잠시 숨돌리니 바람이 계속 불어온다, 아점으로 라면 하나 끓여먹고 가야겠다.

야외테이블이 대피소 앞마당에서도 있고 샘터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더 있었다. 이곳이 풍경이 약간 좋다.
샘터는 한참을 내려가야 하고 내려갔다 올라오는길 다리가 풀린다, 후들후들 이상하게 배낭 벗어놓고 물뜨러 갔다 오는것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연하천 비 퍼붇는 첫날도(샘물이 아닌 빗물이라) 벽소령에서도 생수를 사서 먹었다( 라면 끓일 물뜨러 내려가기 너무 힘들어서) 분명 반찬 이외는 햇반 라면 모든걸 사서먹었는데 씀씀이는 이 럭셔리하고 부유한 행동에 몰골은 피죽도 못얻어 먹은 노숙자처럼 꾀째째 하다. 분명 세수도 하고 양치도 했는데?

벽소령대피소에서 라면 하나 사서 끓여먹고 바이바이~

쉼터만 나오는 여지없이 쉬어가야 했다. 배낭의 어깨가 너무 무겁다 ㅠㅠ


쉬고있는데 섬휘파람새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새소리라 그 소리를 담아보았다.

이쁜 채송화도 구경하며..

이 버섯은 야광아닌가?

해는 쨍쨍한데 선비샘 물맛은 시원했고 일정하게 졸졸졸 흐르지 않고 꿀럭 꿀럭 나오는 샘물이 신기했다.

맑은 날은 이렇게 보인다고 하는데...?

막상 실상은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선봉에서 잠시 물한모금 먹고 또 쉬어 간다.
칠부바지가 무릎에 땀이 차서 걸을때 늘러붙어서 허벅지 까지 말아 올리고 지리산 종주 내내 저 모양새로 다녔다.
모심다 온것처럼...

바람부는곳 트인장소만 나오면 여지없이 휴식이다

저 영신봉을 넘어야 세석대피소가 나오는데 높이가 까마득하네, 몃번을 쉬어가며 급경사 계단과 밧줄 몃구간중에서 마지막 밧줄에서 밧줄이 흙이 잔뜩 뭍어 있고 젖어 있어서 안잡을 려고 옆길로 돌아올라 오다가 휙하고 올라서는 순간! 어~ 배낭에 줄이 걸려서 뒤로 벌러덩 할뻔 하마트면 줄잡기 싫어서 꽤부리다가, 산에서 밧줄 영영못잡을뻔 했다. 위에서 바라보던 어느 아저씨가 더 소란스럽게 소리친다 어?어!어!~~

저곳이 아마도 촛대봉일꺼 같아보인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6시부터 방 배정시간인데 대피소 수용인원 만석이라 수시로 5시 이전부터 배정받으라고 안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줄이 30분을 기다려도 줄어들지 않는다. 뭐 중간에 낑겨서 자기 싫으면 먼저 배정받아야 하기에 기다림... 가장자리 자리를 달라고 하니 이미 다 찼고 가장자리에서 두번째로 줬다.

2층 중에 복층을 배정받았는데 아래랑 위랑 기온차이가 딴세상이였다, 낮에는 몰랐는데 밤되니까 히터를 틀고 기 열기는 아래층은 쾌적 적정기온 복층 윗칸은 푹푹 찌는 습식 사우나 였다. 그런데 남들은 8시 부터 이미 코골고 잘잔다.  난 밤까지 바깥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을 쐬다가 자기 전에만 들어왔는데 몇몇분들은 모포들고 1층 로비에서 자리깔고 주무시는분들이 속출했다.


여성은 다른방으로 따로 모아서 배정해서 남자들은 침상안에서는 팬티 바람에 활보하고 거리낌없이 전부다 뒤돌아서서 훌렁훌렁 벗어서 옷을 갈아 입는다. 물론 탈의실은 1층 입구에 있지만 거기까지 가기 귀찮으니까 남자끼리 어때?

그렇게 2일차의 밤이 저물어 간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서서히 떨어지더니 가을 날씨가 됬다. 반발입으면 약간 시원또는 쌀쌀?

9시가 넘어가면서 별들이 하나씩 보인다.

장노출로 삼각대 없이 담아보았다. 목책 기둥을 삼각대삼아서..

대충찍었더니 노이즈가 엄청 심하네

시간이 늦으니 가려진 구름위 왼쪽 하늘로 은하수도 살짝 보이는듯 하였다.


낮기온은 22도 였는데 밤기온은 17,7도 까지 떨어지고 바람도 솔솔 잘 불어서 지리산은 이미 밤애는 가을이 오고 있었다. 집에 전화하니 밤이되도 너무 더워서 숨쉬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산중의 계절은 여름이 없는 겨울,봄,가을 다시 겨울이라고 한다.

자다가 단체 코골이 소리가 갑자기 안 들리는 거 같아서 그때 깊은 잠에 빠졌던 거 같다, 느낌에 이상하다 주변이 너무 고요해서 눈이 번쩍 떠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나 혼자 아침 늦게까지 잠든 건가? 하고 시간을 보니 현재 시간 5시 35분이었다.  심지어 모포까지 모두 개서 텅텅 빈 침상에 나혼자 애벌레처럼 모포 돌돌 말고 자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신발장에 아직 열댓 켤레의 신발이 보인다.
나만 늦잠이 아니구나 지금 시간  다섯시 반이 무슨 늦잠이야 남들이 부지런한 거지! 바깥에 야외 취사장을 보니 바글바글 거린다. 나는 다시 침상으로 들어와 코골이로 설친 잠 잠시나마 자보기로 하였지만 이미 눈은 말똥말똥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결국에는  6시 반에 일어났다.

배낭을 대충 정리해두고 아침 먹을도구만 챙겨 나와서 야외 테이블을 보니 밤새 내린 이슬에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마트에서 배송하면 포장해주는 얇은 비닐은 혹시나 몰라 챙겨왔더니 이렇게 쓸모가 있네 ㅎㅎ 식탁보로 깔고 누룽지를 끓여서 먹는데 앞에 계신 산객 분들 인원은 6명이신데 냄비에 10인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돼지김치찌개를 끓이시더니 너무 많을 거 같으니까 나눠먹자고 하신다. ㅋㅋ 그러세요 하고 코펠 하나를 드리니 음식물 처리로 마구 퍼담으신다 그만! 그만요~ 못 드시면 뒤에 잔반통 있으니 버리시면 돼요 하니 아? 그래요~ 잔반통이 있어요? "저기 바로 뒤에 있으니 남으시거든 버리세요" 그만 퍼 담으시고요 ㅎ그렇게 많은 량 혼자서 다 못먹어요~

  누룽지로만 아침 먹을렸는데 본의 아니게 육류까지 든든하게 먹었다! 이분들 코펠이 아닌 가정용 압력밥솥 (양수 손잡이용) 가저오셨고 냄비는 등산용이 아닌 오토캠핑용 스테인리스 3중 바닥 뭐 그런 거에 무거워 보이고 두툼한 냄비시다! 인원이 많으니 분산해서 들어서 그런지 무게와는 상관없으신 분들이구나 ㅋㅋㅋ

지리산 3일 차인 날이라 아침밥을 먹고 세석으로 향하였다.촛대봉이 바로 근처라 올랐더니 운무가 휘감고 있다

촛대봉에서 세석대피소가 내려다 보인다. 지리산 구간 중 가장 시원했던 곳이 성삼재와 노고단과 촛대봉이었다. 다른 봉우리들은 바람길이 아니어서 그런지 지속적으로 바람이 불지 않았다.

혼자 지리산을 온 어떤 처자가 사진 찍어 달라기에 서로 사진 찍기 품앗이했다. ㅎ


촛대봉에서 세석대피소가 내려다 보인다. 지리산 구간 중 가장 시원했던 곳이 성삼재와 노고단과 촛대봉이었다. 다른 봉우리들은 바람길이 아니어서 그런지 지속적으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촛대봉에서 바람이 엄청 시원해서 잠시 머물며 동영상으로 추억을 남겨본다. 운해가 세찬 바람따라 능선 타고 넘는것이 장관이였다.

세석대피소를 향해 덮쳐오는 운무

화장봉에 올라서자 '나의로망' 연하선경의 풍경이 펼쳐진다.

약간~ 땡겨봄

이리 봐도 절경 저리 봐도 절경, 이 맛에 지리 지리 하나보다

엄마,아빠, 아들, 딸 4인 가족이 왔는데 역활이 엄마가 산꾼이고 남편분은 포터이고 자녀들에게 지리산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 저곳이 연하선경이라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서 역광 실루엣으로 담아  본다.

지리산 품속에 안겨서 대자연을 느껴본다. 지리지리 하다. 힘들어서 지리지리, 멋진 풍경에 지리지리

나는 한번 갔던 산, 한번 갔던 코스로는 두번가지 않는다, 왜냐면 한번씩만 가도 앞으로 가봐야할 산이 너무 많아서 두번씩 가면 황금같은 주말이 낭비이니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몃군데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지리산의  연하선경이고 나머지는 소백산 주능선, 덕유산의덕유평전이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풍경도 바뀌고 광활한 구도로

사진사들도 많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붉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이곳은 얼마나 멋있어질까? 그때도 이곳을 다시 오고싶다...


기온이 낮아서인지 8월인데도 불구하고 지상보다 들꽃들이 만발하였다. 지상에는 폭염으로 야생화들은 모두 시들고 잡초들만 무성한데 이곳은 천상의 화원이였다.


사진 담는동안 지나처가던 저 산객도 걷다말고 한동안 멍 하니 서서 풍경을 보다가 가는구만...

지상에는 이미 피고 시들은 꽃들이 지리산은 이제 피어다는 시기 였다. 곧 다음달이 되면 바로 추워져서 단풍이 들기에 ...

어? 이 꽃은 뭐지 산에서 처음으로 보는 야생화다!

꽃사진 올리면 이름을 알려주는 어플인 모야모에 물어보니 '참바위취' 라고 한다.

식물도감 설명에 따르면 고산지대에서 7~8월경 바위의 그늘진 부분에서 희귀하게 자란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일부 데려가서 집에서 화분에 키우고 싶지만 자연 그대로 놔두는것이 이 꽃들을 위한것이기에 한동안 눈으로만 감상하고 자리를 떠났다.

장터목까지 800미터의 거리가 평지에서는 10분 남짓이지만 산에서는 왜 그리 먼지...

길이 좋아지는것 보니 장터목대피소에 다와가는것 같다.

한참 가다보니 웅성웅성 사람들 목소리가 들린다!

구름의 바람따라 넘어가고 있어서 안보였는데 장터목대피소가 나타났다. 3일차 에도 지리산 주능선에 사람 구경은 참 드물다. 아마도 더워서겠지?

가을 단풍철에는 이 마당까지 산객들로 빼곡하게 메워질 정도인데 지금은 데크도 테이블도 넉넉했다. 심지어 내부 취사장은 더워서인지 텅텅 비어있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잠시 갈등을 했는데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도저히 천왕봉을 올라갈수 없을것 같다. 그리고도 아침에 세석에서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도 빠듯하고 천왕봉을 거처 내려가면 늦을꺼 같다, 천왕봉은 여러번 와봤으니 또 천왕봉이 어디로 가는것도 아니기에 다음에 또 보면 되지 하고 생각하고 쿨하게 백무동으로 하산하였다.

볼 것 없고 꽉 막힌 백무동 하산길도 지겹게도 길었다, 한참을 내려오니 그제야 계곡물 소리가 난다. 폭염에 3일간 멀고 멀은 거리를 걸은 발에게 시원한 계곡물로 냉각시켜줬다. 머리도 감도 세수도 하고 물론 세제 없이 맹물로만...


드디어 기나긴 종주가 끝났다!! 전방 11시 방향 국공 복장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내가 사진을 찍고 있으니 햇빛을 손으로 가리고 누군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쑥 빼고 쳐다보신다. 사진 담고 쓱~ 지나 가면서 보니 역시! 국공 레인저님 맞았고 나의 꼬락서니를 보시고 웃으신다.

배낭에 쓰레기 봉지 덜렁~덜렁. 손수건은 말리는 중이라 집게로 집어서 배낭뒤에서 펄렁거리고, 뿌시시한 머리에 7부 바지를 딸딸 걷어 올려 4부 반바지로 입고 있으니  이 꼴을 보고 웃으시는 건가? ㅋㅋㅋ


동서울 가는 버스를 타려면 5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산에서 햇반이나 라면만 먹어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어졌다!

백무동 터미널 근처 식당들을 전부 수색했다! 그런데 냉면을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어서 계속 지나쳐 내려오는데 마침 한군데 무슨 가든인데 냉면이라고 간판에 쓰여있어서 들어가서 냉면 되죠? 하고 물으니 안되고 비빔밥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터미널 바로옆 식당같은곳인데 식사는 안되는곳에서 두부김치와 시원한 맥주로 3일간의 지리산종주를 마무~의리 한다.






3일간의 기나긴 종주가 끝났다. 버킷 리스트는 지리산 주능선 구간중 미답구간이였다. 화개재에서 세석까지  그 부분을 걸은것에 만족한다. 지리산 주능선 남들은 꿈의능선이라고 한다. 낭만은 없었다, 산행이 아닌 고행길의 연속이였고 더위에 갈증에 대비하기 위에 출렁출렁 넉넉한 식수를 등짐지고 다니느라 더 힘들었다. 물론 구간별로 샘터가 많았지만, 너덜길의 연속 막힌 조망,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힘든 종주길...


세석대피소에서 소등시간 이전에 누워서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다, 여러명이 왔는것 같다.

"우리 다음 부터는 여름에 지리산 오지 말자, 축축하고 끈쩍거리고, 덥고 할짓이 못된다, 다음에는 겨울에 오자"  맞는 말인것 같다.

탐방객이 전국에 국립공원중에서 가장 많아서 스트레스 심각지수인 지리산 주요 탐방로와 주능선에 왜 산객이 뜸하겠는가? 2016년에 예년같지 않은 연일 폭염경보, 폭염주의보 더위에는 체력도 지구력도 인내력도 버틸 재간이 없는것 같다.


다음에는 이런 장거리 올때 배낭을 최대한가볍게 꾸려서 와야겠다, 산중 패션쇼도 아니고 옷은 무슨 2벌에 잠잘때 입을옷만 D팩으로 하나가득이였다, 세석대피소 크나큰 침상에 일열 횡대로 누워자는 사람들 보면 거의 옷을 입은체로 자거나 아니면 팬티만 입고잔다.

산에서 좋을것 같다. 티타늄 코펠에 초경량 버너 그까짓 숟가락, 젓가락 무게 얼마나 나간다고 티타늄으로 사냐 하지만 모이고 모여서 몃십킬로의 무게가 만들어지는거 보면 초경량이 해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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