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구 Feb 15. 2024

젊은 꼰대, 젊은 보스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꼰대보다 더한 ‘젊은 꼰대’가 온다

요즈음 흔하게 ‘젊은 꼰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이는 젊은데 꼰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 기존에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이 나타났다면, 이제는 소위 ‘젊은 꼰대’가 나타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적어도 7명이 직장 내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말한다. 젊은 꼰대의 유형으로는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것처럼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다음 유형은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놓고 결국 자기의 답을 강요하는 소위 ‘답정너 즉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유형, 선배가 시키면 하라는 ‘상명하복’ 유형,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늘어놓는 ‘라떼는 말이야’ 유형, 나이부터 확인하고 어리면 무시하는 유형, 사생활을 희생시키는 유형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 꼰대의 특징이다. 젊은 꼰대는 자신이 40-50대 꼰대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절대 권위적이지 않고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실재 설문조사에서도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약 20% 정도였다. 적어도 10명 중에 8명은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1.

출처: 사람인


기업 내 세대 갈등?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업에는 적어도 4개의 세대가 공존해왔다. 먼저 베이비부머세대로 1940년에서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팀 단위의 충성도가 높고 주로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서 최고가 되기를 갈망했다. 그래서 일 중독자가 많은 편이다. 다음은 X세대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산업화에 의한 부모님의 직장생활로, 스스로의 생활을 해결해야 하는 자립의 필연성을 경험한 세대다. 이전 세대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높고, 직장에서 권위나 강요에 의한 업무를 싫어한다. 다음은 ‘밀레니얼 세대’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다. 이들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장해 온 디지털 유목민이다. 소위 ‘워라벨’을 강조하면서 직장생활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직장에서 일에 대한 의미와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마지막으로 소위 ‘Zoomers’라고 지칭하는 Z세대다. 이들은 2000년이후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디지털 네이티브세대라고도 부른다. 즉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위기로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면서, 미래에 대한 꿈보다는 현실적인 생활에 포커스를 둔다. 그래서 한 직장을 일 년 정도 다니다가 싫증이 나면, 곧바로 다른 직장을 찾아 옮겨 다니는, 소위 ‘커리어 호핑’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렇듯 기업에서 공존하는 여러 세대들은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임하는 태도나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는 ‘X세대가 너무 개인주의적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하며,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Z세대의 커리어 호핑은 거의 죄악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MZ끼리도 불편한 시대?

우리가 보통 ‘젊은 세대’를 지칭할 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흔히 ‘MZ 세대’로 통칭해서 말한다. 기존에는 나이 차이가 있는 세대와 구분하거나, 어떤 특징이나 차이, 갈등 등을 설명할 때, 이렇게 통합해서 분류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MZ 세대 안에서도 더 미묘하게 나뉘어, 갈등의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젊은 상사’의 문제다. 이전에는 대다수의 기업에서 오래 일하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지위가 높아지는 연공서열제를 채택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펼치면서, 젊은 리더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한 구직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5.1%가 나이 어린 상사와 일해 본 경험이 있고, 이 중 39%가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반대로,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신입사원의 연령대가 높아져서 63.7%가 나이 많은 부하와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50.6%가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말했다2. 이처럼 연공서열이 역전되면 잠재적인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정책상으로는 연공서열을 파괴했더라도 인사의 근본 프레임에서 연공서열을 아직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하소연한다.

출처: 사람인


나이 어린 상사를 왜 부담스러워 할까?

이제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다. 모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A 부장은,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연속으로 S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보니 직급이 남들보다 앞서게 되고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선배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했다. 결국 최연소 부장이지만 진작 달았어야 할 팀장 보직을 받지 못했고, 결국 자신의 꿈을 찾아 이직하게 되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유능한 인재를 잃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 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상사가 부담스럽고 어려워지게 되는 걸까?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인재개발협회(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의 연구를 살펴보자3. '본인보다 어린 상사와 일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약 25%의 직원들은 젊은 상사가 생각하는 업무의 가치와 기대치가 자신과 다른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약 22%의 직원들은 젊은 상사의 리더십과 다른 업무 스타일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의사소통이나 동기부여 방식이 다른 것도 큰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심리적인 문제도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을 사회학적인 개념으로는 ‘지위 불일치’로 설명할 수 있다4. 지위 불일치란 개인이 가지는 여러 지위들이 동등하게 평가되지 못해서 지위 간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암묵적으로 더 높은 지위를 가진 개인에게 심리적, 사회적 이익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거나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 더 허용되는 경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에, 더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은 더 높은 지위자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듣고 받아들이며, 감사를 표해야 하는 행동 규칙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5. 그런데 나이 어린 상사를 만나게 되면 ‘나이’라는 지위는 내가 더 높은데, ‘직장 내 직책’이라는 지위는 내가 더 낮은 상황이 되기 때문에, 행동 규칙에 혼선이 생기면서 불편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고 오늘날에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역사적으로 우리의 근대 이전의 사회는 신분제 사회였다. 즉 가문과 혈통에 의해 경제적, 신분적 지위가 결정되는 폐쇄적인 계급 구조였다. 이때는 계층의 이동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였다. 이후 근대를 지나 많은 정치적, 사회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마침내 오늘날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계층 이동이 활발해지는 개방적인 구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오히려 ‘핵 개인화’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면서, 개인의 지위보다는 네트워크와 역할이 중요해지고, 권위나 지위로 비교하는 것을 탈피하는 현상으로 흐르고 있다6. 즉 지위 불일치는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일어나는 당연한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7.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날까?

과연 젊은 상사의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이와 관련해서 캠브리지 대학과 독일의 경영대학원인 WHU가 독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자. 독일의 경우, 많은 기업이 인구절벽 문제로 젊은 직원을 빨리 승진시키는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게 되었다. 다른 여러 나라와 유사하게 독일에서도, 법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승진이 가능하다. 그런데 업무 성과가 뛰어난 젊은 직원이 본인보다 먼저 승진하면, 걱정을 넘어 두려움과 혐오감마저 생길 수 있다고 연구 결과는 말한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던 지위 불일치라는 사회적 현상처럼, 항상 주변 사람과 지위를 비교하게 되고, 본인보다 나이와 경험이 적은 사람이 상사가 되면, 실망과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인생의 실패로 여긴다고도 한다. 그래서 해당 연구에서는 젊은 상사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과 상사의 나이는 선형적인 관계라고 말한다. 즉 61개 독일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젊은 상사와 직원 간에 나이 차이가 2년씩 날 때 마다, 기업의 성과가 약 5%나 감소했다고 한다. 이 때 상사의 절대 연령은 중요하지 않고, 단지 부하 직원과의 나이 차이만 영향을 주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다8. 

결국 젊은 상사의 문제는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세계적인 다양성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연공서열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그럼 그렇다고 연공서열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까? 절대 아니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변화와 속도, 복잡성이 전례 없이 커지면서, 기업들에게는 단순한 업무가 아닌 수많은 난제와 도전이 주어지고 있다. 그래서 모든 세대의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해 나가야만, 이러한 첨단 업무의 수행이 가능하게 된다.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에서는 ‘젊은 보스와 나이 많은 직원(Younger Boss/Old Worker)’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팀에 여러 세대가 섞였을 때 팀의 창의력이 향상되고, 광범위한 고객층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9.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실천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의도적으로라도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세대 간의 차이와 강점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다른 세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라고 말한다. 결국 세대 간의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결론

이제 어느 기업이든 젊은 상사의 문제는 불가피한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계급을 중시해 온 우리 기업 문화에서, 연공서열을 없애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극복해야 할 일이다. 기업들은 여러 선진 가이드라인을 잘 참조하면서, 직원이나 리더가 세대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세대들이 안정감 있게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직원들은 젊은 리더를 잘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cas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68                                                    2.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6769

3. https://www.td.org/magazines/td-magazine/age-is-no-issue

4.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on-leadership/wp/2016/11/28/having-a-younger-boss-isnt-just-awkward-new-research-suggests-it-could-also-hurt-performance/

5. 강성모, 권상집. (2021). 팀의 지식 공헌을 가로막는 조용한 장벽: 팀원의 위상(지위) 불일치를 중심으로. 지식경영연구, 22(3), 129-149.

6. 시대예보:핵 개인의 시대, 송길영, 교보문고, 2023

7. https://tv.naver.com/v/15017964

8. https://www.economist.com/business/2016/12/15/in-germany-mature-workers-are-answering-to-young-supervisors

9. https://www.amanet.org/articles/younger-boss/older-worker/






작가의 이전글 기업의 DEI를 이끄는 리더: CD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