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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Jun 14. 2024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2024

가수이자 작곡가, 배우인 김창완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제가 많이 다치면서 이렇게 배웠는데, 매일매일 그 통증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힘들고요. 통증을 이렇게 껴안을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마음에 방이 한 칸이라고, 단칸방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마음에 방 한 칸만, 방 한 칸이 모자라면 서랍이라도 하나 장만을 해서 버릴 수는 없으니 통증이나 이별이나 뭐 아니면 자기를 갉아먹는 콤플렉스나 이런 것들이 있어요. 그거 넣어두는 조그만 서랍 아니면 봉지 그거 하나 마련해 놔요. 통증 하나가 마음을 다 흩트려 놓고 다른 일이 안 되게 그렇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만 피하면 돼요. 통증은 없을 수도 없고, 없앨 수도 없고 하니까 담아놔요, 그냥. 이것도 내 건데. 그리고 나중에 보면 거기서 심지어 향기도 나요. 괜찮아요. 그런 것들이 자기를 풍요롭게 만들 거예요. 답이 될까?”


<인사이드 아웃 2>는 그런 걸 말하는 영화였다. 다양한 감정이 의인화되어 주인공이 된 이 영화의 1편은 그중에서도 희(喜)가, 기쁨이, 긍정적인 사고가 좋다는 얘길 하나 싶었는데, 2편에 와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는 얘길 하는 것 같았다. 기억 쓰레기장에서 잊혀 간 존재들이 갇혀있는 공간도 나오기에 혹시 빙봉이 다시 등장하려나 하는 기대감도 순간 갖게 됐으나, 픽사가 이미 세계관에서 퇴장시킨 인물을 다시 데려오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조이와 일행은 라일리가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신념과 가치관을 갖고 자라길 바라며 그것에 장해가 될 감정과 기억들은 모두 저 멀리 쓰레기처럼 버려버렸으나, 결국 영화는 그 모든 것들이 모여 하나의 인격체가 형성됨을 말했다. 항상 밝은 기운을 뿜어낼 것 같던 조이도 ‘나라고 그게 쉬운 줄 알아?!’라며 울상을 짓고 주저앉게 될 때도 있었고, 그런 조이를 위로하는 앵거의 모습은 어쩐지 어색하면서도 쉽고 편리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1편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린 주인공의 감정 상태를,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비슷하게 엉성한 설명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라는 말을 하려 하는데, 말에 힘이 잘 실리지 않는다.


기쁘고, 성공하며, 보람찬 기억들 뿐 아니라 슬프고, 때론 실패도 하며 성장하고 한 사람의 인격체가 형성되는 건 맞지만, <토이 스토리>(1995)의 6살짜리 앤디가 <토이 스토리 3>(2010)에선 대학에 가게 되면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헤어지는, 그리고 그 헤어짐을 맞이하는 장난감들의 섬세한 감정표현은 <인사이드 아웃>(2015) 이후 9년이란 시간이 지난 2편에선 없었다. 라일리가 내면에서 혼란을 겪고 있을 때, 그 혼란을 이겨내는 과정도 그렇지만, 그래서 그 동시간대에 라일리가 마음을 할퀸 이들이라고 그런 혼란이 없었을까. 저마다의 머릿속 본부에서 일어나는 소동이 다 다를 것인데, 아쉽게도 <인사이드 아웃 2>는 거기에서 그쳤다. 어쩌면 빙봉을 재등장시키는 건 그래서 더 악수였을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속에선 좋았지만 “비아냥 대협곡”을 거치다 보니 이렇게 출력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의도해서 내 마음속에 방이나 서랍 같은 어떤 공간을 만든 건 아닌데, 아무렇게나 쌓이다 보니 그게 어떤 구역이 형성이 된 것 같은데, 그래도 <인사이드 아웃 2>는 그곳을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다. 아무렇게나 쌓여있어 자칫 무너지기라도 하면 주변의 것들이 상할 테니, 이따금씩 다 꺼내서 대청소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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