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에 일찍 깨서 서재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내도 일찍 깨서 서재로 왔다.
아이가 푹 자고 있어서, 모처럼 둘이 넷플릭스에 예전 애니메이션 하나를 틀었다.
'바다가 들린다'
아내는 처음본다고 하고
난 98년에 보고 25년만에 처음이었다.
풋풋한 얘기들이 흘러가다가
고교생 주인공들이 동경의 숙소를 구하네 마네 하는 상황에
9살 아들이 눈을 비비며 서재로 들어와 부모 사이에 착 앉았다.
난 동물적 감으로 영화를 정지. 화면에 다행히 '전체관람가'가 떴다.
다시 플레이를 하는데, 여자 주인공이 호텔 문간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안겨 울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자주인공의 어깨를 안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아니 지금까지 이런 장면이 없었는데.
나는 전체 관람가를 믿고 계속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아주 부자연스럽게 갑자기 플레이를 멈추고 티비를 꺼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는데
아들의 혼잣말같은 한 마디.
'이거 전체 관람가 맞아?'
아들의 부모는 웃음과 함께 자연스럽게 티비를 끄고 일요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