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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Feb 25. 2024

동유럽 여행

여행 스케치(버킷 리스트의 다섯 번째 여정)


동유럽 6개국 여행을 .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6개국 모두 지정학적으로 유럽대륙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데 왜 동유럽여행이라고 하는지 의아하지만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5년 만에 대륙간 이동여행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도 있었고 고맙게도 회사생활을 다시 할 기회가 있어 근무한 4년 동안 장거리 여행을 할 기회가 없었다.



드디어 2024년 이집트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작년 9월 단체여행을 예약했다.

날짜는 이집트를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1월 초순.

이번 이집트 여행을 마치면 버킷리스트인 6 대륙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남아메리카대륙만 남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접 국가인 이집트여행이 다소 위험해졌다.

고민 끝에 전쟁이 잠잠해지면 가기로 하고 이집트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물론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라는 자식들의 의견도 고려가 되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곳이 12일간의 동유럽  6개국 여행.



그러고 보면 여행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건강과 체력.

단체여행은 짧은 일정에 여러 나라의 관광지를 방문하걷고 버스를 타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새벽 5시경 기상을 해서 저녁 식사 후 호텔로 돌아오는 시간은 빨라야 오후 7시.

매일매일 이런 일정을 무난히 소화하려면 건강과 체력이 필수다.

특히 동반자가 있다면 모두가 건강해야 즐겁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다.

그래서 여행시점에 맞춰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하고 체력관리 필수적인 요소다.



두 번째는 시간과 돈.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조건이다.

장기간의 해외여행은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많아서도 안된다.

나와 동반자의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이 뒷받침이 되어야 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여행을 함께하는 동반자와 기호가 비슷해야 한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기호가 있다.

자연경관을 좋아하는 사람, 도심이나 시장거리를 좋아하는 사람.

먹거리에 대한 기호도 다르고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가 서로 다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경우가 있다.

절친끼리 장거리 여행을 갔다가 상대방의 생활습관과 매너에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로 배려를 하지만 인내의 한계를 초과하는 경우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를 직접 목격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네 번째로 국제상황의 변화도 한몫을 한다.

여행을 계획한 나라의 정치나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정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 간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되고 자연재해나 전쟁 발발로 불가피하게 여행이 금지되는 경우다.



이처럼 여행은 계획에서부터 마치는 데까지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산재되어 있다.

그래서 서로를 가장 잘 알고 경제 공동체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온 부부가 여행의 동반자로 그나마 적합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2024년 2월 13일 20시.

아내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버스이동에 걸린 3시간을 더하면 집을 떠난 지 꼬박 하루 만에 독일 드레스덴 외곽호텔에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8시간 정도 시차 때문인지 쉽사리 잠이 오진 않았다.

몸을 뒤척이며 밤을 지새운 다음 날.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동유럽  6개국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날은 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었다 복구된  독일의 드레스덴을 거쳐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로 갔다.



체코에서 이른 시간에 블타바 강변 언덕 위에  있는 프라하성을 둘러보고 카를교를 건넜다.

밤에는 크루즈를 타고 선상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프라하의 야경을 감상하고 체스키크롬노프 마을도 방문했다.


다음날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10년 전 딸이 교환학생으로 8개월 정도 빈대학에서 공부를 한 곳이라 이번 여행지중 유독 정감이 가는 도시였다.

딸의 자취가 있는 빈대학 캠퍼스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오스트리아 왕궁과 벨레데레 궁전 미술관에 들러 오스트리아 대표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미술가라고 한다.

빈 도심 링 거리 주변의 건축물들과 스테판성당 관람을 마지막으로 다음 여정인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넘어갔다.




부다페스트 도나우강 주변 언덕에 세워진 왕궁, 어부의 요새, 지하철역사, 대성당 그리고 영웅광장등 많은 볼거리가 있었지만 압권은 선상에서 바라본 도시야경이었다.

세계 최고의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도나우강변의 야경은 한마디로 명불허전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점심 식사 후 버스로 4시간 반을 달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

자그레브는 2020년 지진의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건축물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도시의 대표 건축물인 자그레브 대성당도 보수공사로 인해 관람을 할 수 없었다.

여행일정의 절반을 무사히 보내고 그날 밤, 호텔객실에서 컵라면을 안주삼아 아내와 소주 한 병을 비웠다.


그날따라 소주는 왜 그리 단 맛이 나던지!!!


이제 여행일정의 절반이 지나갔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힘든 일정이었지만 낯설고 새로운 곳을 방문한다는 기대감에 다시 힘을 냈다. 



여행 7일 차 아침.

분주히 짐을 챙겨 세계자연 문화유산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달려갔다.

겨울의 끝자락으로 비수기여서 인지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석회가 쌓여 만들어진 계단식 폭포와 호수를 호젓한 분위기에서 산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국립공원 내 식당에서 송어구이로 점심을 한 후 아드리아해변에 있는 스플릿이란 도시를 거쳐 보스니아에 있는 네옴이란 도시에서 숙박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아드리아해의 잔잔한 바다가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한 후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마지막 여정지드부로브니크로 갔다.

여행 내내 구름 낀 하늘로 유럽의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드부로브니크의 하늘은 코발트색 아드리아해 바다와 어우러져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언덕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바다 위 선상 관광 그리고1시간 남짓 걸린 성곽 걷기는 이번 여행의 백미로 꼽을 수 있었다.



여행 9일 차.

크로아티아 끝단에서 출발해 슬로베니아를 지나 오스트리아 츠부르크로 가는 일정이었다.

아드리아 해안에 접한 산들의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버스로 일곱 시간을 달려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둘레길을 가볍게 산책하고 길거리 레스토랑에서 아내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주변을 둘러보며 2시간 정도를 보낸 후 밤 9시경 정착지인 오스트리아 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여행 10일 차.

시간상으로 2일이 남아있지만 귀국 시 당일 공항수속과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여행 일정의 마지막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습관처럼 5시에 기상해서  할슈타트로 향했다.

맑은 호수와 스산의 설경이 어우러져 한눈에 담아내기 어려운 절경이 펼쳐졌다.



죽어서도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생계를 20%쯤 책임진다는 모차르트 생가 및 관련 유적지를 관람하고 잘츠부르크 시내 및 성내 투어를 했다.

일정 내내 제대로 된 성당내부를 볼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컸었는데 잘츠부르크에서 궁륭식 구조의 천정을 가진 수도원 성당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중국식당에서 저녁 식사 후 눈 덮인 알프스를 뒤로 하고 마지막 숙박지인 독일 잉골슈타트에 있는 호텔로 출발했다.

숙소로 가는 2시간 동안 여행기간 내내 참아 주었던 빗방울이 버스창가를 때렸다.

쾌청한 날 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았지만 우산을 써야 할 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고 기온이 따뜻해서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2월 여행으로는 최고의 날씨였다고 한다.

잉골슈타트 중앙역에 바로 붙어있는 인터호텔에 짐을 풀었다.

내일은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이라 최종 짐정리를 한 후 아내와 객실에서 독일 맥주와 마시다 남은 와인으로 조촐한 굿바이 술자리를 가졌다.



귀국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공항 가는 날.

조금 여유 있게 8시 반 출발해 두 시간을 달려 독일 밤베르크에 도착했다.

프랑켄의 로마라 불리는 유서 깊은 지역으로 전형적인 독일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은 동유럽 방문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커피원두를 파는 카페에서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며  이번 여행의 공식적인 관광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유럽 여행으로 좀 더 친숙해진 탓인지 처음 방문 때처럼 큰 감동은 아니었지만 동유럽 여행의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정이었다.




프랑크 푸르트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 않았던 12일 동안 떠 오른 생각들을 간단히 것을 적어 다.



동유럽 여행스케치.


하나.

하루 일정의 반을 보내는 단체여행에서 좌석위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전방의 시야 확보나 멀미예방을  위해서 맨 앞자리는 누구나 원하는 자리다.

그런데 한국인 통념상 우선순위가 따로 있다.

노약자, 연장자, 여성의 순서대로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타시는 순서대로 자리를 잡거나 가능하면 하루하루 아가면서 자리를 바꿀예정입니다."

라고 여행인솔자  안내를 지만 이는 무시되기 일쑤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인솔자 좌석을 제외한 맨 앞 두 좌석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맞다.

이틀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고정자리가 정해진다.

나는 늘 맨 뒷자리에 터를 잡는다.

아내는 맨 뒷줄 앞자리.

앞뒤로 대화를 하기에도 편하고 좌석이 넓어서 몸을 움직이기에도 좋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짐을 펼쳐 놓기에도 좋고 좌우 차창가로 양쪽 풍경을 살피기에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자리를 차지했다.



둘.

단체여행의 동반자.

이번 여행의 동반자 수는 31명.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나이가 가장 어렸고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최연장자였다.

늘 그렇듯이 남성은 8명으로 25%를 간신히 넘겼다.

대부분이 부부동반, 가족동반, 동네 아주머니 계 모임인 듯했다.

일반적으로 20명이 넘으면 여행팀이 구성되는데 이번은 꽤 많은 사람들로 팀이 구성되었다.



여행을 같이 하다 보면 관심을 두지 않아도 동반객들의 내력을 귀동냥으로 들을 수 있다.

특별히 관심을 끈 동행자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여행을 온 50대 후반의 교수님이었다.

여행 내내 어머니의 손을 맞잡고 다니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정경은 아니었다.

더구나 12일간의 긴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하는 할머니의 체력과 열정에 모두가 놀랐다.

70대 중반에 40일간의 여정으로 27개 구간 437킬로미터의 제주도 올레길을 모자가 함께 완주했다는 아들의 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지금도 하루 만보이상을 꾸준히 걷고 계신다고 한다.

다음 방학 때 모자의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내와 자식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 어머니가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셋.

버스 차창밖 풍경.

사람들마다 여행을 즐기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여행지의 유명한 음식이나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버스로 이동하는 내내 친구(?)와 카톡으로 끊임없이 여행일정을 공유하는 젊은 친구들도 있다.



나는 주로 창가 풍경을 즐기는 타입이다.

창가에 비치는 낯선 풍경과 이국적인 정취를 보기 위해 거의 눈을 감지 못한다.

장시간 이동시에도 선잠을 잠깐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창밖을 바라본다.

특히 광활하지만 정돈되어 있는 농경지체계적으로 관리된 조림지가 공존하는 유럽의 농촌 풍경은 나에게  감동과 동시에 의문을 들게 한다.

"유럽 각 나라의 농경지와 산림은 도대체 누가, 어떤 방법으로 관리를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버스 차창가로 보이는 풍광은 나에게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넷.

대한민국은 국토면적이 작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볼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번 여행국가들도 가는 곳마다 넓게 펼쳐진 평야와 지평선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각 나라의 국토면적을 비교해 보았다.

잠시 숙박을 위해 들린 보스니아를 포함, 7개국 중에 독일을 제외하면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독일은 한국의 3.5배였고 기타 6개국은 우리 국토면적의 90%를 넘는 나라가 없었다.

"국토의 70%가 산이어서  좁아 보이는 걸까? 아니면 산지와 평지의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인가?"

궁금증은 남지만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면적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아내가 아끼는 목도리를 잃어버린 것과,

여행 기간 동안 최고의 메뉴는 대한항공 기내식이 꼽힐 정도로 부실했던 식사가 이번 여행에서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렇지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늘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소중한 시간여행이었다.



굿바이~~~~

프랑크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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