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RIS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현모 Feb 18. 2018

[뉴로섹시즘] 1. 여자는 원래 그래

진짜 그래?

대나무숲의 만년 떡밥


첫 문장이 어렵다. 무슨 글을 쓰더라도 첫 문장이 제일 어렵다. 이 글을 누가 볼까, 나는 어떻게 평가받을까, 누가 욕하지 않을까하는 수많은 걱정이 오간다. 오늘도 밤에 별이 스치우듯이 글에 대한 걱정도 쌓여간다. 

이 모든 걱정은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내가 정하지도 않은, 정확히는 부모님과 작명가가 지은 이름 세 글자가 글에 박히는 순간 무게감이 다르다. 1g 같던 무게감은 1kg이 된다. 이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내 이름을 지운다. 


이름없는 글의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대나무숲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대나무숲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쓴이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말하기에 다소 부끄러운 고민을 말하고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다. 부모님, 친구, 미래, 진로고민 등 수많은 고민이 담겼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이지만 동질적인 고민을 한다. 바로, 연애고민이다. 각자 다른 사람과 연애할텐데 고민은 비슷하다. 술먹으면 연락이 끊기는 여자친구, 대화할 때 공감하지 못하는 남자친구, 연락 주기가 너무 긴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등등. 각자 다른 고민이지만 달리는 댓글은 비슷하다. 연애법을 코칭해주는 책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요지는 간단하다. “남자와 여자는 애초에 다르기에 서로 이해하면서 맞춰줘야 한다”는 말이다. 


역시 애플은 선견지명이 있던 걸까

출처 : CC BY M.J.Ambriola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를 비롯해 <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하다> 와 같은 서적뿐만 아니라 연애칼럼니스트와 심리학 박사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여성과 남성의 대화법은 다르다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른 대화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섹시하고 전략적이다. 단절과 불통에 대한 두려움을 잘 이용했다.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는 주장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울까? 오히려 남성과 여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이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여성은 수학을 못하고 참을성이 없으니까 설거지나 해라?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2017년 대선에 참가했던 한 후보에게서 보인다. 홍준표의 발언은 옮겨적지 않겠다. 하늘이 부여한 역할이 있다는 홍 대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설거지가 하늘이 부여한 일이면 국정도 매한가지일텐데 왜 아직도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완패했는데도 왜 정치인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부여한 역할은 그게 아니다. 

설거지는 하늘이 내린 일이라는데그러면 대통령=설거지?

출처 : CC BY 박근혜 공식앨범 


안심하자. 똑똑한 사람도 마찬가지의 실언을 한다. 어느 정도로 똑똑하냐고? 하버드대학교에서도 보인다.  래리 서머스는 하버드 대학교 총장 시절, 전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학회에서 미국 명문대에 여성 과학자가 없는 이유는 여성이 갖고 있는 생물학적 한계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선천적으로 재능이 없기 때문에 유명 여성 과학자가 없다는 뜻이다. 과학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과거에 비해 활발해진 지금,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꼰대라 불리는 중년 교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보다 힙하고 첨단에 있는 미국 IT 기업에서도 보인다. 구글 직원의 메모다. 구글의 해당 직원은 메모에 여성이 근본적으로 신경질적이고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기술 업계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없다고 적었다. 쉽게 말해,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미국 노동부는 구글에 조직적인 남녀 임금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행정법원이 과도한 자료 요구라며 해당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문제적, 문제적, 문제적


세 명의 이야기 모두 그럴싸하다. 하지만 문제적이다.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며 사회적 차별을 옹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묻자. 남성과 여성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전까지 해당 기준이 갖고 있는 모호함에 대해 지적했다. 성기를 넘어 뇌로 넘어가보자. 남성은 화성에서 오고 여성은 금성에서 왔을까. 단순히 성기의 모양새에 따라 성별이 나뉘고 뇌가 달라질까. 



글 1편 : [성은 스펙트럼이다] 1. 믿음, 흔들리다

글 2편 : [성은 스펙트럼이다] 2. 평창 올림픽에 없는 것

글 3편 : [성은 스펙트럼이다] 3. 성별로 떠나는 여행

글 4편 : [성은 스펙트럼이다] 4. 스펙트럼으로 가는 세 걸음


이 글은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3기 팀 PRISM의 프로젝트입니다. 

페이지는 여기 https://www.facebook.com/prism.google

유튜브 채널은 여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A7XT-nFiZnFlvVdkLTiSg


매거진의 이전글 [성은 스펙트럼이다] 4. 스펙트럼으로 가는 세 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