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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10월 3일 콘서트에서 큐떱호가 출항하다!

QWER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콘서트 후기 (2)

https://brunch.co.kr/@joogangl/726

(지난 편에 이어)

고인물 바위게들과 함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핸드볼경기장에 입장하니, 마침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등 QWER의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팬 콘서트 때에는 본 공연 전부터 일부 바위게(저 포함)들이 떼창을 시작했었죠. 하지만 이제 고인물 바위게인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리를 빽빽 질렀다간, 본 공연에서 목이 쉰 나머지 QWER에게 힘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흥미롭게도, 이날 금요일 첫콘 때에는 대기 중에 노래를 부르는 바위게들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막콘 때에는 제법 많이 따라 부르더군요. 그런데 그중 상당수가 이미 금요일과 토요일 콘서트 때 지나치게 소리를 지른 나머지, 목이 쉰 상태였습니다. 콘서트 전에 제 옆에서 '고장 난 다스 베이더' 목소리로 QWER 찬양을 늘어놓더니, 뒤풀이 술자리에서는 아예 묵언 수행을 하더군요. 다음날인 추석 당일 때 친척 어르신들을 만나, 어떤 이유를 대었을까요? 아, 어차피 목소리가 나오질 않으니 말을 할 필요도 없겠네요. 너희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역시 '고인 물'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노하우가 쌓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참지 못하니까요. QWER 보컬인 시요밍은 목 보호를 위해 매일 용각산을 먹는다고 합니다. 함성을 못 참는 바위게들은 용각산을 먹으면서 평소에 관리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저는 금요일 콘서트 때는 함성을 지르며 날뛰다가 일요일 콘서트 때는 홀린 듯이 입을 벌리고 무대를 감상했던 터라, 목을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251005 이시연의 몸 관리법]

본디 단독 콘서트 3일 내내 오후 1시부터 큐떱카 옆에 개설된 임시 스테이지에서 게스트들의 깜짝 무대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 소식으로 인해 전부 취소되고 말았죠. 바위게 밴드도 맹렬히 준비했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을 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오후 1시부터 축제 분위기였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때부터 힘을 빼지 않아서인지 다들 쌩쌩한 모습이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행'과 '하남검단산 행'을 구별 못해 지각할 뻔한 지방 바위게들만 체력이 방전된 표정이었죠. 솔직히 서울 바위게들도 헷갈리는 케이스이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후 5시,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갑자기 무대를 꽉 채운 대형 스크린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로 변했습니다. 파도가 사나웠고, 날카로운 번개 형상의 레이저 광선이 사방에서 번쩍였습니다. 대기할 당시에는 돌출 무대가 있어야 하는 중앙이 텅 비어 있어, 무언가 등장할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커먼 구름이 가득하고 천둥소리가 쾅쾅 울려대는 상황에서 그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죠. 무대 양 옆으로 각각 4명씩 총 8명의 무희들이 나와 QWER이 새겨진 깃발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대 스크린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Oh, my God! 분홍빛 거대한 배 한 척이 핸드볼경기장 중앙을 가르며 서서히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원피스>의 '고잉메리 호'를 연상케 하는 배 위에는 더없이 화려한 복장을 한 4명의 여신, QWER이 당당한 자세로 우뚝 서 있었습니다. 응원봉이 내는 4가지 색깔 불빛이 바다 위 흩뿌려진 별처럼 반짝이며 넘실대는 가운데, 드디어 QWER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오프닝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김계란 카페 글]

사실 단독 콘서트 첫째 날에는 빅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이번 콘서트의 오프닝 3곡을 맞추는 바위게들 가운데 4명에게, QWER의 친필 사인이 담긴 월드 투어 긴팔 셔츠가 선물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바위게들은 오프닝 3곡을 선택하느라 즐거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의 경우, 첫 곡은 무조건 <지구정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월드 투어의 성격과 잘 부합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디데이>를 고른 바위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날이야말로 QWER과 바위게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날이었기 때문이죠. 이밖에 <청춘서약>이라든지 전통의 강호 <디스코드>도 꽤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3곡을 다 맞추기란 정말로 어려운 노릇이었죠. 저는 두 번째 곡을 <자유선언>으로 골랐으며, 셋째 곡을 고민하다 현생이 바빠서 그냥 접었습니다. 그러면 정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구정복>이었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화려하고 락킹한 편곡 사운드가 울리는 가운데, QWER 보컬 시요밍은 외쳤습니다. "두 손에 쥔 이 기타와 심장 박동을 맞추자. 이 템포를 기억해 둬, 우리가 가는 길을 잃지 않게!"

거대한 배에 한 번, 그녀들의 치명적인 미모에 두 번, 묵직하고 세련된 인트로 편곡에 세 번 놀란 바위게들은 벌써부터 정신을 잃고 괴성을 토했습니다. A구역 140번 대에 있던 저는 큐떱호와도 매우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는데요.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마젠타, 그리고 이를 갈며 드럼을 후려 갈기는 '지하실 군기반장' 절정미녀 쵸단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번 놀라서 정신을 잃은 것도 잠시, QWER을 태운 큐떱호는 우리를 뒤로 한 채 점점 더 앞으로 나갔습니다. 고인물 바위게들은 깜짝 놀라 버벅대기 시작했습니다. "어, 어디까지 가는 거예요?" 야속한 큐떱호는 우리를 뒤로 한 채 더욱 멀리 항해했고, 우리는 유람선을 따라 새우깡을 쫓는 해운대 갈매기처럼 꽥꽥대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농담이고, 큐떱호 덕분에 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리더이자 드러머인 쵸단이 쉴 새 없이 드럼 킥을 밟으며 연주에 집중하는 뒷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올려다볼 수 있었죠. 아마 이런 각도에서 쵸단의 드럼 퍼포먼스를 보는 경험이 앞으로도 다시 있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들리지 않는 자'가 마젠타라면, '보이지 않는 자'는 바로 쵸단 아니겠습니까?

듣자 하니, 걸밴드를 만들고 싶어도 드러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스타가 되고 싶은데, 드러머야말로 무대 위에서도 가장 눈에 띄기 힘든 포지션이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많은 소녀들은 드러머가 되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쵸단은 그야말로 자기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어려운 악기 포지션을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콘서트 공연 내내 무릎에 압박붕대를 풀었다 감았다를 반복했습니다. 누가 봐도 고통을 억지로 참고 연주에 임하는 것이겠지요. 이 때문에, 사실 저는 처음부터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사실 QWER의 결성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바위게라면, 그녀가 얼마나 큰 괴로움을 견디며 연습 중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QWER은 누가 뭐래도 쵸단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프로페셔널한 연주 실력을 갖춘 유일한 멤버인 쵸단을 중심으로 팀이 구성되었으며, 끊이지 않았던 '실력 논란'은 대학에서 드럼을 전공한 쵸단으로 인해 많이 무력화되었죠.

그런데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쵸단의 건강 이슈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었던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연습벌레이자 완벽주의자인 쵸단으로서는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이 때문에, 최근에 부쩍 늘어난 쵸단의 "바위게야, 사랑해!" 멘트가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자기를 끝까지 기다려주는 바위게들만 믿고, 그녀는 무릎이 허락하는 한에서 계속 무대에 서고 있으니까요.

쵸단은 자기로 인해 멤버와 회사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연습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릎 부상이 완화되지는 않으니까요. 이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의 리더 쵸단은 오직 바위게만을 믿고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 중입니다.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멤버가 다름 아닌 QWER의 리더 쵸단입니다. 이 모든 생각들은 등을 구부린 자세로 아픈 무릎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드럼스틱을 분주히 놀리는 쵸단의 모습을 바라보며, 보다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정말 가슴이 시렸습니다.

하지만 바위게들에게 자기 건강을 걱정해 달라는 이유로, 쵸단이 오늘 무대에 선 것은 아니겠지요. 저 또한 벌써부터 눈가에 조그맣게 맺힌 눈물방울을 닦고서, 다시 무대 전체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정복>에 이은 두 번째 곡은 다름 아닌 <오버드라이브>였습니다. 순간 주변 바위게들이 죄다 탄식했습니다. "아니, 저걸 어떻게 맞히냐고요!" 참고로 10월 6일, 소속사는 오프닝 3곡을 전부 맞춘 사람이 2명이라고 발표했는데요. 바위게들은 그 두 명이 소속사 직원인 '빙빙'과 '검검'이 아닐까 수군대었습니다. 뭐, 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요.

<오버드라이브>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 라이브 공연입니다. 젠타가 베이스에 보컬에 신디베이스까지, 3도류를 시전하며 펄펄 나는 명곡이기도 합니다. 시요밍의 "뛰어!"라는 외침에, 바위게들은 지난 8월 1일을 생각하며 맹렬히 솟아올랐습니다.

다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 무대를 이기기는 힘들지 않았나 합니다. 연주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때는 대지를 녹일 듯 뜨거운 태양과 타들어가는 지열 위에 오랫동안 대기했던 바위게들이 반쯤 미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무대 불꽃이 젠타의 얼굴을 가려, '코스트 라이더'라는 명장면이 탄생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오버드라이브>는 기본적으로 너무나 좋은 곡이기 때문에, 바위게들을 광란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새로이 편곡된 인트로가 울리자, 바위게들은 다음 곡을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멤버들이 모두 한 손을 번쩍 치켜들 때, 바위게들의 심장은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원! 투! QWER!"이 터져 나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QWER 최고의 히트곡인 <고민중독>이 시작되자, 바위게들은 다시금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뭐, 재차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2024년 4월 1일에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거리 곳곳에서 들리는 명곡이죠. 게다가 <고민중독> 연주 중에 큐떱호는 항해를 잠시 멈추고 후진해서, 항구로 되돌아와 정박했습니다. A구역과 B구역 앞 열 바위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휴, 다행이다!

다만 QWER 사관인 입장에서, 다양한 견해들을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저는 콘서트가 계속된 3일 내내 바위게들과 만나 여러 목소리를 청취했습니다. 일부 바위게들은 <고민중독>이 콘서트 앞쪽에 배치된 것에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고민중독>은 끝판왕이기 때문에, 콘서트 후반부 하이라이트에 터지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견해였습니다. 또한 팬 콘서트 때는 "너를 많이(!)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 파트에서 무려 여섯 번의 폭죽이 터지면서 바위게들의 심장을 직격했습니다. 반면에 이번 단독 콘서트에서는 그 파트에서 터지는 맛이 없어 다소 밋밋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와 이야기를 나눈 바위게들은 자신의 견해를 회사에 강요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런 대화들은 바위게들이 서로 다른 공연들을 즉석에서 비교해 낼 만큼 QWER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같은 공연을 보았으면서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대화하는 이들의 기억을 좀 더 풍성하고 정확히 해주는 효과를 주죠. 어차피 월드투어 VOD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시 볼 수 없는(어쩌면 영원히 다시 못 볼) 공연이니까요.

오프닝 3곡이 끝난 공연장은 한순간 어둠에 잠겼다가 다시 환해졌습니다. 이제 한숨 돌린 멤버들이 바위게들에게 인사할 시간이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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